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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늦가을 풍경

by 언덕에서 2016. 11. 11.




늦가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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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아주 어렵게 짬을 내어, 오랜 벗 두 명과 함께 경북 영양군이라는 곳으로 갔다. 조지훈 생가와 이문열 소설 ‘변경’의 배경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저물어 가고 있는 가을의 고택(古宅)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조지훈 문학관은 시인의 유품이 많이 보존되어 있어 흡사 곁에 있는 시인을 대하는 느낌이었다.

 세상에는 당당히 생업을 접고 세계 일주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현실과 주어진 의무를 감내한 채 살아야 하는 보통의 삶들이 더 많다.

  나는 전자의 용기를 항상 부러워하지만 그보다는 유별나지 못한 후자의 타협을 더 주목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질 수 없는 삶들을 이해하려 할 때, 나의 노력에 비해 과하게 취했을지도 모를 성취를 지나치게 자부하거나 과장하지 않게 되고, 나눔을 실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함부로 살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듯하다.

 시도 때도 없이 막막해지는 심정은 왜였을까?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오자서(伍子胥)가 아니더라도 황혼 근처에 서 있는 사람은 가을이 깊어 가는 것을 흘려 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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