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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벽화 마을

by 언덕에서 2016. 5. 4.

 

 

 

 

 

벽화 마을

 

 

 

 

 

 

 

 

 

 

 

 

 

 

 

 

 

 

 

 

 

 

 

 

 

 

 

 

 

 

 

 

 

 

 

 

 

 

 

 

 

 

 

 

 

 

 

 

 

 

 

 

 

 

 

 

경남 통영의 관광명소, 동피랑 마을에는  '날개' 벽화가 있다. 동피랑에 가면 누구나 한번은 이 벽화 앞에서 '천사' 인증샷을 찍는다 한다. 통영항 언덕배기의 작은 마을, 동피랑은 한때 철거를 앞두고 있었지만 예술가들의 벽화 덕분에 이제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후로 벽화 그리기가 확산하면서 부산 감천문화마을, 서울 이화마을 같은 벽화 마을이 전국에 많이 생겼다. 그런데 예쁘게 변신한 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골칫거리도 늘기 시작했다. 아무 곳에나 차를 세우고 쓰레기를 버리는가 하면, 무분별한 사진 촬영으로 주민들의 사생활까지 침해되고 있는 점 등이다. 급기야 서울 이화마을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마을의 상징인 '꽃계단'을 훼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0여 년 동안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난 벽화마을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재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흉물스럽게 변한 곳이 있는가 하면 늘어난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증가하기도 한다.

 지난 주 야외 촬영 장소였던 부산 문현 벽화마을도 그곳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곳이다. 6.25 피난민들이 살기 시작했던 산속의 작은 마을인 이곳은 마당에 무덤이 있는 집이 태반이다. 이곳은 전쟁 전 공동묘지였던 곳이다. 언제 칠한 것인지 모르는 낡은 페인트 벽화는 흉물스럽기까지 하다. 이 가난한 마을 어디에서나 위를 바라보면 부산의 랜드 마크라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은 63층으로 현재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9개 공기업이 입주해 있고, 상주직원이 3,500여명이다.

 가장 가난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초고층 빌딩. 

 촬영에 동행한 이들은 이곳을 “폭압적인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년이 넘은 이들은 끔찍한 가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날 그 장면을 또다시 목격했고 그 가난을 페인트 벽화로 가린 점에 불편해 했다. 모두들 이곳에서의 3시간 동안이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나도 그러했다. 그래도 어디에선가 희망은 있지 않을까, 노력하면 뭔가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로 했다. 사진 속의 저 아이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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