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겔뢰프 단편소설 『늪텃집 처녀(Swamp Farm Girl)』
스웨덴 소설가 로비사 라겔뢰프(Selma Ottilia Lovisa Lagerlöf, 1858~1940)의 단편소설로 1908년에 발표되었다. '늪텃집'이란 '늪(근처) 자리에 있는 집'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늪가집 딸』로도 번역되어 알려져 있는 이 작품에서 20세기 초입 북유럽 전원의 분위기와 그들의 사회적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30~40년 전에는 국내 여러 출판사의 '세계명작소설' 전집마다 예외 없이 실려있었지만 최근에는 절판된 상태다.
이 작가는 뿌리 깊은 향토애, 신비와 마성에 가득 찬 북구의 전설, 거기에 작가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여성으로서 세계 최초로 190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버림받은 한 처녀의 순애로 한 청년의 영혼이 정화되고 애정의 신비에 눈떠가는 과정을 그린 『늪텃집 처녀』는 그 기조에 헌신적인 사랑을 숨기고 있다. 소박한 사람들의 믿음,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순애, 가난한 교구의 목사가 알려주는 대중의 행복. 작가가 써 내려가는 이 모든 것들은 황금만능에 젖은 대중들의 속된 마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골 재판소에서 양육비 청구 소송이 벌어진다. 조서에 따르면 원고는 가난한 하녀였고, 피고는 기혼 남자였다. 피고인 40대 부유한 남성이 자신은 하녀와 여하한 염문을 일으킨 바가 없고 하녀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 주장한다. 판사는 그에게 성서에 손을 얹고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선서하게 하였다. 바로 그때, 하녀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겠다면서 판사로 하여금 선서를 중단시키도록 요청한다. 하녀는 피고가 성서에 손을 얹고 거짓을 선서하여 더 큰 죄를 짓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판사와 방청객들은 숙연해진다.
하녀의 이름은 헬가였다. 마을 청년 구드문트는 헬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차에 태웠다가 그녀가 유부남과의 양육비 소송 때문에 법원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그녀가 취한 솔직한 행동을 본 후 그녀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겼고 기꺼이 마을로 돌아가는 마차에도 태워 주었다. 법원에서 취한 헬가의 행동은 헬가의 부모님에게도 전해진다. 헬가의 부모님은 딸을 용서한다. 구드문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헬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헬가는 구드문트의 집에 하녀로 일할 수 있게 된다.
구드문트는 헬가에게 어렴풋한 연정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던 중 면장의 딸 힐두르와의 결혼 이야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결혼식 날짜가 잡힌다. 힐두르는 헬가가 구드문트의 집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았고, 헬가는 다시 늪터에 있는 옛날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간다. 헬가는 자신이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늪텃집 아궁이 재를 구드문트의 집으로 가져왔었다. 그 방법은 한 번 밖에 쓸 수 없다고 했다. 이제 헬가는 구드문트의 집이 그리워도 그 마음을 달랠 도리가 없게 되었다.
결혼식을 앞두고 구드문트는 친구들과 엉망이 되도록 술을 마신다. 다음 날 마을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시체의 머리에서 부러진 칼날이 박혀 있는 것이 발견된다. 구드문트는 전날 기억이 하나도 없었지만 자신의 칼이 부러진 채 주머니 속의 들어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구드문트는 칼을 웅덩이에 버린다. 결혼식 날, 구드문트는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아버지와 아들은 처가로 가서 저간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한다. 약혼녀 힐두르와 면장은 구드문트 부자를 비난하며 야박하게 대한다.
구드문트는 그제야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사람은 헬가라는 사실을 깨닫고 헬가에게 가서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헬가는 구드문트의 칼을 자신이 부러뜨렸기 때문에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드문트의 구애를 뿌리친다. 헬가는 힐두르를 찾아가 구드문트가 범인이 아니므로 그에게 찾아가 야박하게 대한 것을 사과하고 결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힐두르는 구드문트에게 헬가가 전해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힐두르는 헬가의 용기에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구드문트는 헬가를 발견하고 그녀의 손을 꽉 움켜쥔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혼전관계나 출산에 대해서 관대하기 짝이 없는 북구의 사회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잘못이나 실수에도 변명의 말이 꼭 있게 마련이라는 의미로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여자의 정절을 중요시 여겨 혼전 관계나 혼전 출산을 금기시하는 우리의 전통인데, 소설 속에 나타나는 스웨덴의 경우는 우리와 비교된다. 작품의 배경인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관대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배척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오늘날 미혼모에 대한 북구의 사회복지제도가 세계의 모범이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 존중의 전통이 오랫동안 몸에 밴 결과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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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 오틸리아나 로비사 라겔뢰프는 스웨덴 작가로 19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이다. 라게를뢰프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어릴 때 한동안 다리를 절었기 때문에 가정교사에게서 교육을 받았다. 그 뒤 스톡홀름에서 여자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고, 1885년에 란스크로나로 가서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창작에 전념했다.
『늪텃집 처녀(늪가 집 딸)』는 가난한 처녀의 선의와 사랑을 그린 이야기인데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모성적인 깊은 애정은 이 밖에도 많은 작품을 낳게 했다. 소년소녀용으로는 <닐스의 신기한 여행>이 유명하다. 작가는 19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이라는 명성을 얻었으나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0년 3월 고향에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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