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 / 노래 이씨스터즈☜
1
하늘이 푸릅니다. 창문을 열면
온방에 하나 가득 가슴에 가득
잔잔한 호수같이 먼 하늘에
푸르름이 드리우는 아침입니다.
[후렴]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돌아오실 당신의 하루해가 그리워
천년처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2
바람이 좋습니다. 창문을 열면
이마의 머리칼을 가슴에 스쳐
먼 어느 바닷바람 산 윗바람
당신과의 옛날을 일깨웁니다.
[후렴]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돌아오실 당신의 하루해가 그리워
천년처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3
낮달이 떴습니다. 창문을 열면
저렇듯 푸른 품에 안기었어도
너무 밝은 낮에 나와 수집은 얼굴
낮달이 지기 전에 돌아오세요.
[후렴]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돌아오실 당신의 하루해가 그리워
천년처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침마다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온 위의 노래가 마음을 즐겁게 했다. 그때가 국민학교 저학년이었음에도 밝고 상쾌한 기분이 드는 노랫말과 경쾌한 리듬과 숙녀들의 아리따운 음성이 내게는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정확하게 20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그때 내가 다니던 회사는 ‘7.4’제라는 출퇴근 제도를 실시 중이었다. '신경영'이라는 기치 아래 7시에 출근하여 4시에 퇴근하자는 근무 시간제였다. 아침 7시에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새벽 5시에 일어나야만 했는데 실제는 퇴근 시간이 예전 그대로여서 출근 시간만 앞당겼던 '골치 아픈' 제도였다. 당시 나는 부산시 외곽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에 새로 지은 자동차 공장에서 총무과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옆 동네에서 출발하여 6시 경에 우리 동네 어귀에 도착한 통근버스를 타면 차는 다음 정류지인 ○○초등학교 앞에 멈춰 섰다. 차창으로 밖을 내려다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곳은 한 명의 젊은 사원만이 타는 정류장이었다. 새벽이어서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을 때였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청년 옆에는 누군가가 항상 옆에 있었다. 가정복 차림의 젊은 새댁이었다. 아리따운 젊은 부인은 새벽마다 일하러 나가는 남편을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하고 있었고 이후로도 빠짐없이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하는 노래와 그 장면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노래를 들으면 언제나 그 두 사람이 생각난다. 지금은 중년 부부가 되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래를 작곡한 김동진 선생은 내가 다닌 중. 고등학교 교가의 작곡가여서 더 정감이 간다. 그리고 박두진 선생께서 만든 노랫말은 너무도 아름다워 지금 읽어도 한숨이 난다.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귀여운 아기가 잠을 잘 자라고 뜰에서 울던 새도 자리를 비켜주는 장면은 천상에서 내려온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심(詩心)이 아니면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림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돌아오실 (퇴근하실) 당신을 기다리는 마음이 천년 같다고 한 마음도 그렇다.
시인은 3절에서는 낮달이 푸른 하늘에 안겨서 수줍다고 쓰고 있다. 하루 종일 남편을 기다리면서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새댁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되어 요즘도 이 노래를 듣고 또 들어본다.
☞1962년에 KBS 라디오방송 아침 7시 20분에 시작한 프로인 "창문을 열면"의 주제가이다.
☞이씨스터즈는 60년대 초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허니김스"라는 듀엣(김천숙, 김명자)으로 활동하다가 64년에 이정자씨가 가세하면서 "이씨스터즈"라는 이름(당시 김씨스터즈가 활동하고 있어서)으로 바꾸고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울릉도 트위스트", "서울의 아가씨",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목석 같은 사나이", "남성금지구역" 등 히트곡을 양산하다가, 67년 이정자씨의 솔로 전향으로 해체위기를 맞지만 김상미씨의 가세로 이씨 없는 "이씨스터즈"로 2기 활동을 하게 된다. 제 2기 이씨스터즈는 주로 건전가요를 많이 취입하였는데, " 날씬한 아가씨끼리", "좋아졌네", "창문을 열면"등이 널리 알려졌고, 73년에 데뷔 10주년 기년음반을 과거히트곡으로 재취입한다. 음색은 이정자씨가 있을 때의 이씨스터즈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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