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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하관(下棺) / 박목월

by 언덕에서 2011. 5. 21.

 

 

 

하관(下棺)

 

                                          박목월 (1916 ~ 1978)

 

관(棺)을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주여

용납하옵소서

머리맡에 성경을 얹어 주고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오오냐 나는 전신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

이제

네 음성을

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하고 소리가 들리는 세상.

 

 

 


  

이 시를 읽으니 목월의 이별가.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그 시가 생각나네요.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떴나봅니다. 꿈에서 턱이 긴 얼굴의 동생이 그를 향해 “형님!” 하고 불렀고 목월은 “오오냐” 전신으로 대답하네요. 이 부분은 눈물겹습니다.

 

 제가 20살 때 53세였던 아버님은 별세하셨습니다. 간암수술의 실패가 원인이었지요. 요즘과 의료시스템이 달라서 당시 병원에서는 집에서 임종할 것을 권했습니다. 병원 측은 병원에서‘객사’하는 것보다는 살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적이라는 판단을 한듯합니다. 그날 동생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큰아버님이 집에 오셨습니다. 백부님과 부친은 평소에 형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뚝뚝한 사이였는데 그날의 광경은 의외였지요.

 “동생! 니가 우짜다가 이래됐노? 아이구 불쌍해라...” 그날 큰아버님은 온몸으로 오열하시데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게 경상도 남자들의 특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정(情)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항상 마음속에 감추고 사는 모습들이지요.

 목월과 동생분의 사이도 그러했군요. 요즘 말로 참 '짠한' 시입니다. 그나저나 목월의 동생도 가고 목월도 가고 제 아버님도 큰아버님도 그러하셨군요. 우리도 언젠가는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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