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롯 브론테 장편소설 『제인 에어(Jane Eyre)』
영국 소설가 샤롯 브론테(Bronte Charlotte.1816∼1855)의 장편소설로 1847년 남자 이름 '커러 벨(Currer Beil)'이라는 필명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제인 에어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가정교사 생활을 했다는 면에서 자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강하고 반항적인 주인공의 성격은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여자로서 글을 쓴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았던 19세기 사회 속에서 작가가 찾아낸 돌파구의 의미를 지닌다.
『제인 에어』는 로맨스 소설의 고전일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부모들이 선물하는 책 1위로 꼽힐 만큼 미래를 꿈꾸는 젊은 청소년들을 위한 필독서이기도 하다. 출판 당시 이 작품의 낭만적인 내용과 격렬한 정열에 불타는 작중 인물, 당시의 인습적인 도덕에 대한 대담한 반항 등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더욱이 작자가 여성이라는 것이 밝혀져 인기는 상승하였다. 1840년대 영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의 하나이다.
샬롯 브론테는 영국의 여류 소설가로 요크셔 주에서 가난한 목사의 셋째 딸로 태어났으나 짧고도 불행한 일생을 보냈다. 어머니는 5살 때 사망하였고 그녀가 열 살도 채 되기 전인 1825년에는 두 언니도 저 세상으로 가 버리고 말자, 그녀는 이모 밑에서 자라게 되었다. 바로 밑 여동생이며 <폭풍의 언덕>의 작가로 잘 알려진 에밀리 브론테도 1848년 죽어 버렸고 곧 이어 남동생을 잃는 등 일생을 죽음의 그늘 아래 산 여인이었다. 1842년 목사 자격을 얻기 위해 브뤼셀의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곳의 선생님이었던 ‘에제’를 사모했으나 실패했다. 1847년 장편소설 『제인 에어』를 발표하여 큰 호평을 받게 되는데 로맨틱한 내용과 당시 인습에 대한 강한 반항 등으로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녀의 삶은 계속해서 순탄치 않았다. 1854년 결혼한 남편 니콜즈 목사도 9개월 후에 급사해 버렸고 그녀 역시 산고(産苦) 끝에 사망했다. 1855년, 그녀의 나이 39세였다. 이렇듯 <제인 에어>는 자서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 제인 에어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가정교사 생활을 했다는 점 등, 브론테 자신의 생애와 닮은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인은 목사의 딸로 태어났으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외삼촌 리드 아저씨 밑에서 자란다. 그러나 리드 아저씨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해 냉정한 숙모 밑에서 그녀는 따뜻한 사랑을 느끼지도 못한 채 냉대만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10세 때 제인은 보육원인 로드 기술학교에 들어가지만 그곳 역시 시설이 허술한 데다 규율만 중시하는 곳으로 제인의 마음은 괴롭기만 했다. 학교에서 알게 된 친구 헬렌이 있어 다소간 마음의 위안이 되지만 헬렌마저 폐병으로 쓰러지고 만다.
이 학교에서 6년을 보내고 교사로 2년을 근무한 제인은 로체스터 가(家의)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 집에는 상냥한 가정부 패어팩스 부인과 8세 된 애딜러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으나 주인 로체스터는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어느 날 무뚝뚝하고 침울한 인상을 한 로체스터는 거만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제인은 로체스터의 엄격함 속에서 느껴지는 우수와 비애감에 대해 묘한 연정을 느끼게 되고 로체스터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고백하며 청혼하게 되자 그녀는 이를 수락한다.
그러나 결혼식 전 날, 제인에게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여자가 달려들어 제인의 옷을 찢어버리고 촛불을 든 채 노려보고 있었다. 로체스터의 간호로 정신을 차린 제인은 다음 날 결혼식장에서 전날에 나타났던 여인의 정체와 로체스터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녀는 다름아닌 로체스터의 아내였고 오랜 세월 동안 정신 이상을 일으켜 방에 감금된 상태로 지내왔던 것이다. 로체스터는 사실을 시인하고 제인을 설득하려 했으나 중혼의 죄를 범할 수 없다는 신념을 깨뜨릴 수는 없었다. 아내가 살아있는데 결혼하는 비도덕적인 행위가 제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로체스터에 대한 깊은 집념을 주체할 수 없어 빈 몸으로 그 집을 뛰쳐나온다. 가진 것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그녀는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눈 쌓인 벌판을 정신없이 헤매다 실신하고 만다. 이때 ‘세인트 존 리버스’라는 목사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게 된다. 리버스 목사는 훌륭한 인품과 확신에 찬 인물이었고 그의 두 누이동생은 상냥하고 정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목사는 제인의 고종사촌이었다. 제인은 이들로부터 우연한 기회에 숙부로부터 거금의 재산이 상속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리버스는 이런 것에 개의치 않고 제인을 사랑하여 제인에게 청혼하기에 이른다. 결혼해서 인도로 건너가 함께 전도를 하며 살자는 것이다. 제인은 리버스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청혼을 수락하기로 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로체스터 가의 비극을 전해 듣고는 곧 로체스터 가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로체스터 가는 불타 없어지고 광인(狂人)으로 있던 로체스터의 아내는 불에 투신하여 죽었으며, 로체스터는 그의 아내를 구하려다 불더미에 깔려 생명을 건졌지만, 두 눈과 한 팔을 잃은 상태였다. 이를 알고 제인은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혼자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는 로체스터를 찾아간다. 그는 제인이 돌아왔음을 알고 반가움과 걱정에 안절부절못하지만, 제인이 그에게 청혼을 하자 더 이상 제인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인은 이에 굴하지 않고 비록 불구가 된 몸이지만 로체스터의 반려자가 되기를 결심하고 이 결혼이 자신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큰 행복이라고 말하자 로체스터는 수락한다. 이윽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고 2년 후 로체스터는 어느 정도 시력을 회복하게 되었으며, 아이를 낳아 더없는 행복한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이 작품은 볼품없는 한 가정교사와 오만하고 못생긴 중년 귀족 남자와의 사랑과 좌절, 그리고 화합을 그린 연애소설이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줄거리의 이면에는 19세기를 살았던 불우한 여성 브론테가 느꼈던 여러 심리적 갈등이 깔려 있다.
제인은 ‘혈색이 별로 좋지 못한 데다 못생기고, 성깔도 만만찮은’ 가정교사이다. 진실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 부단히 방황하는데 이런 욕망의 밑바탕에는 ‘나는 왜 이처럼 괴로워해야 하지?’ 하는 반항적 심리가 깔려 있다. 학교 기숙사에 있을 당시 학교를 감옥처럼 느끼고 가정교사가 된 뒤로는 한정된 세계의 저쪽까지 볼 수 있기를 갈망한 것도 자유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이런 주인공의 바람은 여자이기 때문에 멸시당하기보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던 작가의 심리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흔히들 ‘사랑과 자유를 추구해 나간 제인 에어라는 한 여성의 행적을 통해 여성 해방을 부르짖은 선두적 소설’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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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에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 담겨있다. 제인에게 배어 있는 상냥한 교양미, 관능미, 야성미는 우리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여인의 희망이기도 하다. 제인이 로체스터에게 품은 진실한 사랑에서 풍겨나오는 은은한 인간성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다. 모든 관습을 반대한 제인의 행위는 작품을 끝까지 긴장감으로 몰아간다. 또한, 이 긴장감 때문에 풀려가는 주인공과 로체스터와의 실타래 같던 관계가 더욱 흥미를 유발하게 되고, 이는 절정에 이르러 둘의 화합으로 비로소 풀어지게 되는데, 샤롯 브론테의 개성적인 면이 돋보인 작품이다.
1847년 샬럿 브론테는 ‘커러 벨’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제인 에어』를 발표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윤리관이 지배하고 있던 사회 분위기에서 여성이 쓴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쏟아질 편견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우려를 깨고 『제인 에어』는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뜨거운 열정과 독립적인 자아의식을 지닌 여성 주인공의 낭만적 사랑과 삶을 그린 이 소설은 “여성의 입장에서 본 사랑과 욕망”을 다루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의 독자들에게 큰 호기심을 자극했고, 더 나아가 자신의 노력과 의지로 사랑과 행복을 이룰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에까지 이르는 당찬 여주인공의 모습은 새롭고도 매혹적인 여성상으로 제시되어 더욱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심오한 인간 성격의 탐구와 입체적이고 상징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평면적이고 단순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서정적인 묘사와 인간 심성, 특히 여성 심리에 대한 묘사는 여성의 입장이 아니면 그려내기 어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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