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단편소설 『소복(素服)』
김영수(金永壽. 1911~1977)의 단편소설로 1939년 1월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며 그의 첫 소설이다. 내용은 치정과 질투에 얽혀 유부녀가 끝내 남편을 죽게 하고 자신의 삶마저 파멸로 이끌어가게 하는 성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치정소설이다. 이야기는 남편을 죽게 한 아내 용녀와 그 후의 그녀의 뉘우침을 묘사하고 있다. 가난한 생활 때문에 한 여인이 도덕적으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여 인간 사회의 비정을 보여준다.
인정의 세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쓴 작가는 에로티시즘을 클로즈업시킨 작가라는 점이 우선 특기할 만하다. 작가가 에로티시즘의 탐미적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정비석의 <성황당>과 함께 당시의 창작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작가의 에로티시즘은 여러 작품 중 「소복」에서 성공적으로 나타난다. 작품의 자극적인 소재 때문에 단편소설이란 카테고리에 통속소설적 요소를 가미한 최초의 작가라고 창작계에서는 평하기도 했다. 당시 문단의 기념비적 수작으로 손꼽아야 할 「소복」이 통속소설로 평가받는 이유는 당시의 에로티시즘이 현대에 비해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와 끈적끈적한 만연체의 문장 때문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1930년대 후반이다. 인력거꾼 양서방은 나이 50이 가까워서야 겨우 이미 한 사내를 거친 일이 있는 29세의 용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살림을 차렸으나, 얼마 안 가서 용녀의 태도는 수상해진다. 남편 양서방이 느끼는 낌새대로 용녀는 반찬가게 주인인 곱슬머리 공서방과 정을 통해오고, 그 소문은 이웃에 펴져 양서방의 귀에까지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양서방은 아내의 마음이 돌아서기만을 기다리나, 용녀는 오히려 남편을 우습게 여기고 더욱 뻔뻔스러워지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양서방은 뚜쟁이 꼽추여인의 집에서 자기 아내와 곱슬머리의 정사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들을 장작개비로 내리패나 용녀는 도망가고, 용녀를 쫓다가 도로 방에 들어선 양서방은 어둠 속에서 곱슬머리의 급습으로 오금의 급소를 채어 신음하다가, 그것이 악화되어 결국은 죽게 된다.
용녀는 남편의 죽음만을 기다리던 참이라, 이젠 마음 놓고 곱슬머리와 동거생활을 한다. 그러나 용녀는 곱슬머리가 꼽추여인과 정사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자, 질투와 허황한 심정 끝에 자기 자신을 뉘우친다. 용녀는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막을 길 없어 눈이 퍼붓는 속에 이태원에 있는 남편의 묘소를 찾아 남편을 부르며 호곡한다.
이때 용녀는 눈을 맞으면서 양서방이 죽었을 때도 입지 않았던 소복을 입게 된다. 마음으로 입은 소복이었다.
이 작품은 도덕을 버리는 물질에 약한 인간이, 나중에 가서 다시 참다운 인간의 정을 되찾는다는 인정 소설이다. 여기에서 소복이란, 마음의 소복을 의미한다. 남녀 간의 치정 문제를 대담하게 취급하여 통속성을 띠고 있는 이 작품은 단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였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전까지의 통속소설은 장편소설들이 성공하고 있었다. 또한, 이 작품은 남녀 간의 치정 문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도,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주제를 저버리지 않고, 인간성 회복의 문제로 되돌아온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양서방이 아내 용녀와 상고머리의 간통장면을 들여다보는 대목의 묘사 등은 상당한 통속성이 가미되어 있어 당대 최고의 문학평론가 백철은 그의 [신문학사조사]에서 이 작품을 평하여, “「소복」은 한 마디로 말하면 단편소설을 갖고 통속소설로서 성공한 최초의 작품이다.”라고 하였다. 결국, 이 작품은 인간적인 삶의 생활상을 통하여 진정한 삶의 인간미를 그려낸 소설이다. 배신당한 아픔이 에로티시즘을 통해 나타나 있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나는데, 1930년대 당시의 성윤리의 모럴에 대한 일면을 예리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
「소복」의 등장인물은 그야말로 전적으로 성적 상관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본능의 나상을 제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는다. 이처럼 애증의 전개 과정만을 작품 전반에 초점을 두어 시현시킨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따라서 적어도 「소복」에 있어서만은 어떤 윤리적 한계성이나 도덕적 가치 기준과 같은 형이상학적 문제는 사실상 이외의 것으로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용녀’가 ‘양서방’의 묘소를 찾아 뉘우치면서 흰 눈으로 덮인 소복 아닌 소복을 입게 되는 라스트 신에서도 불륜관계에 대한 작자의 설득력을 대면할 수 있기보다도 ‘용녀’라는 자격을 시각적으로 클로즈업시킨 심미적 배려를 느끼게 된다.
인정적 세계의 추구를 작품화한 김영수 작가는 에로티시즘을 클로즈업시킨 작가다. 물론 이전의 작품들에 에로티시즘의 삽입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제의 선택이 주는 비중이라든가, 성적 본능의 발산과 선정적 장면이 주는 볼륨이 하나의 탐미적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정비석의 <성황당>과 함께 당시의 창작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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