까치보은 설화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의 은혜를 갚고 죽은 까치의 이야기를 다룬 설화. 동물보은담의 하나이다. 등장하는 동물에 따라 ‘꿩의 보은’․‘치악산 유래담’․‘은혜 갚은 까치’, ‘종소리’ 등으로 부른다.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주로 구전설화로 전승되었다. 까치의 보은 설화의 모티브는‘짐승에게 적선하고 보은 받은 총각’이다.
까치의 보은 설화는 강원도 원주 지역에서 전해오는 ‘치악산 전설’, 또는 ‘은혜 갚은 꿩’이 변이된 이야기이다. 모티브는 유사하지만 꿩이 까치로 변이 되었고 전설이 민담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달라졌으나 대체로 모티브는 동일한 유형을 유지하고 있다. 전해진 설화는 진주 지역에서 ‘까치의 보은’이라는 민담으로 변이되었는데 설화의 유동성을 잘 보여주는 보은담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선비가 길을 떠나가던 중 어디에서 앓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살펴보았더니 큰 뱀이 까치둥지 안의 까치 새끼들을 잡아 먹으려 하고 있었다. 선비는 재빨리 활을 꺼내 뱀을 쏘아 까치들을 구해 주고는 갈 길을 재촉하였다.
산속에서 날이 어두워져 잘 곳을 찾다가 마침 불빛 있는 곳을 찾아갔더니 한적한 집에서 예쁜 여자가 나와 극진히 대접하였다. 한밤중에 자다가 갑갑해진 선비가 눈을 떴더니 여자가 뱀으로 변해 목을 감고는,
“나는 아까 너에게 죽은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고 한다. 만약 절 뒤에 있는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 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
고 말했다.
선비는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고 절 뒤에 있는 종을 울리기 위하여 갖은 궁리를 다 하였다.
그때 갑자기 절 뒤에서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그러자 뱀은 선비의 몸을 풀고 곧 용이 되어 승천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선비는 날이 밝자마자 절 뒤에 있는 종각으로 가 보았더니 까치 세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땅에 떨어져 있었다. 까치들은 은혜를 갚기 위해 머리로 종을 들이받아 종소리를 울리게 한 뒤 죽었던 것이다.
이후 선비는 과거에 급제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위의 이야기와는 달리, 종소리로 보은하는 것이 아니라 뱀의 원귀가 음식물로 변해 주인공의 뱃속에 들어가 중병을 일으키자 까치가 배를 찍어 뱃속의 뱀 새끼들을 나오게 하여 낫게 해 준다는 변이형도 있다. 이때 각 편에 따라 날짐승의 종류는 까치․ 꿩․ 백로 등으로 나타난다.
이 설화는 일차적으로 동물의 보은을 통한 교훈적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종소리를 통해 보은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문학자 서대석은 이에 대하여 새가 숭고한 자기희생적 행위를 통해 신적 세계로 격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보충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어미 새는 죽었으나 새끼 새들이 높이 날게 되었으니 확장적 상승이고, 활에 맞아 죽은 구렁이 대신 암구렁이가 용이 되어 오르는 것과 서로 짝을 이루는 구도다.
♣
위의 '종소리' 이야기는 은혜를 받은 새가 주인공의 생명을 구할 뿐 아니라 뱀의 승천을 이루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설화가 단순한 보은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것은 종소리를 통한 종교적 구원의 의미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듯하다. 보은설화는 특히 동물담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는 ‘보은’이라는 현실 사회의 가치 판단에 기반을 두고 인간과 동물과의 현실적 유대에 연유하고 있음을 파악하게 한다. 그리고 설화를 통하여 나타나는 문예적 감동의 어느 부분은 확실히 그러한 동물들을 친근하게 느끼고,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은혜에 보답하는 내용을 다룬 설화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다. 이 유형의 설화는 행위 주체들이 서로 은혜를 주고 받는 대칭구조를 갖는다. 약한 존재끼리 서로 도와야 한다는 윤리적 교훈에 중점이 있다. 특정한 행운에 대해 사고의 범위를 동물세계로까지 넓혀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인식론적 욕구와도 관련된 점이 주목된다. 우리 설화의 경우, 유교나 불교와 같은 종교적 교훈의 색깔을 띠는 경우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가 반영되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