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산복도로(山腹道路)
'산복도로(山腹道路)'는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산[山]의 중턱[腹]을 지나는 도로'를 뜻한다. 일반적으로는 경사지까지 개발이 이루어진 후, 가장 위쪽에 자리한 도로를 의미한다. 지난 휴일에는 산복도로를 걸어 보았다. 이곳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젊은 부모님이 신혼 시절을 보냈던 곳이라 내게는 의미 깊은 곳이다. 그 당시 부모님은 이곳의 판자집에서 기거하셨는데 바다가 보이는 관계로 근처에서는 영화촬영이 잦았던 모양이다. 더운 여름날, 영화를 찍느라 땀범벅이 된 영화배우 황해1씨가 물을 청하여 세수대야에 찬물을 부어 씻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사진 속의 어느 곳이 바로 그 장소였을 것이다.
6·25 전쟁을 거치며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은 기존 정착지에서 더 위쪽 산꼭대기까지 영세한 판자촌 마을을 형성하며, 도심부 부근에 몰려들었고, 그들은 부두 노동자로 또는 도심부 시장의 일꾼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 대표적인 이가 화가 이중섭이다. 그는 부두 노동자로 이곳 판자촌 마을에서 몇 년을 연명했다. 6·25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로 인해 몰려든 가난한 이농 인구가 산동네의 정착민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대중교통이 산동네까지 등장하며, 산복도로 아래는 더 이상 산동네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반듯한 집과 건물로 대체되며, 산복 도로는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경계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지금 이곳은 원도심 재생 사업과 더불어 관광 효과를 위해 '이바구 길'이라는 관광코스가 형성되어 있다. 부산역 맞은 편 언덕인 이곳은 시인 청마 유치환, 시인 김민부, 의사 장기려님 등의 흔적을 만들어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가파른 산비탈에 형성된 마을이라 168계단이 만들어졌다. 가파르기 짝이 없는 168계단을 내려올 때는 모노레일이 공사 중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멀리 바다를 보니 벌크(Bulk) 화물의 수송 기점이었던 재래식 부두인 1~ 4부두는 신항만의 완성으로 폐쇄. 매립되었고 지금은 재개발을 진행 중인 듯하다. 과거 3부두 자리였던 곳에 새로 세워진 큰 건물은 국제여객터미널인 것을 오늘에야 알게되었다. ‘초량 이바구길’이라는 이름의 길을 걸었다. 그 짧은 길을 걸으면서 나는 몇 번을 주저앉았다. 이곳에는 우리네 지난날이 길바닥에 흉터처럼 배어 있었다.
- 황해(1920년 - 2005년) :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나 1936년 경성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본명은 전홍구(全弘玖)이고, 예명인 ‘황해’(黃海)는 그가 젊은 시절 독립운동 진영에 몸담게 되면서 알게 된 백범 김구 선생이 그에게 붙여준 것이라고 한다. 일제 말기에 조선독립군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만주와 톈진 등지에서 프로파간다 악극단 신태양(新太陽) 소속 배우로 활동하다 1946년 귀국 후 ‘샛별극단’에 합류하여 악극배우로 명성을 얻었다.본명은 전홍구. 1950~70년대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고 있으며 액션 영화에서 활약해 허장강·장동휘·독고성·박노식 등과 함께 한국 액션 영화 전성기를 주도했다. 경성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제일가극단·신태양가극단 등에서 연기를 하다가 1949년 한형모 감독의 〈성벽을 뚫고〉로 영화에 데뷔하였다.〈자유전선〉(1955)·〈청춘쌍곡선〉(1956)·〈5인의 해병〉(1961)·〈두만강아 잘 있거라〉(1962)·〈독 짓는 늙은이〉(1969)·〈특공대와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9)·〈심봤다〉(1970)·〈평양폭격대〉(1971)·〈부초〉(1978)·〈그들도 우리처럼〉(1990) 등 2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1961년 제2회 대종상 남우조연상, 1970년 한국영화예술상 남우주연상, 1971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1972년 제11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1977년 제16회 대종상 특별상, 1979년 제18회 대종상 남우조연상, 2003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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