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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헬렌 니어링 지음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by 언덕에서 2017. 10. 10.

 

 

 

헬렌 니어링 지음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미국의 자연주의 운동가인 헬렌 니어링의 수상록인 이 책은 26세의 저자와 세계적 지성인 스콧 니어링과의 만남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헬렌은 스콧과 함께 보낸 충만한 삶과 100세 생일을 앞두고 스스로 음식을 끊음으로써 평화롭고도 위엄을 간직한 채 맞이한 스콧의 죽음을 통해 사랑과 삶, 죽음이 하나임을 보여준다.

 헬렌 니어링(Helen Nearing. 1904∼1995.9.17)은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자연주의자로 뉴저지 리지우드 출생이다. 생태주의자인 그녀는 예술을 사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바이올린을 공부했고, 명상과 우주의 질서에 관심이 많았다. 세계적인 연주자의 꿈을 안고 16살 되던 해에 유럽으로 건너간다.

 24세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헬렌은 평화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인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 1883~1983)을 만나 삶의 길을 바꾼다. 헬렌보다 21살이 많은 스콧 니어링은 어릴 때부터 가난한 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수 시절 아동 노동 착취와 제국주의 국가들의 세계 대전에 반대하다 끝내는 해직되고야 만다. 1932년 둘은 자신들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미국 버몬트의 한적한 시골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직접 돌집을 짓고, 땀 흘려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의 생활을 시작한다. 문명화된 현대 사회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며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것, 그리고 많이 가지기보다는 검소하고 단순하게 살았다.

 

 

 

 

 

 그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시간만 노동에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와 명상, 여행했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손을 이용해 일했는데, 현대 문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식사 또한 특별한 조리법이 없었다. 통밀빵과 생과일, 소금을 안 친 팝콘처럼 가능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고, 육식하지 않았다.

  `사과든 토마토든 풀 한 포기든 먹으려면 그것을 죽여야 한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자연의 경이를 소비할까.`

라는 표현에 그녀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현대인은 단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식사 준비는 최소한으로 하고, 그 시간에 창의적이고 즐거운 시간으로 사용했다.

 헬렌과 스콧은 그렇게 반세기 동안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함께한 '땅에 뿌리박은 삶'은 수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스콧의 100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서 왔는데 그 깃발 하나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스콧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

 현대인이라면 먼 시대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생활을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은 50여 년 가까이 실천에 옮긴다. 그들의 사상과 삶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쁘게는 살지만, 무엇을 위해 애쓰는지도 모르고 사는, 모든 것이 소비 지향적으로 이뤄지는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스콧 니어링은 1983년 100살이 되던 해, 죽음이 앞에 왔음을 느끼고 스스로 음식을 끊어 세상을 떠난다. 헬렌 니어링 또한 1995년 92세의 나이로 죽는다. 둘 다 인생을 충분히 즐기다, 행복하게 떠났다.  

 

 

 

 

 

 

 헬렌은 이 책을 87세에 썼다. 헬렌 자신보다도 스콧 니어링의 삶과 반세기에 걸친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탁월한 경제학자이자 사회주의자이며, 교육자이자 생태주의자인 스콧은 스스로 말한 것을 자신의 삶에서 그대로 실천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독립된 경제를 꾸려 불황을 타지 않는 삶을 살기, 건강을 지키기, 사회를 생각하며 살기. 도시를 떠나면서 니어링 부부는 위의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세부적인 원칙을 정했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것의 대부분은 자급자족했다. 남은 농산물로 돈 벌 생각을 하지 않았고, 부부에게 필요하지 않은 채소와 곡식은 이웃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줬다.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어 짐승 또한 기르지 않았다. 오전에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하고 오후에는 독서, 사색 등으로 자유 시간을 보냈다.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일하지 않았다. 

 “우리는 의무로부터 피해 달아나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가치 있는 의무를 찾고 있었다”고 니어링 부부는 적었는데, 이름 없는 부부의 시골 생활은 세계의 변화를 만드는 시발점을 제공했다. 그들은 당시 미국적 삶의 방식에 지친 여느 지식인들처럼 파리, 멕시코, 파라과이로 갈 수도 있었지만 니어링 부부는 미국에 머물며 미국인에게 깨달음을 주기를 원했다. 그들은 사회 체제의 대안이 될 원칙과 실제를 세우고 다듬어 공식으로 만드는 일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세계 안에서나마 올바르게 살아가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일을 하려 했다.

 스콧의 죽음은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스스로 원했던 뜻대로 세상을 떠난 스콧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헬렌은 이렇게 기록했다.

‘아주 천천히 그이는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점점 약하게 숨을 쉬더니, 나무의 마른 잎이 떨어지듯이 숨을 멈추고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나는 은총에 가득 찬 그이의 떠남에서 한 생명체가 자기 힘을 다 쓰고 자연스럽게 죽는 것을 목격했다. 스콧은 자신의 시간을 가졌고, 바라던 때에 갔다.’

 우리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바로 지금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헬렌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53년 동안 함께 살았던 스콧이 만 100세가 된 지 3주일 뒤 메인에 있는 집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 날 하나의 장이 막을 내렸지만,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이와 더불어 계속되고 있다……. 나는 무대 밖으로 사라진 그이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때가 되었고, 그 사람은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떠나갔다. 그이는 나보다 조금 앞서 우리의 조화로운 관계 밖으로 떠나갔다.'

 

 

 

 

 

 

 헬렌 니어링은 이 책을 87세에 썼다. 헬렌 자신보다도 스콧 니어링의 삶과 반세기에 걸친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탁월한 경제학자이자 사회주의자이며, 교육자이자 생태주의자인 스콧은 스스로 말한 것을 자신의 삶에서 그대로 실천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고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본보기다.

 이 책 속에서 헬렌은 스콧과 함께 보낸 충만한 삶과 100세 생일을 앞두고 스스로 음식을 끊음으로써 평화롭고도 위엄을 간직한 채 맞이한 스콧의 죽음을 통해 사랑과 삶, 죽음이 하나임을 보여준다. 또한, 두 사람의 사랑은 조화로운 삶, 참으로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이 어떤 삶인지를 보여준다.

 

- 월간지 '맑고향기롭게' 2017년 11월호에 게재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