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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다른 절로 가보시오

by 언덕에서 2015. 8. 26.

 

 

 

 

 

다른 절로 가보시오

 

 

 

 

 


註) 법륜1스님은 젊었을 때 경주의 어느 절에 법사2로 있었다. 그곳에서 어린이 법회도 열고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청년회 법회도 열었다. 그런 어느 날 팔이 없고 쇠갈고리를 단 상이군인이 찾아왔다. 그는 중이 되기 위해 그곳에 왔다고 했다.

 법륜은 중을 얼마나 우습게보기에 아무나 중이 되겠다고 하는가 하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포교당은 애들을 가르치는 곳이어서 스님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안내하고 산에 있는 다른 절에 갈 것을 권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여러 군데의 다른 절에 이미 갔었지만 다 안 된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그러면서 이 포교당에 가면 자신과 같은 사람을 받아줄 것이라며 종이를 한 장 주더라는 것이다. 그 종이는 "마음이 답답한 자여, 이리로 오라. 여기 부처님이 마련하신 좋은 안식처가 있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법륜 자신이 제작하여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이었다.

 그 사람이 가고 난 뒤에 너무도 충격이 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나라는 인간은 이런 모습으로는 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자기도 구제 못 하는 게 남을 구제한다고 사기치고 다니니 이런 이중 인격자가 어디 있는가?’

 그 동안 그는 큰 절 주지스님들이 돈만 밝히고 자기만 생각하지 중생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나 법륜 자신이 포교한답시고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공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권위자 아무개가 쓴 글을 읽고 학습해서 불교 교리를 학교 선생님이 아이를 가르치듯 가르쳤어요. 그 이후로 경을 읽으면 글자 이면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금강경』을 읽어봐도 내용이 공허하게 보였어요.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그것 또한 아니고’이렇게 막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렇게 말하는 이면이 보였습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다가 비로소 달을 보듯이 글자 너머의 내용을 볼 수 있게 되었지요.

 우리들은 각자 자기의 허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착한 사람이 무섭다고 제가 종종 이야기하지요? 왜 그럴까요? 남에게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옳다고 생각할 때 그 ‘옳다’는 생각이 아주 강합니다. 생각을 돌이킬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원래 엄벙덩벙 하고 남의 비난을 종종 듣는 사람은 자기가 잘났다고 고함치면서도 속으로는 자기가 문제라는 것을 조금은 알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에게 착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자기는 언제나 진실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돌이켜 볼 힘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어떤 한 생각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종교적인 맹신에 빠지는 사람들 대부분이 착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불교에서는 착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악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착하면 어리석음에 빠질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워 져야 합니다. 자기의 우물에서 나와야 해요.

 법륜 저 <지금 여기 깨어있기> 107 ~ 113쪽


 

 

  1. 법륜(최석호.崔錫琥.法輪.1953.4.11∼ ) 승려. 법명(法名) 법륜(法輪). 경남 울산군 두서면 출생. 1972년 경주고등학교 졸업. 1969년 분황사에서 불가에 입문, 1988년 [정토회]를 설립해 사회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이사장ㆍ정토회 지도법사ㆍ좋은벗들 이사장ㆍ한국제이티에스 이사장ㆍ월간 정토 발행인. 교보환경문화상 사회교육분야 본상(한국불교환경교육원.1998), 만해포교상(2000), 라몬 막사이사이상(2002), 강원DMZ평화남북교류협력상(2006), 민족화해상(2007) 수상. [본문으로]
  2. 「명사」『불교』「1」설법하는 승려.「2」심법(心法)을 전하여 준 승려. ≒법주01(法主)「5」.「3」불법에 통달하고 언제나 청정한 수행을 닦아 남의 스승이 되어 사람을 교화하는 승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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