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尊嚴死)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
'미 비포 유'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됐지만 그 내면에는 존엄사라는 깊은 주제를 담고 있다. '미 비포 유(Me before you)'는 '당신 이전에 나'라는 뜻으로 '행복을 위해서 죽음을 택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영국의 이름난 연극 연출가 테아 섀록이 베스트셀러 <미 비포 유>를 영화로 옮겼다.
남자 주인공인 윌 트레이너는 M&A 겸 CEO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었지만 교통사고 후 전신마비로 온몸이 굳어버려 자신의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안락사를 고집한다. 여자 주인공 루이자 클라크는 사랑스러운 수다쟁이이자 윌이 사고당한 후 채용된 간병인으로 윌과 함께 6개월을 함께 지내며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는 존엄사(尊嚴死)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주제, 웃음과 감동, 눈물과 희망을 유려하게 전개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여행광(狂)이자 만능 스포츠맨에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윌이다. 뉴욕에서 M&A회사에서 기업사냥꾼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동거녀와 행복하게 살던 그는 어느 날 오토바이에 치여 중상을 입고 고향 영국의 고성(古城)에 돌아가 절망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6년간 일하던 카페가 폐업하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루이자는 가족에게 위로받기 이전에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닦달부터 당한다. 새 직장을 찾던 중 집에서 가깝고 보수도 좋은 간병인 일을 찾게 되고, 면접을 본 그날 바로 채용이 결정된다. 하지만 루이자가 간병해야 할 윌은 2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에게 쌀쌀맞기 일쑤다. 어느 날 윌이 루이자에게 유독 심한 독설을 퍼붓자 루이자는 참지 못해 그의 태도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그때부터 윌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던 사이, 루이자는 윌이 존엄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윌은 불의의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후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통보한다. 6개월 뒤에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로 가서,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죽겠노라고. 누구의 도움 없이는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기본적인 욕구조차도 해결할 수 없는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판단과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죽음뿐이다.
루이자는 그를 설득하려고 애쓰고, 그에게 자신의 옆에서 살아 달라고 부탁한다. 윌은 루이자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되돌리지 않는다. 그저 살아만 있는 건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윌은 루이자에게 커다란 선물을 남긴다. 자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루이자가 주도적으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루이자는 마지막 남은 시간을 윌과 함께하며 그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만 무위에 거친다. 그의 희망대로 ‘존엄사’는 이루어졌고, 루이자는 파리의 언덕을 오르며 그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영화는 상반된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존엄사’라는, 가장 첨예한 이슈를 꺼내들며 ‘죽으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사이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어 간다.
성(城)을 소유할 만큼 어마어마한 부를 자랑하는 집안의 남자와 근면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야만 하는 노동자인 여자의 삶은 극과 극이다. 부유한 남자 윌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끝내 죽음을 택하려는 점에서 존엄사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를 던져놓고 평범한 로맨스와 거리를 둔다. 하지만 이 영화 <미 비포 유>의 특별함은, 보호하고 보호받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결핍된 가치를 선사하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가난한 처녀 루이자는 백만장자 윌에게 인생을 소박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에 윌은 루이자에게 세상의 좋은 것을 누리면서 (가족들을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젠더와 계급의식은 엷지만, 사랑을 경험하며 서로의 뜻을 존중하는 과정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비교적 빠른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키스 신은 진지하고 따뜻하게 보였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담하고 정교한 연출 <아가씨> (0) | 2016.07.13 |
---|---|
단편영화 <소풍> (0) | 2016.07.08 |
중경삼림(重慶森林)을 보고 돌아온 밤 (0) | 2016.02.02 |
아하, 건축학개론! (0) | 2015.10.22 |
영화 <밀양(密陽)> (0) | 2015.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