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란 단편소설 『별 모양의 얼룩』
하성란(河成蘭, 1967~ )의 단편소설로 [창작과비평]지 2001년 봄호에 게재되었다. 이후 2002년 간행된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에 수록되었다. 단편소설『별 모양의 얼룩』은 작가의 소설에는 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인물들의 무력감과 파편화된 현대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이 주인공들은 타인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고독한 내면을 지닌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들에 밀착하여 그의 내면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냈는데, 이러한 정밀한 묘사 방식은 작가가 고수하고 있는 소설적 기법이다. 작가는 소외와 단절의 공간을 살아가는 고독한 현대인일지라도 타자와의 소통을 욕망하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다.
이 작품은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씨랜드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이 작가의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에 대해 문학적으로 재구성하고, 그러한 일이 벌어진 배경과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탁월한 면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팔뚝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극중 인물들의 슬픔과 그들의 상처가 그대로 전이되면서 읽는 이의 모든 감각을 극도로 긴장시킨다.
무덤덤한 서술로 시작되는 소설은 곳곳에 잠재되어 있는 슬픔을 결코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형용사와 수식어를 최대한 자제하여 씌어진 메마른 이 소설은 아마도 독자를 모두 슬픔에 빠지게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맞벌이 부부인 ‘여자’와 남편 사이에는 여섯 살 된 딸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샛별유치원 여름캠프 야영 행사 때 죽었다.
여자는 직장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아이가 야영에서 돌아오는 날 직장에 휴가를 낼 생각이었다. 아이는 야영을 떠나던 날 아침, ‘엄마,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했고 여자는 ‘안녕히 계세요,가 뭐야?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해야지.’라고 고쳐주었다. 그것이 탈이었을까?
화재는 야영장 숙소 가운뎃동인 B동 204호에서 시작하여 삽시간에 건물 한 동을 집어삼켰다. 그 시간 204호에는 오랜 시간의 여행 때문에 일찌감치 곯아떨어진 아이들만 남아 있었다. 산이라 모기가 많았고 선생은 방 한가운데 모기향을 피워두고 자리를 비웠고, 그들은 밖에서 회식을 했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방문이 밖에서 걸려 있었다고 했다.
스무 두 명 죽은 아이들의 유가족은 '유치원참사 1주기 추모행사'를 위해 화재현장에 다녀오다 현장 인근 가게 주인이 그날 한 어린애를 목격했다는 말을 듣는다. 시간은 참혹한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전이었으며, 그 아이는 노란색 유치원옷에 가슴에는 별 모양의 브로치를 달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자는 그날 아침 노란색 원복을 입은 아이의 가슴에 얼룩이 졌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슬픔과 고통에 절규하는 분위기 속에서 혹시 자신의 아이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아이의 자취를 확인하러 그들이 다시 그 곳에 도달했을 때 ‘여자’에게 전해지는 아픔과 안타까움은 배가 되어 돌아온다.
『별 모양의 얼룩』은 1999년 6월의 씨랜드 화재참사를 날카로운 사실주의적 필치와 빼어난 테크닉으로 극화한 수작 중의 수작이다. 도입부에서 작가는 화재로 숨진 아이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다. 다만 작중화자인 ‘여자’라는 존재가 선명하게 나온 여자 아이 사진을 부지런히 찾는 장면을 보여줄 뿐이다.
맞벌이 생활의 고단함 때문에 아이를 정성껏 돌보지 못한 여자에게 아이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 죄인이 된 심정이며, 아이에게 모질게 대했던 모든 장면들은 그 죄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 비통한 장면은 졸지에 자식을 잃은 여자의 내면심리뿐 아니라 평범한 도시사람들이 겪는 일상의 비애를 해명이나 수사 없이 그대로 전달한다. 대단한 필력이다.
♣
소설집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냉랭한 시선 속에서 자신의 갈피를 잃고 헤맨다. 그리고 그 작은 경련 하나 놓치지 않으면서 담담히 서술해가는 작가의 시선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날카롭다.
소설이 사회에 어떤 힘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해 보면 답은 늘 자신 없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화재와 태풍 매미의 피해들을 겪고 난 우리에게, 그 동안 많이 잊고 있던 씨랜드 참사사건을 이토록 섬뜩하고 가슴 아프게 다시 살려낸 작가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재작년에는 이들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인 세월호 사건까지 있었다. 거듭되고 반복되는 사건들에도 사회는, 국가는 반성하지 않는다. 소설가의 사명은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예언을 하는 것이다.
시대가 미쳐버리지 않도록,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을 미리 말해버리는 것은 인문학의 사명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표제작인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에서는 신화적 요소와 금기, 파기의 충돌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기술하고 있다. 모처럼 좋은 작품을 읽었다는 생각에 전율이 돋았다. 문학의 또 다른 사명은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재앙들을 절대 놓치지 않고 손끝에서 살려내는 것이다. 우리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으며, 앞으로 우리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 1999년 6월 30일 새벽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인 '놀이동산 씨랜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여 잠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사고 당시 현장에는 서울 소망유치원생 42명, 서울 공릉미술학원생 132명, 안양 예그린유치원생 65명, 부천 열린유치원생 99명, 화성 마도초등학교 학생 42명 등 497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7명 등 모두 544명이 있었다.화재 발생 후 1시간이 지난 새벽 1시 41분, 신고를 받은 소방관서에서는 현장에 소방차 20여 대, 소방관 70여 명, 경찰 250여 명 등을 출동시켜 화재진화와 인명구조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불이 나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와 건물 붕괴위험 등으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불은 맨 처음 수련원 2층 C동 301호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옮겨붙은 것으로 보였다. 화재원인은 방 안에 피워둔 모기향이 이불에 옮아 붙었거나, 전기 누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밀검식을 하였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였다.이 수련원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건물로, 청소년을 위한 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구조물이었다.수원지방검찰청과 화성경찰서는 씨랜드 대표와 화성군 관계자 등을 소환하여 수련원 준공 및 사업허가 경위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화성군으로부터 준공 및 사업허가 관련 서류 일체를 넘겨받아 이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집중수사한 검찰은, 이들 사이에 인허가를 둘러싸고 비위 사실을 밝혀 내었다.[네이버 지식백과] 씨랜드청소년수련원화재사건 (두산백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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