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 장편소설 『북경에서 온 편지(Letter from Peking)』
미국 소설가 펄 벅(Pearl Sydenstricker Buck, (중국어)賽珍珠 싸이전주이, 1892 ~ 1973)의 장편소설로 1957년 간행되었다. 작가가 중국에서 보고 느낀 생활을 바탕으로 1940년대 후반에 쓴 것으로, 풍부하고 낭만적인 상상력과 자신의 생애가 짙게 투영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혼혈인 문제를 다룬다. 중국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제럴드와 그의 미국인 아내 엘리자베스 사이의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국공내전이 끝나고 공산화된 중국에서 중국계 혼혈인 남편 제럴드는 중국에 남고 미국인 엘리자베스와 둘 사이의 아들인 레니는 미국으로 떠난다. 모자는 제럴드를 기다리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편지가 온다. 그 편지마저 끊기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중국 여인으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여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섬세하고 예민한 독백과 의식의 흐름에 의해서 전개되어 나간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엘지자베스는 미국 버몬트의 골짜기에서 조부가 물려준 사탕수수 농장을 경작하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첫사랑인 하버드 출신 제럴드와 결혼하여 중국으로 건너갔으나 남편 제럴드를 중국에 남겨둔 채 아들 레니와 함께 버몬트의 골짜기로 돌아와 생이별하게 된다.
제럴드는 중국계 미국인이지만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제럴드의 아버지 맥리오드 박사가 청 황실 왕자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중국인 친구의 여동생 한애란과 결혼하여 얻은 유일한 혈육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평탄한 결혼생활을 이루지 못한 한애란은 국민당 정부에 대항하는 열혈공산주의자가 되고 남편과 아들 제럴드를 남기고 부자 곁을 떠난 후 투쟁하다 체포되어 사형당한다.
제럴드는 조국과 북경의 한 대학 총장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랑하는 엘리자베스와 아들 레니를 미국으로 보내고 홀로 중국에 남게 되지만 그 이후 모든 상황은 제럴드와 엘리자베스의 기대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공산정부가 수립된 후 제럴드는 그 출신성분 때문에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된 것이다.
제럴드를 그리워하던 엘리자베스는 북경에서 돌아와 캔자스에서 독거노인으로 살고 있는 시아버지를 자신의 버몬트 농장에 모셔와 모자와 함께 살게 한다.
북경에서 온 편지들을 읽고 또 읽고 고이 간직하면서 엘리자베스는 우편배달부를 기다린다. 그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제럴드를 그리워하고 회상한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아들 레니가 같은 마을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녀가 미덥지 못하다. 엘리자베스는 처녀의 부모를 찾아가 레니가 중국계라는 사실과 레니의 아버지가 북경에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소녀의 부모는 경악한다. "중공", "북경", “혼혈”……. 그 당시 외교관이 아닌 일반인은 중국에 갈 수도 갈 엄두도 낼 수 없는 그러한 적대국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의 의도대로 레니는 처녀와 헤어지게 된다. 그 처녀의 부모가 즉시 이사를 가버린 것이다. 아버지처럼 레니도 다른 백인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혼란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제럴드가 보낸 열한 통의 편지 중 마지막 부분은 자신이 포로가 되었음을 암시했고 그마저도 발신이 중단된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매란'이라는 낯선 이름의 중국 여인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중국 여인이 중국에서 싱가포르 또는 홍콩의 지인에게 보냈고 제3국을 통해 미국의 엘리자베스에게 보낸 비밀편지를 읽으며 그녀는 남편이 중국 공산당 당국의 강요에 의해 발신자와 강제 결혼해서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을 '첩'으로 간주하며 엘리자베스를 '형님'으로 부르는 그녀가 자신을 대신해 제럴드를 잘 보살펴주기를 부탁하는 답장을 쓴다.
남편을 여전히 사랑하며 기다리는 그녀에게 구애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시아버지의 주치의인 브루스와 예전에 시아버지를 돌보아주었던 목장주 샘은 혼자 사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평온한 어느 날 시아버지 바바가 세상을 떠나자 엘리자베스는 간소한 장례식을 치른다. 이후 아들의 결혼식을 서두르던 엘리자베스는 깊은 밤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 되는 상태에서 인민복을 입은 조췌한 모습의 제럴드가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마침 중국 여인으로부터 제럴드가 중국에서 인도로 탈출을 준비하다가 피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레니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린다. 아들은 아버지가 모자를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를 용서한다.
레니는 메리라는 처녀와 결혼하여 일자리를 찾아 엘리자베스 곁을 떠난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중국 여인에게서 아들을 낳았다는 편지를 받는다. 엘리자베스는 중국 여인의 아들이 레니의 배다른 동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모든 생명은 피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데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장편소설 『북경에서 온 편지』는 작가가 중국에서 보고 느낀 생활을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그녀의 풍부하고 낭만적인 상상력과 철학이 짙게 투영되어 있다.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사랑하는 남편 제럴드와 헤어져 고향인 미국 버몬트 산악 지방의 한 마을로 돌아와 남편을 기다리며 자전적이고 고백적인 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중국계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 레니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혼혈아로서 그가 겪는 사랑의 갈등과 내면적 실체를 파악하여 뜨거운 모성애로 감싸 주고 있다. 더욱이 공산화된 북경에 있는 남편 제럴드와 버몬트 산악 지방에 있는 엘리자베스 - 이들 부부의 정신적 사랑은 국경이나 제도적인 장벽마저도 무너뜨린다. 오히려 함께 있을 때보다 상대방에게 주는 마음이 새로워지며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알게 된다.
엘리자베스는 남성을 대립적인 개념이 아닌 무한한 사랑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남성에 종속된 여자는 아니다.
"여자도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외친 것처럼 지난 시대 남녀평등이 요원해 보일 때에도 그녀는 진정한 여성의 자유와 지위 향상을 갈구하는 열정을 보여 주고 있다. 그녀는 '모성보다도 깊은 것은 진정한 여성의 정신'임을 강조하며 여성의 올바른 인생관과 가치관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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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은 2차 대전으로 미국의 OSS(미육군전략처) 중국 담당으로 들어오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후에,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스스로 박진주(朴眞珠)라는 한국어 이름도 지었다. 펄 벅은 193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펄 벅은 한국 전쟁 후에 한국의 수난사를 그린 <갈대는 바람에 시달려도>(1963년)와 한국의 혼혈아를 소재로 한 소설 <새해>(1968년) 등 한국 관련 소설을 쓰기도 했으며, 1965년에는 다문화아동 복지기관인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하였다. 1967년 경기도 부천군 소사읍 심곡리(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10여 년 동안 한국의 다문화아동들을 위한 복지활동을 펼쳤다.
- 국공 내전(중국어 정체: 國共内戰, 간체: 国共内战, 병음: guógòng neìzhàn, 영어: Chinese Civil War)은 1927년 이후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두 차례의 내전을 말한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해방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전쟁의 결과로 본토에는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으며 장제스가 이끄는 중국 국민당은 난징에 있던 중화민국 정부를 타이베이로 이전하였다.보통 1927년에서 1936년까지를 제1차 국공 내전, 1946년부터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이 타이완 섬으로 옮긴 1949년까지를 제2차 국공 내전으로 구분한다. 양안(兩岸) 사이에 정전(停戰)에 관한 공식 합의는 없었으나, 1979년 1월 1일 미·중 국교 정상화로 중국인민해방군이 진먼 섬에 대한 포격을 멈춘 이후 사실상 정전 중이다. 양안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상호 직항ㆍ관광ㆍ환전을 개방하였고,[1] 2010년 9월 12일 양안 사이에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되어 경제적 밀월관계에 있다 [본문으로]
- (1895 ~ 1971)평양 출생. 아버지는 상인이었던 기연(基淵)이며, 어머니는 김확실(金確實, 개명 후 김기복)로 9남매 중 맏아들이다. 주식회사 유한양행(柳韓洋行) 창업자이다.1904년 9세 때 선교사를 따라 미국에 건너갔다. 고학으로 미시간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상학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시 스탠포드대학원에서 3년간 법학을 전공하였다.학업을 마친 뒤 전자회사 사원으로 잠시 근무하다가, 1922년 자립하여 숙주나물을 취급하는 라초이식품주식회사를 설립하여 1925년까지 50여만 달러의 거금을 벌었다. 1926년 3월에 결혼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귀국하였다. 그해 12월 유한양행을 설립하였다.1934년에는 독일의 도마크(Domagk, G. )박사에 의하여 개발된 ‘프론토실(Prontosil)’을 동양에서 제일 먼저 도입하였다. 1939년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하였고, 이 무렵에 사세도 확장되어 만주·다롄(大連)·톈진(天津) 등 동북아 일원에 걸치는 방대한 시장을 확보하였다.1939년 사업상의 이유로 도미하였으나, 1942년 12월 태평양전쟁의 발발로 귀국하지 못한 채 8·15광복을 맞이하였다. 광복 후 미국에서 돌아와 유한양행을 재정비하였다. 유한양행은 1953년 휴전 이후 계속 성장하여 성실한 우수약품생산업체로서 안정된 지위를 구축하였다.1969년 기업의 제일선에서 은퇴하여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조권순(趙權順)에게 사장직을 물려주었다. 이로써 전문경영인 등장의 길을 여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다. 산업동탑훈장을 받았으며, 1965년 연세대학교에서 명예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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