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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쥘 베른 장편소설 『15소년 표류기(Deux ans de vacances)』

by 언덕에서 2016. 8. 3.

 

 

 

쥘 베른 장편소설 『15소년 표류기(Deux ans de vacances)』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1828∼1905)의 장편소설로 원제는 <2년 간의 방학>으로 1889년 발표되었다. 쥘 베른의 작품은 상상력 못지않게 사실성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단순히 기발한 상상에만 근거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그의 소설이 이처럼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백과사전이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본인의 말마따나 쥘 베른은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매우 생생한 배경 묘사를 선보였다.

 무인도가 배경인 모험 이야기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들 수 있다. 171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의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쥘 베른 역시 당시 유행하던 ‘로빈슨 이야기’의 하나로 『15소년 표류기』를 구상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작가는 무인도라는 공간에 고립된 소년들의 사회를 통해 인간 사회 전체를 보여 주고자 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어른이 되기 위한 이렇다 할 통과 의례가 없다. 이러한 모험의 간접 경험을 통해 청소년들은 상상력뿐 아니라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용기와 지혜, 의지를 기를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의 수도 오클랜드에 있던 체어맨 기숙학교에 다니던 이 아이들은 1860년 여름방학 동안 뉴질랜드 해안을 몇 주간 일주할 예정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아이들만 승선한 슬루기 호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바다로 떠내려가게 되고 뜻하지 않던 아이들만의 모험이 시작된다. 슬루기 호는 이름모를 해안에 좌초한다. 다행히 모래톱까지 배가 밀려 올라갔기에 아이들은 당분간 배 안에서 지내며 배가 상륙한 곳이 어떤 곳인지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배 안에 있는 물건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행운이었다.

 그런데 소년들이 좌초한 해안은 어디일까? 육지일까? 섬일까? 섬이라면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아니면 무인도일까? 그들은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프랑스인 조난자가 살았던 동굴로 거처를 옮긴 소년들은 그곳을 프렌치 동굴로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각 지역을 탐험하면서 그들만의 이름을 붙여 나갔고, 그들이 살게 된 섬의 이름은 어린 코스타의 의견에 따라 학교 이름을 본떠 체어맨 섬이라고 부른다. 가족들과 떨어졌다고, 아이들뿐이라고, 좌절하지 않고 그들은 그렇게 새 삶을 만들어 갔다. 사냥을 하고, 동물을 기르고, 설탕 대용물을 찾고, 섬을 탐험하고, 공부를 하며 매서운 겨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았다. 

 섬을 탐험하던 그들은 50년 전에 표류해 온 프랑스 인이 살았던 굴을 발견한다. 겨울이 오자 소년들은 눈 속에서 식량을 구하기도 하고 굴을 넓히기도 하면서 온갖 고생과 모험을 겪는다. 봄이 가고 또 겨울이 왔다. 그러던 어느날, 이 섬에 악한들이 상륙한다. 소년들과 악한들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지고 소년들은 힘을 합쳐 용감하게 악한들을 무찌른다. 그리하여 소년들은 악한들이 타고 온 보트를 이용하여 2년 만에 다시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온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협동심이나 모험심을 기를 수 있게 된다.

 

 

15소년이 표류하게 된 태평양 가상의 섬, 체어먼 섬

 

 

 아이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무인도의 곳곳에 이름을 붙인 다음, 섬도 기숙학교 이름을 따서 ‘체어먼 섬’이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 안정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19세기 서구의 강대국들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세웠던 것과 비슷하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자신들을 다스릴 지도자를 선출하기로 한다. 처음에는 고든이 지도자가 되지만 다음에는 선거를 통해 브리앙이 지도자가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은밀히 선거 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브리앙이 지도자가 되었을 때 얻게 될 이득을 재보기도 한다. 권력과 이득을 놓고 다투는 어른들의 사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도니펀은 자신을 따르는 아이들과 함께 결국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그때 악당들이 섬에 표류해 오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브리앙은 도니펀 일행을 찾아서 동굴로 데려온다. 그리고 아이들은 악당들이 머무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 밤에 연을 타고 올라가 불빛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브리앙의 동생 자크가 자신이 배를 묶었던 밧줄을 장난으로 끊는 바람에 배가 표류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연을 타겠다고 나선다. 사람이 연을 타고 올라간다는 설정 역시 기발할뿐더러 자크의 고백은 극적인 재미를 준다. 악당들이 섬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아이들은 악당들과 함께 표류해 온 케이트, 에번스와 힘을 합쳐 그들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2년 만에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어느새 “거의 다 자라 어른과 다름없었다.” 서로 갈등하면서도 협동하여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동안 소년들은 몸도 마음도 성숙한다.

 

 


 

 평생 동안 80여 편의 소설을 남긴 베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들 중 하나다. 공상 과학 소설과 모험 소설로 나뉘는 쥘 베른의 소설들은 발표 당시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베른은 작품 속에 19세기의 새로운 발명품을 도입하고 잠수함, 로켓, 인공위성과 같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장치들을 등장시켜 미래를 예언한 공상 과학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한 기계들이 모두 현실화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신기한 과학적 장치들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과 흥미를 이끌어 내는 그의 작가적 재능 때문이다. 그의 재능은 모험 소설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소년들의 기이하고 극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면모와 당시의 시대상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기발한 과학적 상상력,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 거기에 재미까지 갖춘 베른의 소설들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릴 만하다.

 『15소년 표류기』는 태평양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열다섯 소년이 약 2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 싸워 나가는 이야기로 소년들의 모임에서도 권력이 발생함을 보여주며 이는 후대에서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서 완성된다. 덤으로 당시 성행했던 제국주의 발상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