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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아판티의 꿈 해몽

by 언덕에서 2015. 9. 1.

 

 

 

 

아판티의 꿈 해몽

 

 

 

 

 

 

옛날 초원 제국의 대왕이 뒤숭숭한 꿈을 꾸었다. 이빨이 다 빠지고 어금니 하나만 남는 꿈이었다. 무언가 불길했다. 그래서 가장 지혜로운 대신에게 물었다. 대신은 이렇게 해몽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꿈속에서 이빨은 가족을 뜻하옵니다. 어금니는 전하이옵니다. 어금니만 남고 다른 이는 다 빠졌으니, 이 꿈은 전하의 가족들은 모두 죽고 전하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뜻이옵니다.”

 대왕은 불같이 화를 냈다.

 “뭐라고? 내 가족들이 다 죽는다고? 이런 발칙한 것! 저자의 목을 당장 베어라!”

 대신은 꿈 해몽 한 번 하고 목숨을 잃었다.

 대왕은 다시 백성들 사이에서 가장 현명한 이로 알려져 있는 아판티를 왕궁으로 불러들여 이 꿈을 해몽하게 하도록 하였다. 아판티는 이렇게 해몽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꿈속에서 이빨은 가족을 뜻하옵니다. 어금니는 전하이옵니다. 어금니만 남고 다른 이는 다 빠졌으니, 이 꿈은 전하의 가족 가운데 전하가 가장 장수하실 것이라는 뜻이옵니다.”

 대왕은 기분이 좋아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과인이 그렇게 장수한다고? 허허허, 이 현자에게 큰 상을 내리도록 하시오!”

 아판티는 꿈 해몽 한 번으로 부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위구르족1의 민담이다. 대신과 아판티의 꿈 해몽은 같았다. 그러나 한 사람은 죽임을 당했고 한 사람은 큰 부자가 되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차이는 오로지 프레임에 있다.

 대신의 프레임으로 꿈을 보면 대왕은 매우 불행한 사람이다. 앞으로 그에게 남은 것은 가족을 하나하나 잃어가는 불행과 비탄 밖에 없다. 그는 남은 가족이 있더라도 그들이 곧 죽을 것이라는 비통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는 상실에 슬픔이 더해지는 프레임으로 이 사태를 지켜볼 것이다.

 아판티의 프레임으로 꿈을 보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가족들은 하나둘 세상을 뜨겠지만 대왕은 천수를 누릴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하나둘 잃어가는 것은 슬프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왕은 자신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다. 그는 상실에 대한 위안을 얻는 프레임으로 이 사태들을 바라볼 것이다.

 

 

 - 이상수 지음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74 ~ 76쪽

 

 

 

  1. 전에 중국에서는 회흘(回紇)·회골(回鶻)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은 중국 북서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新疆維吾爾自治區]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러시아 연방의 중앙 아시아 지역에 살고 있다. 위구르라는 이름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는데, 중세시대 아시아 내륙지방에 위구르 왕국이 존재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중세의 사람들과 지금의 위구르족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20세기 말엽 중국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은 600만 명 이상이며, 이들의 대부분은 신장 지역에 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지역에도 2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대부분의 위구르족은 정착생활을 하며, 계곡에 형성되어 있는 오아시스와 톈산 산맥[天山山脈], 파미르 고원 및 이들과 이어진 산들의 낮은 구릉지에 거주한다. 이들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서 농업용수를 조달하기 위해 관개작업을 해야 한다. 주요농작물은 밀·옥수수·수수 등이다. 주요 산업용 농작물인 목화가 이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재배되어왔다. 가축도 일부 키우고 있으며, 신장 지역에서 석유가 발견되어 이 지역에 산업경제를 위한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구르족의 주요도시로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烏魯木齊], 키르기스스탄과 중국의 국경지역에 있는 고대무역 중심지였던 카슈가르가 있다. 근세기에 들어 위구르족은 19세기 베이징[北京] 중앙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켰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정치적인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고유한 사회조직은 마을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결혼도 한 마을 안에서 이루어지며, 각 마을마다 마을의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조직이 있다. 아시아 내륙에 주거하는 대부분의 투르크 제민족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수니파(派) 이슬람교도들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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