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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이슬람과 서구 문명의 미래는 어떨까?『문명의 충돌』

by 언덕에서 2015. 12. 3.

 

 

 

 

 

이슬람과 서구 문명의 미래는 어떨까?『문명의 충돌』

 

 

 

 

 

 

 

 

사무엘 헌팅턴1의 역저『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 1993)』은 문명사적 관점에서 국제질서의 변화를 예견한 책이다. 냉전 종식으로 인한 오늘날의 세계를 그리스도교, 중국, 아프리카권, 아랍 등으로 나눠 조명하고, 향후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중국이 크게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학자인 컬럼비아 대학교의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슬람에 대한 헌팅턴의 견해를 주목하면서 서구인들이 이슬람 교도에 대해 '광적인 테러리스트 집단' 이라는 경계심을 풀지 않는 한 이슬람과 서구 문명의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근대화는 서구화로 귀결된다는 서구 문명의 우월감이 착각이다'는 헌팅턴의 주장은 이슬람권의 서구에 대한 9.11 테러와 최근의 IS 사태 등을 생각할 때 '근대화는 서구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서구권의 주장이 과연 맞는 것인지 생각게 한다. 이 책은 현대 세계 정치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결론에 이르기까지 동원된 방대한 정보량과 시대를 바라보는 탁견은 냉전 이후 나온 책 중에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새뮤얼 헌팅턴은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의 교수이자, 미국 정치학회의 회장을 역임하였고, 카터 행정부 때 입각하여 현실 정치에도 참여한 이론 정치와 현실 정치의 체험을 두루 갖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이론 정치학과 현실 정치의 경험을 배경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틀은 '문명 패러다임'과 '문명 충돌론'이다. 그는 미국의 정치학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지만 곧 비교정치학, 외교정책, 국제관계, 근대화로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동아시아와 이슬람의 부상을 강조하면서 후속으로〈문명의 충돌과 세계 질서의 재편 : The Clash of Civilizations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 〉(1996)을 발표하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이제는 세계 문명 사이의 갈등이, 국제관계 속에서 가장 지배적인 분열이었던 국가 혹은 이데올로기 간의 갈등을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Ⅲ

 

 새뮤얼 헌팅턴은 세계를 중화·일본·힌두교·이슬람·정교·서구·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라는 8개 문명으로 나눈다. 각각의 문명이 맞닿는 곳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슬람 성전을 지어야 할지, 힌두교 신전을 지어야 할지는 두 건물 모두를 지어도, 혹은 아예 어떤 건물도 짓지 않아도, 또는 이슬람과 힌두교를 적당히 합친 건물을 짓는다 해도 풀리지 않는다.”

 헌팅턴에 따르면 테러 문제의 해법은 결국엔 문화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에 있다. 이슬람국가(IS)는 잔인한 테러로 악명 높다. 그들은 이슬람 대 비이슬람 구도를 만들어 ‘문명의 충돌’을 이끌어 내고 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피에르 장 뤼자르2는 그들의 폭력에 맞선 서방세계 군사동맹 자체가 IS의 계획이 성공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찮다. 정치학자인 스텐포드 대학교의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의 의견은 '아주 작고, 급진화된 무슬림 소수파가 테러리스트적 이미지와 폭력을 사용해 그들의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벌이는 갈등'이다는 것이다. 즉, 소수 극단주의자들이 전 세계 평화애호가들을 겨냥해 벌이는 갈등이라는 말이다. 전 세계 평화애호세력은 어떤 종교, 어떤 이념을 갖고 있든지 간에 폭력과 극단주의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을 문명의 충돌로 몰고 갈 경우 세계가 그들의 전략에 말려들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들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종파와 민족, 그리고 이념이 난마처럼 뒤엉킨 문명충돌의 현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이 새뮤얼 헌팅턴은 냉전 종식 이후 국제 분쟁은 문명 간 충돌 양상을 띨 것이라고 ‘예언’했다. 1996년 저서에서 “이념 갈등이 사라진 자리를 서구 기독교 문명권과 이슬람이나 유교 문명권의 충돌로 대치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요즘 중동 사태를 보면 문명충돌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슬람 문명권인데도 사분오열된 종파끼리 더 격렬히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소수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에 맞서 수니파 중심의 반군과 IS가 3각 혼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가 그 러한 단적인 에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은 반군을 지원하는 반면 러시아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돕고 있다. 이 와중에 시리아 민간인들의 질곡은 깊어만 가고 있는 게 비극의 본질이다.   

 

 


 

 

 문명이 다르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헌팅턴의 주장대로라면 '문명이 같다면 충돌할 가능성이 적은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전쟁은 한 문명 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고대에서부터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현재까지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들이 그렇다. 물론 과거에는 현대에 비해 문명 간의 교류가 적었긴 했으나 문명 간의 교류가 잦아지는 것이 헌팅턴이 구분한 문명 내에서의 충돌이 줄어드는 것이나 문명 간의 충돌이 늘어나는 것의 확실한 근거는 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의 원인은 굳이 문명 간의 차이에 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십자군 전쟁을 포함하여 서구와 이슬람은 오랜 기간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유럽 내의 국가들은 그네들끼리 피튀기는 전쟁을 했다. 반대의 예로 문명 간의 평화를 지적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슬람을 제외하고는 문명들 간의 갈등으로 인한 전쟁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은 이슬람의 주요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과 동맹관계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로 미루어보아 서구와 이슬람 간의 갈등은 두 문명 사이의 근본적 차이에 있다기보다는,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주의적 착취와 서구의 오만방자함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헌팅턴은 카터 미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안보기획조정관을 지낼 때 매파로도 유명했던 그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 (1927 ~ 2008)군사정치학과 비교정치학 분야에서 학문적 성과를 올리고 이론정치와 현실정치를 두루 체험한 정치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전략촌' 정책을 수립했으며, 1974년부터 1976년까지 국방 및 군비감축 민주당자문회의 의장을 지내고, 카터(JimmyCarter) 행정부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안보기획조정관을 지내는 등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했다. 1970년에는 계간 시사전문지 「Foreign Policy」을 창간해 공동 편집인으로 활약했으며, 미국 정치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8년 12월 24일 향년 81세로 생을 마감했다. [본문으로]
  2. 저자 피에르 장 뤼자르(Pierre-Jean Luizard)는 1954년 파리 출생이다. 역사학자이며 국립과학연구센터(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책임연구원, 파리 세속종교사회학파(Groupe de sociologie des religions et de la la?cit?) 연구원이다. 여러 해를 중동 국가들, 특히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페르시아 만, 이집트에서 머물렀다. 이들 국가의 현대사 연구가인 지은이는 특히 이슬람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그런 견해들이 현 정치체제에서 맡고 있는 역할에 관심을 가져왔다. 예를 들면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의 역사, 특히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의 개혁을 통한 이슬람 수정주의의 역사, 이집트를 구성하고 있는 수피교도 평신도회와 같은 대중적 이슬람의 역사 등이다. 지은 책으로 『현대 이라크의 형성』, 『이라크의 문제점』, 『이슬람 영웅 아야툴라 마흐디 알칼리시의 생애』 등이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