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를 읽다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by 언덕에서 2011. 5. 18.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한용운(韓龍雲)의 시집. 1926년 회동서관 간행. 4ㆍ6판 양장, 168면. 표제시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알 수 없어요><비밀><첫 키스><님의 얼굴> 등 초기 시작품이 모두 90편이 수록되었다. 8ㆍ15광복 후 동명의 시집이 여러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그의 시는 불교적인 비유와 고도의 상징적 수법으로 이루어진 서정시인데, 그 사상적 깊이와 예술적 차원의 높이로 그는 한국 현대시 사상 가장 빛나는 시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한 사람 들라고 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만해 한용운을 꼽을 것이다. 어째서 그가 위대한가. 그는 다방면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독립운동가이고, 시인이었으며, 또한 승려였으며, 혁명가였다. 그러나 여러 방면에서 남긴 숱한 업적만으로는 그의 위대함을 설명할 수 없다. 그가 민족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된 진정한 까닭은 시인 조지훈이 지적했듯이 ‘혁명가와 선승(禪僧)과 시인이 일체화’되었던 그의 생애에 있다.



 만해 한용운의 시에 있어서 ‘님’, 또는 ‘당신’의 정체는 무엇인가? 《님의 침묵》은 88편의 작품으로 엮어져 1925년에 출간된 시집이다. 그 88편의 작품 중 ‘님’, ‘당신’이라는 시어가 들어 있는 작품은 모두 64편이나 된다. 이러한 님(당신과 같음)의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해명은 쉽지 않은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각기 조금씩 다르게 님의 존재를 밝혔는데 그것을 살펴보면 대충 다음과 같다.

(1) 첫째, 그의 님은 바로 일제에 빼앗긴 조국이었다. 또 민족의 정기라고도 했다. 만해의 님은 중생의 마음을 뜻하므로 ‘조국과 민족’이 그 실체라 했다.

(2) 둘째, 불교에서 말하는 중생을 그의 대표적인 님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그의 내면정신과 추구의 세계로 보아 불교적 진리가 힘있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님이라 했으며, 열반의 경지에 들게 하는 ‘참다운’, 즉 ‘무아(無我: anatman)’라고 했다.

(3) 셋째, 첫째와 둘째의 견해를 결합하여 복합적인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4) 넷째, 만해 한용운의 님은 생명적 근원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조국이 존재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사랑, 희망, 이상을 두루 상징하는 말이라고도 보았다. 또는 시인 자신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생명적 내지는 정신적 지주가 바로 님이며, 조국, 민족 또는 불타와 중생은 그와 같은 님의 의미 영역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만해 시의 님에 많은 의미를 대입(代入)할 수 있다. [님의 침묵]과 같은 시에서는 관능적인 시어로 보아 그것은 분명 사랑하는 애인이다. 그러나 [알 수 없어요]와 같은 작품에서 보면 그것은 자연일 수도, 불타 또는 절대자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신을 보았습니다]와 같은 작품에서는 잃어버린 조국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무난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님의 정체는 만해의 진선미(眞善美)를 구도(求道)하려는 정신적 구원의 지주(支柱)를 인격화한 것이다.






'시(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거래사(歸去來辭) / 도연명  (0) 2011.05.23
하관(下棺) / 박목월  (0) 2011.05.21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 충담사  (0) 2011.05.16
앞날 / 이성복  (0) 2011.05.09
봄 / 허홍구  (0) 201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