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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일까? 『리바이어던』

by 언덕에서 2015. 4. 15.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일까?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 종교적 언어로 버무려 정치체제를 논한 이 저작에 따르면 '리바이어던'은 지상의 인간들을 전쟁 같은 고통과 죽음에서 보호하고 질서 있게 살도록 하느님이 불러낸 유한한 신으로 국가 또는 정부를 이른다. 인간은 본성이 교만해 스스로 질서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그들을 압도하고 평화를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원래 '리바이어던'은 성서에 나오는 ‘바다괴물’이다. 때론 고래 형상을 한다는 괴물.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거대한 괴물로, 성서에서 ‘입에는 불길을 내뿜고 어떤 무기도 소용없는 바다괴물, 두려움을 모르는 모든 거만한 것들의 왕’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홉스는 이 괴물 ‘리바이어던’에 국가를 비유해 국가 유기체를 설명하고 있다.

 「리바이어던(Leviathan)」은 영국 시민혁명기 정치사상가인 토머스 홉스(1588~1679)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교회 및 시민의 공동체의 내용·형태·권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1651년 출간한 책「리바이어선, 혹은 교회 및 세속적 공동체의 질료와 형상 및 권력」표지에는 인민이 뭉쳐서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형의 존재가 산 너머에서 도시를 굽어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홉스가 국가를  '인조인간', 즉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적인 존재로 기술한 것을 형상한 것이다.

 홉스1의 주권국가(리바이어던)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은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여러 과제를 생각할 때 뚜렷한 의의를 지닌다.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주권국가의 틀이 점점 약해지는 가운데, 주권국가가 이제껏 짊어져온 근간적 기능인 국민의 안전보장 및 복지제공을 어떤 형태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가령 범죄나 테러의 공포에서 우리 생명의 안전을 지킨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개인 권리를 일정 부분 제약해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다. 이처럼 「리바이어던」은 선동적 정치상황에 처한 오늘날 한국의 독자들을 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하고, 각성하게 만드는 강력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만인의 만인에 투쟁’은 너무나 자주 들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은 국가가 없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을 지키려는 이기적 욕구로 서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간이 본래 악하다는 주장을 편 홉스는, 인간의 본성 안에 싸움을 하게 하는 원인이 들어있다고 보고, 그 싸움을 평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연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절대적인 힘, 즉 절대 권력의 필요성을 말한다. 여기서 바로 ‘리바이어던’의 존재 이유가 나온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1부는 인간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고 2부는 주권과 정부의 형태, 3부는 기독교에서의 권력과 정치 문제, 그리고 4부는 암흑의 세계에 대해 다룬다.

 

 

 

 

 

 그러니까 『리바이어던』은 국가 권력 또는 주권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책이다. 홉스는 왕과 의회가 자주 충돌하고, 또 거기에 교회의 힘이 충돌하여 영국이 위기에 처하자, 영국에 평화와 질서를 되찾기 위해서는 왕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괴물 ‘리바이어던’을 절대 권력에 비유하여 『리바이어던』이란 국가론을 폈다.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에서 홉스의 생각을 이끌어 내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극심한 시장기가 밥을 더욱 맛있게, 더욱 소중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듯, 극심한 사회혼란이 우리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그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건 명백하다. 그 필요성을 느낌으로써 우리는 평화를 위한 행동으로 스스로를 이끌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21세기 한국 사회에 『리바이어던』이 설득력을 갖고 다가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느껴지는 것은, 홉스가 살던 당시의 혼란스러움이 지금 여기에도 존재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홉스가 산 17세기는 서구 근대철학의 시대였다. 데카르트,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그로티우스 등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 사상가들이 활발히 지식의 교류를 했다. 홉스도 뛰어난 어학 재능을 구사해서 그 시대 최고의 지식인들과 교류를 거듭했다. 베이컨에게 배우고, 데카르트와 모임을 갖고, 갈릴레오를 방문하는 등 그 시대 과학자, 철학자들과 교류하고 견문을 넓혔다. 귀족 캐번디시의 비서, 가정교사, 출납계, 고문을 맡은 홉스는 20년간 세 번에 걸친 대륙여행으로 유럽 곳곳을 방문하였다. 홉스는 갈릴레오의 「천문대화」를 읽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실제로 피렌체를 방문, 그와 논의했다.

 이러한 지식의 교류와 연구가 「리바이어던」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되었다. 홉스가 63세 때인 1651년에 「리바이어던」을 출판하자 세상 사람들은 경악하여 바로 금서조치를 당하였다. 특히 그리스도교회의 비판이 거세져 홉스에 대한 궁정 출입이 금지되었다. 홉스 철학은 사람들에게 해로운 사상으로 낙인찍혀 이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호비스트(Hobbist)라고 불려 적대시 당하기도 하였다.

 

 

 

 

 

 홉스는 신의 말씀이 세상의 전부이던 중세를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개인 간의 계약을 통해 절대 권력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권국가라는 괴물 ‘리바이어던’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계약의 산물이었으며, 이는 곧 근대 사회계약설의 토대가 되어 기존 질서를 위협했다. 즉 공공의 권력을 수립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권력과 힘을 한 사람 또는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한 사람 또는 합의체에게 권리를 양도하고, 그의 모든 행동을 승인한다는 조건으로, 나도 그 사람 또는 그 합의체에게 나 스스로를 다스릴 권리를 양도한다.” 이렇게 했을 때, 하나의 인격체 안에서 통일된 군중을 국가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바로 위대한 ‘리바이어던’(주권국가)의 탄생인 것이다. 이처럼 「리바이어던」은 사회계약설 입장에서 절대주의를 이론화한 책이다.

 홉스의 비판론자들은 그가 인간을 전쟁상태에서 파악했음을 비난하고 인간은 신에 의해 도덕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옛 질서와 근대적인 개인 사이의 모순을 간파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간은 절대 선하지 않다. 이 책은 법사상과 정치사상면에서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 ‘리바이어던’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이 영화는 러시아 북부의 한 해안마을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40대 남성 니콜라이가 자신의 땅을 노리는 부패한 시장(市長) 바딤에게 맞서 싸우다가 처절하게 몰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괴수’를 의미하는 영화제목 ‘리바이어던’은 부패하고 사악한 러시아의 권력집단, 더 나아가서는 모순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러시아 자체를 의미한다. 주인공이 법정에 서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판결문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보드카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살아가는 시골 마을 주민들의 일상부터 정치, 법, 종교 간의 결탁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이 민낯은 비단 러시아에만 해당될까?  정도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세월호 사고를 예로 들며 포악한 정부뿐 아니라 무능한 정부 역시 괴물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국민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됐는데, 정부는 여전히 말로만 달라지겠다고 할 뿐이라는 것이다. 홉스는 국가권력이 반드시 갖춰야 할 두 가지 요건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힘’과 ‘국민의 동의’라고 했다. 17세기 사람도 갈파했던 이 단순명료한 원리를 이 시대에서 무시되고 있는 것은 역사의 퇴행인지도 모른다.

 

 

 

 

 

  1.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는 잉글랜드 윌트셔주 웨스트포트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스콜라철학을 배우고, 대륙에서 수학·자연과학을 연구하였으며, 프랜시스 베이컨의 영향을 받아 유물적·기계론적 세계관을 세웠다. 그는 이탈리아 갈릴레이의 물리학 업적을 정치학에 적용시켜 이른바 사회물리학의 선구가 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스튜어트왕조를 지지하는 왕당파로 지목되어 청교도혁명 직전에 프랑스로 망명하여 유물론자 가상디, 철학자 데카르트 등과 친교를 나누었다. 그 뒤 크롬웰정권 아래 런던으로 돌아와 정권싸움에 개입하지 않고, 오직 학문연구에 힘썼다. 왕정복고 후에는 홉스의 사상이 무신론이라 하여 탄압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찰스2세의 스승이 되어 그의 비호 하에 여생을 보냈다. 그는 베이컨과는 달리 귀납법이 아니라 기하학을 모델로 하는 연역법을 받아들였는데, 이 둘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관계라고 보고 이성(理性)의 올바른 추리인 철학이 성립된다고 주장하였다. 「리바이어던」 외 주요 저서로 《철학원리》는 제1부 <물체론(1655)>, 제2부 <인간론(1658)>, 제3부 <시민론(1642, 47)>으로 나누어져 있다. 또 《법의 원리(1640)》에서 인간은 절대적인 주권에 종속될 때 평화적인 공동생존이 가능하다는 사상을 구체화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