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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윌 듀랜트 철학 입문서 『철학 이야기』

by 언덕에서 2019. 4. 19.

 

 

 

 

윌 듀랜트 철학 입문서 『철학 이야기』 

 

 

 

 

 

윌 듀랜트는 『철학의 즐거움』과 『역사속의 천재탐구』 등을 출간하여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받은 미국의 저술가이다. 그는 1917년 『철학과 사회문제』를 출간하면서 저술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9년 뒤 듀랜트는 2번째 저작 『철학이야기』를 발표하였는데, 이 책은 30여 년 동안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300만 부 이상 팔렸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야기 철학입문서의 고전이다.

 윌 듀랜트1의 『철학이야기』는 흥미 있고 유익한 철학 입문서라는 평을 듣고 있으며, 1929년 출판 직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은 물론 각국의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 '위대한 철학자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철학자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하여 철학이 삶의 현장으로부터 동떨어진 난해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치밀한 문헌 조사를 토대로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위트 있는 문체가 어우러져 있다.

 세계적인 저술가로서 듀란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책 『철학이야기』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흥미롭고 유익한 철학 입문서라는 정평을 얻어 단기간 내에 세계 여러나라에서 출간되었다. 듀란트는 이 책을 통하여 서재에서 잠자는 철학을 해방시켰는데 유명 철학자들의 생애를 통해 '쉬운 철학'에 다가가고 있다.

 

 

 이 책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베이컨, 스피노자, 볼테르, 칸트, 쇼펜하우어, 스펜서, 니체, 베르그송, 크로체, 러셀, 산타야나, 제임스, 듀이 등 모두 15명의 철학가를 다루고 있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그저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서술하는 양념 노릇에 머물지 않는다. 각각의 인간의 지적ㆍ사상적ㆍ인간적 고투의 과정임을 서술했다. 즉 한 인간의 욕망의 숨김과 드러냄 과정임을 적은 것이다. 당연히 그들을 둘러싼 개인사ㆍ가족사ㆍ시대사 등을 촘촘히 살핀 후 그들 스스로 철학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을 묘사하고 있다. 각각의 철학자들을 당연히 독립된 주체로 다루면서도 동시에 사상적 영향 관계를 충실히 살펴서, 그 얽히고 설킨 그물망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철학사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계보학은 말할 것도 없고, 스피노자,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등의 철학자들 역시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준 철학자들의 삶과 사유를 촘촘히 보여준다. 그와 함께, 철학자들의 개성(인간적 개성, 사유의 개성)에 걸맞게 그들의 생각을 읽는 법도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조금의 과장도 없이 격정과 격동 넘치는 열다섯 편의 드라마라고 부를 만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플라톤'은 조밀하고 섬세한 논리와 시에 대해 아폴론과 같은 열망을 보기 드물게 결합하고 있다. 그의 시대의 광휘와 조화는 이 둘을 녹여서 음악적 인상이 강렬한 하나의 거침없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 물줄기는 숨 가쁘게 질주하듯 다급하게 앞으로 밀고 나가면서도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다른 어떤 사상가도 세계의 계몽에 그렇게 기여한 적은 없다. 그 뒤의 모든 시대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의존하며, 진리를 보기 위해 그의 어깨에 올라선다. 다른 어떤 정신도 그렇게 오랜 시간 인류의 지성을 지배한 적은 없었다.

 

☞ '니체'의 생각은 아름다운 시다. 어쩌면 철학이라기보다는 시일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터무니없는 점이 있다는 것, 이 사람이 자신을 설득하고 교정하려고 너무 멀리 나아갔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한 줄 한 줄 쓰면서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고, 그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자리에서도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감상과 망상이 지겨워, 날카로운 의심과 부정에 감사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니체는 강장제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철학은 진리의 공성전 맨 앞줄에 있는 참호다. 과학은 이미 장악한 영토다. 그 뒤의 안전하게 확보된 지역에서는 지식과 예술이 불완전하지만 경이로운 세계를 건설한다. 철학은 당혹하여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승리의 열매를 딸인 과학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거룩한 불만족 속에서 불확실하고 탐사되지 않는 곳으로 계속 나아가기 때문일 뿐이다.

―『철학이야기』(봄날의 책, 2013), 서론 - 철학의 쓸모에 관하여

 

 

 대부분의 경우 철학적 저술은 너무나 전문적이어서 상당히 교양 있는 사람들도 읽기 어려워 한다. 그러나 듀랜트는 철학 사상을 일반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만들었다. 그의 이러한 저술은 틀림없이 철학의 대중화를 시도하였지만 단순한 대중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우 학문적인 모습을 보인다. 듀랜트는 이론의 인용은 물론 철학자의 사생활이나 생활 속의 사소한 면도 일일이 원전에 의거하고 있다. 중요한 철학자들을 소개할 때에도 거의 원전을 인용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철학 명저 해설’이라는 성격도 갖는다.  

 

 

 

 

 이 책 『철학이야기』는 뛰어난 철학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여 그들의 사상을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어렵게만 보였던 철학자들이 갑자기 가까운 친구처럼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어깨를 겨누고 고요한 숲 속에서 다정하게 인생을 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듀렌트는 뛰어난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도덕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우리 인간생활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철학을 통해 그가 깨달은 인생론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딱딱하고 건조한 번역체 문장이다. 쉽고 평이한 문장으로 번역되었더라면 어떨까 하고 번역가의 역량을 탓해 본다(물론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하겠지만...)

 

 

  1. 1885년에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 신앙심 깊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 학교에 다니며 예수회 수도자로서 성직자의 길을 걸으려 했다. 그러나 10대 말에 도서관에서 다윈, 헉슬리, 스펜서의 책을 접하면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가톨릭교회와 사회주의를 결합하려는 꿈을 꾸게 되었다. 20대 중반 신학교에 진학한 듀런트는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접했는데, 스피노자는 철학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듀런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듀런트는 스피노자를 읽으면서 가톨릭과 사회주의를 결합하려는 꿈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신학교를 그만둔 뒤에는 성인 교육에 힘쓰면서 《철학과 사회적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21년 30대 중반이던 듀런트는 성인 노동자들을 가르치는 레이버 템플 스쿨을 조직하여 그곳에서 철학, 문학, 과학, 음악 예술을 가르쳤다. 학교에서 듀런트의 플라톤 강의를 우연히 듣고 감명받은 한 출판업자의 제안으로 그 강연을 원고로 만들어 블루 북이라는 이름의 저렴한 팸플릿이 나왔다.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서 아리스토텔레스 등 총 11권의 팸플릿이 나왔다. 그것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1926년 사이먼 앤드 슈스터 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 덕분에 듀런트는 평생 여행하고 글만 쓰며 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듀런트는 그 후 11권짜리 대작 《문명 이야기》를 집필했다. (몇몇은 아내 에이리얼과 공저이다.) 그중 《루소와 혁명》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1981년, 세상을 떠났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