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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Vincent Van Gogh)』

by 언덕에서 2017. 11. 23.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Vincent Van Gogh)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1853- 1890)의 서간문 모음집이다. 고흐는 불후의 명작으로 불리는 수많은 그림을 남겼지만 지독한 가난과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이 책은 고흐가 동생 테오를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띄운 편지를 수록하고 있다. 또한 반 고흐의 고통스러웠던 인생유전, 그리고 찬란했던 미술작품 속의 비밀을 느끼고 발견할 수 있게 만든다.

  고흐의 인생 이야기는 지독한 가난, 고독, 예술에 대한 끝없는 집착, 발작, 요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 고흐는 37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그 삶은 소설과 같이 파란만장했다. 그는 힘든 삶을 살면서도 강렬한 작품을 남겼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있고 또 그의 삶을 기억한다. 그 이유는 그가 지독한 가난과 고독으로 인해 힘겨워하면서도 더 나은 작품을 위해 끝없이 불안한 자신의 내면과 싸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작품을 이 지상에 남겼다.

 

 

‘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고흐는 불멸의 화가이자 현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로 렘브란트 이후 가장 위대한 네덜란드 화가로 추앙받고 있다. 현대 회화의 인상주의, 야수파, 추상주의, 표현주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반 고흐는 대표작으로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해바라기’(1888) ‘밤의 카페’(1888) ‘별이 빛나는 밤’(1889) 등이 있다. 1853330일 출생한 그는 화가로서는 매우 늦은 나이인 서른이 가까운 1881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8907월 자살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십 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놀림으로 800점 이상의 유화와 700점 이상의 데생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별이 빛나는 밤 ’(1889)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반 고흐의 이름과 예술세계는 화단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림도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았다. 화가로서의 무명과 평생 지속된 가난을 견디면서 인내하는 삶과 광기 어린 생활을 오가던 고흐에게 동생 테오는 단순한 화상(畵商)이 아닌 인생의 후원자요 정신적인 지지자였으며 삶을 지탱하게 해준 상담자였다. 이 책에 수록된 편지는, 1872년부터 테오와 가족, 그리고 폴 고갱, 에밀 베르나르 같은 동료 화가 및 친구들에게 보낸 것들로 화가 고흐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아울러 고흐의 천재성과 심오한 관찰력, 삶에 관한 책임감, 그리고 결코 해소될 수 없었던 그의 정서적 불안과 고독을 느낄 수 있다

  흔히들 고흐를 '천재''미술에의 순교자'로 보거나, 반대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었던 '광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이 서간문집을 읽으면 '인간' 고흐, '화가' 고흐의 모습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다. 고흐가 직접 쓴 편지와 그림을 읽다보면 그의 내면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

  

 

‘ 밤의 카페 ’(1888)

 

너 하나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전체 그림을 보게 된다면, 그래서 그 그림 속에서 마음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나를 먹여 살리느라 너는 늘 가난하게 지냈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18891

 

  고흐에게 동생 테오는 어떤 존재였을까? 여동생 윌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흐는 다음과 같이 썼다.

테오가 없었다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 같은 테오가 있었기에 내 그림의 수준이 나아지고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1887년 여름가을

 

  테오는 고흐에게 동생이자 친구이며 후원자였고 또 동반자였다. 고흐의 고백처럼 테오가 없었다면 고흐의 그림은 탄생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한 테오에게, 고흐는 일기 쓰듯 편지를 썼다. 고흐의 편지에는 그의 심정과 처지가 매우 솔직하게 씌어 있다. “본의 아니게 쓸모없는 사람”, “새장 속에 갇힌 새”, “나는 개다라는 표현이 편지에 자주 등장한다.

  그의 복잡한 내면과 힘겨운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고흐의 편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두 가지다. 가난과의 힘든 싸움, 그리고 ''으로 상징되는 그림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집착이 그것인데, 고흐의 수많은 편지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고흐는 사촌 여동생인 케이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했을 때의 심정창녀라는 비정상적안 직업을 가진 시엔이라는 애 딸린 여성과 동거하게 됨으로써 동료는 물론 가족과 겪게 된 갈등, 아버지와의 격심한 불화, 고갱과의 다툼 등을 솔직하게 적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 고흐가 삶과 예술에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하게 접근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감옥(무지, 편견 등)을 없애는 게 뭔지 아는가? 깊고 참된 사랑이다.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최상의 가치이며, 그 마술적 힘이 감옥 문을 열어준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과 같다. 사랑이 다시 살아나는 곳에서 인생도 다시 태어난다.” - 18807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1890)

 

 반 고흐가 이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넘었다. 그리고 38살의 나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10년간 고흐가 남긴 작품과 족적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1900여점의 드로잉과 회화 작품에 새겨진 진지한 붓질과 함께, 조각조각 삶의 조각을 꿰매듯 맞춰간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은 안타깝기 짝이 없어서 숭고하다. 편지에는 사랑하는 동생 테오에 대한 그리움, 미술에 늦게 입문한 탓에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그리던 색조를 따라가지 못해 끊임없이 가졌던 열등감과 고민이 느껴진다.

 그가 그림에 이용될 모델을 구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틈틈이 습작을 해서 어렵게 경매에 내놓는 모습동생 테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금전적인 부탁을 하는 모습들 속에서 그가 얼마나 지독한 가난과 싸워야 했는지 알 수 있다특히 그림 채색에 사용될 물감조차 살 수 없어서 계속 목탄화나 펜화석판화로 데생하는 부분에서 진정한 예술가는 다른 무엇보다 생활과의 투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함도 알 수 있다.

  동생 테오에게 털어놓은 작품 이야기는 한 편의 고백서에 다름 아니다.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던 일군의 화가와 모델, 동생에게 생계를 의지해서 생긴 자괴감 등 인간에 대한 열망과 고통은 지상 위로 떨어지는 그림의 파편들이 흩어져서 재탄생시킨 슬픈 유화처럼 보인다. 그의 유작으로 불리는, 죽기 이틀 전까지 붓질했다는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은 남프로방스의 뜨거운 태양 너머에서 열심히 살려했던 외로운 한 인간의 외침을 듣는 듯하다.

 

                                                      - 월간지 '맑고향기롭게' 2017년 9월호에 게재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