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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김원일 단편소설 『어둠의 혼』

by 언덕에서 2016. 7. 19.

 

 

 

김원일 단편소설 『어둠의 혼

 

 

 

 

김원일(金源一.1942∼ )의 단편소설로 1973년 [월간문학]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민족분단의 비극과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고발한 소설로 어두웠던 민족사의 한 토막을 열기차고 호흡이 급한 문체로 조명해 주고 있다. 어린이의 눈을 통해 진술된 민족사의 이 어둠의 계곡은 우리에게 비통한 충격을 되새겨 준다. 6ㆍ25전쟁 전야의 한 토막 비극이다.

 이 작품 『어둠의 혼』은 어린 소년 ‘갑해’를 주인공으로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한 아버지의 죽음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이  1973년에 [월간문학]에 발표된 이후 김원일은 본격적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어둠의 혼』은 김원일의 소설 세계의 원형을 보여 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이후에도 김원일은 해방 후 좌우 이데올로기의 분열과 분단의 고통에 대한 소설을 꾸준히 집필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년 갑해의 아버지는 고학으로 일본 유학을 한 뒤 광복 후 좌익이 된 지식인이다. 야학을 벌여 계몽 사업을 할 때, 아버지는 떳떳하게 마을을 다녔다. 그러나 광복 후, 좌익이 된 아버지는 좌우익이 극렬하게 대립함에 따라 경찰의 추적을 받고 쫓기는 생활을 한다. 아버지는 갑자기 나타났다 금방 사라지는 요술을 부린다.

 아버지가 가족의 생활을 돌보지 못하므로 어머니가 홀로 자식들을 거느리고 생계를 도맡아야 했고 가족들은 매일같이 굶주림에 허덕인다. 경찰의 추적이 집요해지자 아버지는 언제나 깊은 밤중에만 잠시 왔다가 사라지고, 그 때마다 어머니는 경찰서에 끌려가 매를 맞고 돌아온다.

 식량을 구하러 나갔던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자 갑해는 기다리다 못해 어머니를 찾으러 나가려 한다. 바보인 누이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곡을 하며 울고, 동생 분선이는 누이를 달랜다. 갑해는 의젓한 분선이가 보기 좋다. 갑해는 결국 어머니를 찾아 밤길을 나서게 된다.

 갑해는 겨우내 새끼만 꼬는 판돌이네를 기웃거려 본다. 판돌이 어머니인 함안댁은 떡을 만들어 판다. 여기엔 어머니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머니가 함안댁에서 꾼 곡식을 갚지 않아서, 둘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갑해는 발길을 돌려 이모집에 간다. 이모네는 크게 술집을 한다. 어머니는 이모 집에 있었다. 갑해는 이모에게서 국밥을 얻어먹고, 어머니는 식량을 가지고 집에 돌아간다. 이모는 지서에 잡힌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러 가라고 갑해에게 시킨다.

 지서에 가자 이모부가 아버지는 벌써 죽었다며, 아버지 시체가 있는 곳에 갑해를 데려간다. 아버지의 시체를 보고 갑해는 어린 자신에게 큰 수수께끼를 남기고 죽어 버린 아버지의 일생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무언가 깨달은 느낌을 가진다. 그 느낌은 꼬집어 내어 설명할 수는 없으나, 이를테면 살아가는데 용기를 가져야 하고 어떤 어려움도 슬픔도 이겨 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안개 속 같은 신기한 세상, 내가 알아야 할 수수께끼가 너무 많은 이 세상을 건너갈 때, 나는 이제 집안을 떠맡은 기둥으로서 힘차게 버티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다.

 

 

 

 

 

 담담한 문체에 절제된 감정으로 6.25의 비극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는 김원일은 굴곡진 현대사를 몸으로 겪은 한글세대의 문학이고 궁핍한 농촌에서 6.25와 4.19를 체험하고 산업화를 이룩한 우리세대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이다. 열등의식에 사로잡혔던 사춘기와 가난에 대한 원망 등으로 초기 소설은 지나칠 정도로 사회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했으나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중편이 많아지고 분위기도 대립에서 화해로 바뀐다.

 이 작품 『어둠의 혼』은 경상도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8ㆍ15광복 이후 좌우익간의 첨예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야기된 민족적 비극을 소년의 시점으로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좌익사상과 자신의 신념에만 투철한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한 가정사를 중심으로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고발함과 동시에 아직까지도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선택해야만 되는 민족분단의 비극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6ㆍ25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949년, 좌익운동에 가담한 아버지 배용범이 경찰에 체포되어 총살당한 모습을 그의 아들 갑해가 달빛 아래서 목격하기까지의 하루를 그린 이야기이다. 소년 갑해는 노을빛과 보라색을 몹시 싫어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체포된 아버지의 처형을 걱정하는 마음과 배고픔을 참아가며 식량을 빌리러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고통스러운 심리상태를 잘 드러내준다.

 김원일은 초기 대표작인 이 작품을 계기로 광복 직후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6ㆍ25로 초래된 분단비극과 민족화해의 문제를 주제로 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대표적인 분단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분단소설은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통해 민족분단의 원인과 비극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념적 혼란기에 처한 아버지의 비극적 삶과 그 상처를 극복해가는 자세를 천진한 소년의 시각을 통해 제시한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행동을 비판하면서 역사의 진실에 정면으로 접근함으로써 분단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