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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진정한 이해

by 언덕에서 2015. 9. 3.

 

 

 

 

진정한 이해

 

 

 

 

 

영화 '박하사탕' 중 물고문 장면

 

 

 

註) (전략) 젊은 시절 법륜스님은 낮선 남자들로부터 납치되어 안가(安家)라는 곳에서 고문을 당한다.

 

 제가 그 고문을 당할 때 너무너무 고통스러워 악을 쓰는데 한편에서는 분노도 엄청나게 일어났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잡아다가 두들겨 패고 고문을 하니까 제 마음 속에 끓어오르는 분노가 얼마나 컸겠어요.

‘나가기만 해 봐라. 너희들 다 죽여버린다.’

 그때 만약 제 손가락이 총이라면, 나갈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다 죽여버렸을 겁니다. 그런 분노 속에서는 눈에 뵈는 것이 없지요. 그저 힘이 없으니 못 했을 뿐이지요.

 고문당하는 사람은 죽지 않으려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악을 쓰고 발버둥을 치니까 그 힘이 얼마나 크겠어요. 그러나 한 사람을 고문하려면 덩치가 큰 장정이 세 명쯤 붙어야 합니다. 고문당하는 사람도 고통스럽지만 고문하는 사람도 힘듭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도 힘들다고 중간 중간 쉬어가면서 하지요.

 그렇게 고문을 하다가 잠깐 쉬는데 자기들끼리 담배를 한 대씩 빼물고 둘러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 딸이 오늘 대학 예비고사 보는데 시험을 잘 칠지 걱정이다. 이놈 자식, 좀 잘 쳐가지고 어디라도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야 할 텐데. 지방 대학 가면 우리 살림에 이거 큰일이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뭐라고 대꾸하고 또 맞장구치면서 두런두런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보통 시골 술집에 모인 사람들이 집안 걱정하는 것과 똑같은 아무개 아빠, 아무개 남편, 아무개 아들입니다. 부인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고, 아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아빠이고, 부모들이 볼 때에는 사랑하는 아들이겠지요. 어쩌면 저 사람들은 공무원으로서 나라를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몰라요. 집에 가면 수고했다고 부인이 저녁상을 차려줄 테고 애들도 아빠에게 와서 오늘 시험이 어땠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철천지원수가 아니에요. 그런데 조금 전까지 내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떻게 인간이 이럴 수가 있나 싶은 거죠. 그걸 보면서 제 마음 속에 있던 미움이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들에 대한 증오, 열이고 스물이고 다 죽여 버릴 것만 같았던 분노와 미움이 다 사라졌어요. 그들을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지요. 제가 그 동안 성경이나 불경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몇 가지 문제도 풀렸어요. 『보왕삼매론1』에 있는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라는 구절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성경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서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지은 죄를 모릅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씀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 경험을 통해서 그 뜻을 알게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들 사형집행인들은 그냥 그런 일을 하는 직업인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분노가 일어나지 않으셨고 응징하기보다는 용서하는 마음을 내신 것이지요.

 

(중략)

 

 이런 데서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은 이론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지식으로, 머리로 굴려서 아는 알음알음이가 아닙니다. 결국 이것이 연기법2(緣起法)이에요. 한 면만 보지 말고 양면을 같이 보라는 겁니다. 그러면 모든 모순이 해결됩니다. 한 면만 보니까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지.’ 하지만 두 면을 같이 보면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이 열립니다.

 

- 법륜 저 『지금 여기 깨어있기』222 ~ 228쪽

 

 

 

 

 

 

  1. 이 보왕삼매론에 나오는 말은 원래 『보왕삼매염불직지(寶王三昧念佛直指)』라는 책(신수대장 경 47권에 수록) 가운데 제 17편에 수록되어 있는 열 가지 큰 장애가 되는 행이라는 십대애행(十大礙行)에 나오는 10가지 금언을 발췌한 것이다. 『보왕삼매염불직지』는 명나라 때 묘협(妙叶)이 1395년에 지은 것으로 줄여서 염불직지라고도 하는데 보왕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부처님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쓰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염불삼매를 가리키는 말이다. 모든 삼매 가운데 염불삼매가 으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보왕삼매론은 10개의 금언으로 되어 있는 내용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念身不求無病)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긴다. 그래서 성인인 부처님께서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로 하였느니라.2. 세상살이에 어려운 일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處世不求無難)세상살이에 어려움이 없으면 교만하고 사치스러운 마음이 반드시 일어난다. 그 래서 근심과 어려 움을 해탈의 길로 삼으라 하였느니라.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究心不求無障)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움이 거쳐야 할 과정을 무시하고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장애를 소요(逍遙)로 삼으라 하였느니라.4. 수행에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立行不求無魔)수행에 마가 없으면 서원이 견고하지 못하다. 그래서 마구니를 법의 도반으로 삼으라 하였느니라. 5. 일을 도모함에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謀事不求易成)일이 쉽게 이루어지면 뜻이 가볍고 오만해진다. 그래서 일의 어려움을 편안한 즐거움으로 삼으라 하였느니라.6. 사람을 사귐에 있어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交情不求益我)나만 이익을 얻고자 하면 도의를 무너뜨리고 잃게 된다. 그래서 나를 손해되게 하는 벗과 사귀는 것으로도 재산으로 삼으라 하였느니라.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於人不求順適) 남이 나의 뜻에 무조건 순종하면 스스로 우쭐거리는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나 의 뜻을 거역하는 사람도 동산의 숲을 삼으라 하였느니라. 8. 덕을 베풀되 대가를 바라지 말라.(施德不求望報) 덕을 쌓음에 있어서 대가를 바라면 내가 의도하는 것이 있게 된다. 그래서 왕성하고 영광스러운 덕이라도 헌신짝처럼 여기라 하였느니라.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見利不求霑分)분수에 넘치는 것을 바라면 반드시 어리석은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서 작은 이익을 부귀로 여기라 하였느니라.10.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해명하려고 하지 말라.(被抑不求申明)해명하려고 하면 아상(我相)과 인상(人相)을 없애지 못한다. 그래서 억울함을 받아들이는 것을 수행의 문으로 삼으라 하였느니라. [본문으로]
  2. 연기(緣起)는 인연생기(因緣生起) 즉 인(因: 직접적 원인)과 연(緣: 간접적 원인)에 의지하여 생겨남 또는 인연(因緣: 통칭하여, 원인)따라 생겨남의 준말로, '연(緣: 인과 연의 통칭으로서의 원인)해서 생겨나 있다' 혹은 '타와의 관계에서 생겨나 있다'는 현상계(現象界)의 존재 형태와 그 법칙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 세상에 있어서의 존재는 반드시 그것이 생겨날 원인[因]과 조건[緣]하에서 연기의 법칙에 따라서 생겨난다는 것을 말한다. 연기의 법칙, 즉 연기법(緣起法)을 원인과 결과의 법칙 또는 줄여서 인과법칙(因果法則) 혹은 인과법(因果法) 또는 인연법(因緣法)이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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