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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이태준(李泰俊)이 지은 문장론집 『문장강화(文章講話)』

by 언덕에서 2015. 8. 28.

 

 

이태준(李泰俊)이 지은 문장론집 『문장강화(文章講話)

 

 

 

 

월북작가 이태준(李泰俊, 1904 ~ ?)이 지은 문장론집으로 A5판, 342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1939년 2월부터 10월까지 [문장(文章)]에 연재한 것을 1948년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강화(講話)’라는 말은 ‘강의하듯이 쉽게 풀어서 이야기함. 또는 그런 이야기’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문장강화’의 의미는 문장 쓰는 방법을 강의하듯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이 책은 상허 이태준1의 문학정신 깃든 개성적인 저술로써 '국민적 교양서'로서의 의미를 잃지 않는 글쓰기 교본의 고전이다. 저자는 ‘시에는 지용, 문장에는 태준’이라고 일컬어졌던 당대 제일의 문장가로, ‘억지로 꾸미려 하지 말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을 자기답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글쓰기의 제일 가는 요령임을 말한다.

 1948년 박문각에서 간행된 이 책은 그간 원본의 내용만을 살린 것이어서 어려운 고어(古語)와 이북 사투리 및 한자어 때문에 읽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최근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개정판은 내용은 그대로 살리되 현재의 독자층에 맞추어 옛말투와 한자어 등을 현대어로 쉽게 풀고, 낱말·문장풀이를 꼼꼼하게 달아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고등학생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오늘의 서평은 1948년 간행된 초판에 의거하여 쓰도록 하겠다.

 

 

 

 

 

 

 제1강 ‘문장작법의 새 의의'에서는 종래의 문어체 문장을 주종으로 하는 공식화된 문장을 탈피하여, 제재에 조화를 이루며 사실성이 높고 객관성이 있는 개성적인 구어체 문장을 권장하는 내용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즉, 말과 글의 일체감을 중시하였으며 표현의 적절성을 언급하여 새 시대의 감각에 맞는 문장을 써야 할 것을 설명하였다.

 

 제2강 ‘문장과 언어의 문제'에서는 쓰이는 제재에 어울리는 용어를 찾아 쓸 것과 표현의 효과를 위하여 지방의 풍속이나 방언도 적절히 쓸 것도 말하였다. 그리고 지문· 담화문 등을 구분하여 쓸 것과 작중인물의 말이 서술자의 문장에 삽입되는 경우를 박태원(朴泰遠)의 작품에서 예시하여 그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말의 여러 감각어를 예시하여 문장에서 진실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묘사적 요령을 의성어·의태어·감탄사 등 풍부한 작품의 예를 인용하여 설명하였다. 나아가 한자어, 토속적인 구두어·신어·외래어, 경어와 일상어·시제 등 세밀한 데까지 용례를 들어 풀이하였다.

 

 제3강 ‘운문과 산문'에서는 규칙적이고 정형적 율격구조를 지닌 시가들과 산문에서 요긴한 논리와 실증적 서술을 그 특성에 따라 명석하게 예시하고 설명하고 있다.

 

 제4강 ‘각종 문장의 요령'에서는 일기·서간·감상·서정·기사·기행·추도·식사·논설·수필 등에 걸친 문장의 실천을 그 목적에 따라 구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에서도 추상적이거나 관념적 서술보다,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내용을 들어 문장으로서 진실성을 얻는 데 힘쓸 것을 알려주고 있다.

 

 제5강에서는 퇴고(推鼓)의 실제를 예시하여 문장의 수련과 완성의 묘미도 풀이하였다.

 

 제6강에서는 제재와 어울리는 구성의 인과성과 그 배열의 적절한 요령을,

 

 제7강에서는 대상과 적절한 표현에 관하여, 암시·생략·함축·분위기·상황 등과 어울리는 적절한 어휘 등에 걸쳐 설명하였다.

 

 제8강의 ‘문체'의 구분에서도 우리의 고전적 명저와 근대문학의 대표적 작품들을 고루 섭렵하여 적절히 구분하였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을 보인 부분이다.

 

 제9강은 옛 문장과 당대의 문장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의 문장론은 유기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실증적이고 구체적인 현대문을 강론한 책으로 당대의 이 방면에서는 대표적 명저로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이 글쓰기에 관한 타 책과 구분되는 점은 다음과 같다.

 

1. 우리말 한글의 사용 방법

 우리말 한글의 특징,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 방언의 사용 등 글을 쓸 때 한글의 장점과 특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외래어와 한자어의 적절한 사용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우리말의 다양한 변형 어휘들은 글을 생동감 있고 풍부하게 만들어줌을 상기시킴은 덤이다.

 

2. 풍부한 예문

 이 책의 최대 장점일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조언과 함께 풍부한 예문이 담겨 있다. 예문을 통해 좋은 글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비록 이태준 시대의 글들이기는 하지만 그 시대 최고 문사들의 표현력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3. 작가 자신의 경험과 실력

 글은 어떤 생각이나 주제를 하나로 완성시킨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문장이 모여서 글을 완성시킨다. 따라서 글을 잘 쓰려면 문장을 제대로 써야 한다. 이 책은 문자와 언어, 문장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생각이 깊이 담겨 있다. 그 해결책을 스스로 발견하게끔 구성되어 있다.

 

 

 이 책 『문장강화』의 장점은 여럿 있지만 제5강 ‘퇴고’에서 자신이 작문한 부분을 직접 수정하여 문장이 여러 가지로 변화된 모습을 실증하는 부분이 그 중 으뜸일 것이다. '퇴고'를 통해 좋은 글을 만들 수 있음을 교사처럼 서술하고 있다.

 나는 위에서 '풍부한 예문'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고 했는데 예문은 김소월, 이상, 염상섭, 강경애, 김두봉, 홍명희, 정지용, 박태원, 박종화, 유진오, 채만식 등 당대 최고 문사(文士)의 글에서 발췌된 것들이다.

 해방전후 시기의 이 땅 지식층에서 좌˙우 대립이 심했다지만 이태준은 『문장강화』 이 책에서만은 진영논리를 펴지 않았고 작가의 좌˙우 이념 성향을 구별하지 않는다.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강의에서 좌˙ 우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시민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1. 소설가. 호는 상허(尙虛) 또는 상허당주인(尙虛堂主人). 1904년 11월 4일 강원도 철원군 묘장면 산명리 출생.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에 갔다가 아버지 사망 후 고향에 돌아와 철원 봉명학교 졸업하고, 1921년 휘문고보에 입학했으나 1924년 동맹휴교 주모자로 퇴학당했다. 1927년 도쿄 조치대학(上智大學) 예과에 입학했다가 1928년 중퇴했다 1933년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39년에는 [문장]을 주관하기도 했다. 1941년 제2회 조선예술상을 수상했다. 1945년 문화건설중앙협의회 조직에 참여하였고, 1946년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해방전후」로 조선문학가동맹이 제정한 제1회 해방기념 조선문학상을 수상했다. 1946년 7∼8월경 월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월북 직후인 1946년 10월경 조선문화사절단의 일원으로 소련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북한에 머물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종군작가로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1952년부터 사상검토를 당하고 과거를 추궁받았으며 1956년 숙청당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