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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투아레그족 유목민 '무사 앗사리드'가 쓴 문명 비평집 『사막별 여행자』

by 언덕에서 2017. 12. 13.

투아레그족 유목민 '무사 앗사리드'가 쓴 문명 비평집 『사막별 여행자』

 

 

 

아프리카 말리의 투아레그족1 유목민 무사 앗사리드(Moussa Assarid, Moussa Ag Assarid, ? ~ )가 쓴 문명 비평집으로 2007년 한국에 소개되었다. 나이가 없는 그는(그의 여권 생년월일 난은 ‘XXXXXX’로 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투아레그족의 전래 민담을 소개하는 이야기 교사이자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시오날과 프랑스 퀼튀르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활발한 강연을 통해 사막 유목민 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세상에는 복잡함을 떨쳐버리고자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바람, 별뿐인 사막으로 떠나는 여행자와 풍요로움이 넘쳐 보이는 문명세계의 진보를 배우기 위해 도시로 떠나오는 여행자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무사는 사막이라는 인생의 학교에서 지평선이 들려주는 깊은 침묵의 소리를 들으며 앎을 키워가던 한 투아레그족 유목민이었다. 그는 자신을 키워준 사막별을 떠나 더 큰 배움을 위해 프랑스로 갔다. 그는 그간 꿈꾸던 프랑스에 도착했지만, 그의 눈에 비친 문명세계는 많은 허구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한다.

 사막이 가르쳐 준 지혜와 문명세계에서의 깨달음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에서 그는 단봉낙타가 내딛는 발걸음에 맞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과 테제베를 타고도 더 빨리 가지 못해 조급증을 내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라져 가는 문명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장담하는 거만한 문명, 걷는 사람과 달리는 사람, 자연에 응답하는 삶과 기술에 응답하는 삶, 단순함과 복잡함, 관계 중심적인 삶과 이해 중심적인 삶, 진지함과 가벼움, 본질적인 것에 충실한 삶과 현실적인 것에 충실한 삶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도시적인 삶의 허구를 보여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끝없이 펼쳐진 사하라 사막. 그곳에 두건과 푸른색 베일을 둘러 쓴 신비의 부족이 살고 있다. 물과 풀을 찾아 유목생활을 하는 투아레그족이 그들이다.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은 채 자유로이 사막을 떠도는 그들의 야영지에 어느 날 파리-다카르 랠리를 취재하러 온 여기자가 나타난다. 우연히 그녀의 가방에서 책 한 권이 떨어지고, 사막을 놀이터 삼아 살아가던 열세 살의 투아레그 소년이 달려가 그 책을 집어준다. 소년은 여기자로부터 그 책을 선물로 받게 된다. 소년은 책 속의 그림들에 매혹되었고, 그날 이후 오직 한 생각뿐이었다. 학교에서 글을 배워 그림이 있는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목표를 세웠다. 

 소년은 아버지를 졸라 날마다 3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걸어 학교에 다닌다. 마침내 소년이 읽게 된 그 책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였다. 그는 ‘어린 왕자’가 태어나고 사라진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풍경은 바로 사막에 사는 자신들의 풍경과 같음을 발견한다. 자신이 태어나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을 사막의 풍경. 결말 부분에서 어린 왕자가 죽는다는 내용을 읽은 소년은 어린 왕자의 형제들이 아직도 사막에 살고 있음을 말해 주기 위해 생텍쥐페리가 이미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프랑스로 가서 그를 만나겠다고 마음먹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생텍쥐페리가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투아레그족 청년은 사막에서 근처 작은 도시로, 그곳에서 좀 더 먼 도시로, 그리고 다시 더 먼 도시로, 그리하여 마침내 스무 살 무렵 극적으로 프랑스에 도착한다. 이 실화의 주인공 무사는 사막의 천막 속 아이들이 함께 잘 수 있을 만큼 넓은 호텔 침대와 마법처럼 열리는 자동문, 다양한 식물과 꽃, 넘쳐나는 음식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처럼 많은 것을 가졌건만 문명세계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음을 발견한다.

 그가 관찰한 프랑스의 도시에서는 삶의 한 부분 한 부분을 소중하게 음미하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려가는 문명인, 이웃과 단절된 채 고독하게 욕망을 좇으며 살아가는 도시인 뿐이었다. 도시인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문명세계의 사람들은 넘칠 정도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 즉 이 순간의 행복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사 앗시리드라는 유목민 출신의 청년은 우리가 누리는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의 기적, 자동문의 마법,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음에 놀란다. 그는 이 책에서는 유목민의 오래된 지혜와 사막의 자연이 가르쳐준 교훈을 토대로 문명인들의 삶 곳곳에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던진다.

 그는 우리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 날 잃어버리고 있는 참된 삶을 위한 기억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힘 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과 조화를 이루어 사는 것임을 알린다.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다사막은 늘 비어 있되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 유한한 이 삶에서 우리는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우리는 왜 그토록 불안한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무사 앗시리드는 우리 삶을 장식하고 있는 복잡한 그 많은 것들은 허구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과 함께 사막별 여행자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본다면 사라져 가는 유목민 문명이 들려주는 행복의 방법과 마주하게 된다.

 호화롭고 편리한 문명의 이면에 있는 도시인들의 결핍된 열정, 고독을 감춰버리는 아찔한 마천루와 빌딩 숲, 돈과 쾌락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영혼과 육신, 노인들을 외톨이로 가둬 버리는 양로원, 영혼의 양식을 멀리한 채 하루하루 자신을 소멸시키며 부와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도시인, 뭐든 빨라야만 직성이 풀리는 조급증이 그것이다. 

 

 

 

 그는 투아레그족 사람들의 믿음과 이상, 진정한 풍요와 사랑, 가르침, 그리고 고통이 무엇인지 전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내던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또한 그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힘을 지키는 법, 생명의 신호에 응답하는 삶을 사는 법, 삶의 무한한 다채로움을 위해 우연을 위한 빈자리를 남겨두는 법, 돈이 아니라 삶 자체에 머무르며 인내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비인간적이며 허구적인 삶으로 엮어진 문명 세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가난하지만 소박하고 지혜로운 유목민의 삶이, 도시의 사막에서 끝없이 표류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정신없이, 그리고 숨 가쁘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웃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1. 알제리의 투아트 및 리비아의 구다미스에서 나이지리아 북부까지와 리비아의 페잔에서 말리의 통북투에 이르는 지역에 거주하는 종족. 베르베르어를 사용하며, 목축업에 종사한다. 이들의 정치적 조직체는 국경에 관계없이 널리 구속력을 미친다. 인구는 약 90만 명이다. 투아레그족은 북부의 아하가르(호가르)·아제르, 남부의 아스벤(아이르투아레그)·이포라·이테센(켈게레스)·아울리민덴·켈타데마케트 등을 포함하는 부족연합이다. 북부 투아레그족이 주로 사막지대에 거주하는 반면, 남부 투아레그족은 주로 스텝과 사바나에 거주한다. 남부인들은 제부(등에 혹이 있는 소)와 낙타를 사육하여 일부는 북부 투아레그족에게 판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