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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적요(寂寥)

by 언덕에서 2016. 6. 23.

 

 

 

 

 

 

 

 

 

 

 

적요(寂寥)

 

 

너는 떠나고

나는 홀로

남아있다.

 

나는 말하지 않는 물음으로 너의 안부를 물었는데

너는 말 못하는 침묵으로 내게 답해서

나는 알게되었다.

 

갈 사람

올 사람

모두가 사라졌다.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네.

생각 닮은 우리

몸 담은 이 생에서.

 

뭐든 물러가는 이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대 가시는 길

이왕이면 눈물 나게 눈부시도록.

 

적요(寂寥),

창에서 빛이 쏟아진다.

텅비어 있다.

 

 

 

 

 

 

 

 

 

 

 

 

 

  

 

 

 


그는 가고 나는 남고... 사람은 가고 사랑은 남고... 그가 스위스 여행 중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지난 주였다.  망연자실한 나는 한 주일을 멍한 상태로 보내야만 했다. 그의 주검이 도착한 것은 이번 주였나보다. 어제 그의 딸로부터 부음이 왔다. 젊었던 그 시절, 직장동료 이상의 관계로서 우정을 주고 받았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또 지나갔다. 여러 사람이 모인 좌중에서 ○○씨는 이제까지 나의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러하다는 나의 말에

내 손을 꼭 잡아주었던 그가 생각났다. 장례식장이 있는 천안시로 가는 열차표를 끊고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상념에 잠기는데, 적요만이 나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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