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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오래된 미래』

by 언덕에서 2017. 10. 20.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오래된 미래』

 

 

                                   

스웨덴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 1946~ )가 쓴 사회비평서로 1992년 발간 이후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혀왔다. 역설적인 제목의 책인 『오래된 미래』는 서구세계와는 매우 상이한 가치로 살아가는 인도 북부 라다크 사람들의 변화하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서구식의 현대사회와 지구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마을 라다크에서 16년간 머물며 자발적인 가난을 몸소 체험한 저자는 공동체적 삶과 자연의 조화를 오래된 삶으로부터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 일변도의 신자유주의는 결국에 환경 파괴의 재앙을 재촉할 것이며, 나아가 인류의 공멸을 자초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가 담겨 있다.

 이 책이 발간된 이후로 끊임없이 읽히고 있는 것은 과학의 기능적 발전에만 매몰되지 말자는 전 세계 지성인들의 각성 때문이었다. 먼 곳에서 사례를 찾을 필요는 없다. 해가 갈수록 극심해져 가는 미세먼지와 이상고온을 접할 때마다 우리 후손이 과연 옥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과학의 발전은 정작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고립시켜 멸망시키는 중이지 않은가?

 

 

 이 책『오래된 미래』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전통에 관하여>는 1975년 언어학자인 헬레나가 인도 북부 지방인 라다크 방언의 연구를 위해 그곳을 방문하여, 마을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평화롭고 지혜로운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2부 <변화에 관하여>는 1975년 인도 정부의 개방정책에 따라 개방된 라다크 주 수도 레(Leh)가 외국 관광객들이 전파한 서구 문화와 가치관들에 의해 전통문화가 철저하게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이나 문명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례로 보여준다.

 3부 <미래를 향하여>는 전통을 지키는 것과 경제개발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반개발(反開發)이 아닌 미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도모하자는 것인데, 서구식의 소모를 전제로 하는 개발의 폐해에 대해 설명한다. 라다크 토양에 맞는 새로운 가치의 정립과 발전을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가 라다크 사회의 회복을 위해 설립한 국제 민간기구인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의 구체적인 활동과 ‘라다크 프로젝트(Ladakh Project)’에 대한 소개와 활동 상황을 그리고 있다.

 

스웨덴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Helena Norberg-Hodge, 1946~ )

 

 1975년에 헬레나가 라다크를 처음 방문하게 된 것은 런던대학교 동양언어학과의 학위논문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작은 티베트’로 불리던 인도 북부 지방 라다크는 인도 영토의 일부로 편입되었지만, 천년 이상 독자적인 언어와 티베트 불교문화에 뿌리 둔 자급자족 삶의 공동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도 정부의 결정에 의해 라다크의 문호는 개방되었고, 헬레나는 그때 그곳을 찾아갔다. 그곳을 장기체류하면서 자신이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였던 서구식 산업문명의 기본적 가치가 옳은 것인가 하고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라다크가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세계화로 표현되는 물질중심주의, 개인주의, 새로운 경제 체제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을 오히려 처참하게 만들었다. 비슷하게도 지난 수세기 동안 서구문화가 주도한 일방적인 계발과 과학기술문명은 전 세계 토착문화들을 소멸시켜 불행에 빠뜨린 사례와 유사하다. 비단 라다크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제3세계 모든 국가에서도 함께 발생한 문제였다. 라다크 마을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삶은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데, 이 책은 중요한 인류학적, 사회학적 보고서 같은 성격을 지녔다.  

 

 

 

 헬레나가 라다크에 처음 도착해 발견한 것은 건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생활과 문화였다. 라다크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빈곤하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라다크에 불어 닥친 서구식 개발의 바람은 이러한 공동체를 철저하게 파괴해 갔다. 그들은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돈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친밀감과 배려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서구식 제도들을 도입하면서 자본주의의 그늘인 경쟁과 소외의 사회로 변화됐다.

“교육이 사람을 농업에서 끌어내어 도시로 부르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현금경제에 의존하게 된다. 전통적인 라다크에서는 실업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적인 부분에서 지금, 주로 정부에 있는 아주 제한적인 일자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실업은 이미 심각한 문제이다.

 현대적 교육은 글을 읽고 수를 깨친 사람의 비율을 높인 것 같은 명백한 이점을 가져왔다. 그것은 라다크 사람들에게 바깥세상에 대한 좀더 많은 지식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 교육은 라다크 사람들을 서로서로에게서, 그리고 땅으로부터 유리시켰고, 그들을 세계경제라는 사다리의 제일 아래 칸에 자리 잡게 하였다." - 본문 121쪽

 이러한 라다크의 변화에 맞선 대안과 실천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는 책의 후반부에서 다뤄진다. 헬레나가 제시하는 ‘반개발(counter-development)’은 이러한 대안 모색의 핵심이다. 반개발이란 자연과 공존하고 타인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이다.

 오늘날 생태학적인 삶이 실현가능하다고 믿지 않는 학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환경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자산이며, 무한경쟁의 삶의 방식이 승자인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류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생태학은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현대인은 풍족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스트레스 속에 생활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이든 경쟁해야 하고, 자연을 파괴해야만 발전이라고 불리는 환경 속에서 과연 ‘진정한 행복’은 가능한 것인지를 묻게 한다. 진정한 행복은 가족과 친구와 이웃끼리 사랑을 나누고,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에도 감사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저자가 진행하고 있는 ‘라다크 프로젝트’와 그 효과,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래 인류의 모습을 라다크의 경험을 통해 찾아야 한다고 사례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라다크가 전통적인 삶의 모습인 공동체적 삶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모습을 찾을 수 있다. 

 

 

 

 

 

 

 

  1. 저자 헬레나(1946~ )는 현대 산업사회의 토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평등한 삶 실현에 필요한 원칙을 찾고 있는 스웨덴 출신 언어학자이다. 그녀는 ISEC (국제생태문화협회)와 ISEC의 자매단체인 라다크 프로젝트(The Ladakh Project)의 책임자로, 경제개발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따뜻한 인간적인 모습의 경제를 연구해 왔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작은 티베트’라 불리는 인도 북부 지방 ‘라다크’에 머물면서, 급속한 현대화에 직면하여도 자신들만의 문화적 정체성과 생태적 보전을 유지하려는 라다크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