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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루이스 헨리 모건이 쓴 인류의 결혼사 『고대사회(Ancient Society)』

by 언덕에서 2015. 3. 3.

 

 

루이스 헨리 모건이 쓴 인류의 결혼사 『고대사회(Ancient Society)』

 

미국 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Lewis Henry Morgan, 1818~1881)의 저서로 1877년 발표되었다. 『고대사회(Ancient Society, or Researches in the Lines of Human Progress from Savegery through Barbarism to Civilization)』는 원시 시대의 남녀의 성과 결혼의 형태를 밝힌 가장 두드러진 저술로, 원시 종족의 생활상에서 그리스 로마의 고대 문명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과 결혼의 답습들에 대한 인류학적 자료를 총망라하였다. 쉽게 말하자면, 인류의 결혼사라고 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인류 종족의 역사는 그 근원이 하나이고, 그 경험이 하나이며, 그 진보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그런데 왜 아직도 야만과 미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종족이 있는가? 그런 면에서 『고대 사회』는 인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리스 헨리 모건이 풍부한 실증적 자료를 구사하여 규명해낸 선사시대 민속학·인류학·언어학·종교학 연구 분야의 기본적인 고전이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유고에서 루이스 모건의 『고대 사회』에 대한 견해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모건의 연구결과를 사적유물론의 관점에서 분석, 일반화했다. 그 결과물이 1884년 출간된 『가족, 사적소유, 국가의 기원』이다.

 모건은 인디언 문화에도 흥미를 갖고 그들과 함께 살며 인디언의 양자가 되어 연구를 계속, 『고대 사회』를 저술하여 인류의 발전단계, 난혼제에서 일부일처제로의 진화, 원시 공산제의 존재와 사유 재산의 기원 등을 밝혔다. 

미국 인류학자 루이스 헨리 모건( Lewis Henry Morgan 1818~1881)

 

 모건은 인류학자가 되기 전에는 변호사·사업가이자 미국 선주민의 교육 진흥을 목적으로 한 결사 '고르디우스의 매듭'의 멤버였다. 그는 그 결사의 활동을 통해 미국 선주민과 알게 되고, 신뢰를 얻어 이로쿼이 부족의 조사·연구를 심화시켜 『이로쿼이 동맹』(League of the Ho-de-no-sau-neeor Iroquois,1851)을 저술했다. 그후 뉴욕주 선출 하원의원(1861-68년), 상원의원(1868-69년)으로 활약하면서 그 연구를 『인류의 혈연·인척 제도』(Systems of Consanguinity and Affinity of the Human Family, 1870)로 좀 더 발전시킨 다음,『고대사회』및 그 제5편으로서 구상한 『미국 선주민의 주거』(Houses and House-Life of the American Aborigines, 1881)에서 미국 선주민에 관한 조사·연구를 집대성하는데 성공했다. 

 

 

「고대사회」에 의하면 당시 북미 인디언은 야만사회(원시공동체), 군혼(群婚)제도였다. 씨족 안 16살 이상 여자에게는 독방이 차려져 있으며(남자는 없음) 남자들은 눈이 맞는 여자와 오늘은 이 여자, 내일은 저 여자 식으로 동침한다. 야만시대 인류의 애정은 평생 1:1의 애정이 아니라 1:다(多), 실질적으로 다:다의 애정이었다. 아이들은 모친만 알고 부친은 누군지 모른다.

 개별적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한 씨족은 사유재산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 중 능력이 강한 개별 남자는 자기의 사유재산을 자기 자식에게 물려줄 욕구가 생겼다. 그리하여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 하나를 골라 평생 자기와만 동침하고 다른 남자와의 동침을 엄금하였다. 물론 남자는 계속 다른 여자와 동침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일부일처 가정의 기원이다.

 

 

 모건은 원시 부족들은 지금과는 다른 친족의 호칭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연구를 진행시켰다.

 그는 연구 중 폴리네시아의 하와이 군도에서 특이한 풍습이 발견했는데, 이들은 세대간만을 구분할 수 있는 친족 호칭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조부모, 부모, 부모의 형제자매, 자식, 손자, 손녀 등을 나타내는 다섯 개의 호칭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호칭 체계를 학문적으로는 ‘말레이식 체계’라고 한다. 지금 이러한 호칭 체계가 쓰인다면 매일매일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어쨌든 모건은 이러한 호칭 체계로부터 형제․자매 사이에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던 ‘형제․자매혼’이란 결혼 형태를 밝혔다. 이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만약, '갑'이라는 씨족의 한 부모와 '을'이라는 씨족의 한 부모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갑이라는 씨족 한 부모의 일남, 이남, 삼남이라는 남자 형제들과 을이라는 씨족 부모의 일녀, 이녀, 삼녀라는 여자 형제들이 함께 결혼을 하는 것이다. 이 세 남녀들이 한꺼번에 결혼하는 것이 무질서하게 보이겠지만 여기에도 일정한 규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서로 주 배우자로 맺어지는 부부가 있다. 가령 일남과 일녀가 주 배우자로 맺어졌으면, 이 둘은 씨족에서 정식 부부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성관계는 일남과 이녀, 삼녀 사이에서, 이녀와 일남, 이남, 삼남 사이에서 모두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모두 남편과 아내로 서로 부르고, 이들의 자녀들도 결국 누구 사이에서 태어났는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으니까 부모 세대는 자녀들을 모두 아들딸로, 자녀들은 윗세대의 어른들을 모두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는 세대간 호칭 시스템이 발생했다.

 

 

 

 하지만, 주 배우자로 맺어진 일남 일녀 외의 형제들은 서로 자유로운 성생활을 하면서도 다시 또 다른 주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즉 이녀는 병이라는 씨족의 남자와 결혼을 하고, 또 이남도 정이라는 씨족의 여자와 결혼을 하면서 지금으로 치자면 처남, 처형, 매부, 동서의 복잡한 관계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확히 개별 호칭으로 구별되지 않고 서로를 ‘푸날루아’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친밀한 친구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모건은 이러한 형태의 결혼을 ‘푸날루아혼’이라고 불렀고, 이런 형태로 공동의 부모가 공동의 자녀로 키우는 형태를 ‘푸날루아 가족’이라고 불렀다.

 어쨌든 이러한 상태에서 좀더 일대일의 주 배필로서의 부부 형태가 씨족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형태의 부부 관계가 약화되었는데, 이것이 인류학적으로 말하는 ‘대우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혼’ 제도에서도 성생활은 지금의 일부일처제처럼 서로의 성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모건은 ‘대우혼’ 이후에 나타난 형태를 현재의 일부일처제로 보았는데, 그는 집단혼에서 대우혼으로 그리고 일부일처제로 가는 것이 인류 결혼의 진화 형태라고 보고, 일부일처제를 가장 진보되고 문명화된 인간의 결혼 형태로 보았다.

 이러한 모건의 진화주의에 입각하여 많은 학자들은 일부일처제를 가장 문명화된 결혼의 형태라고 주장하였으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부일처제를 가장 순결하고 인간적인 결혼의 형태처럼 신봉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헨리 모건의 주 저서 『고대사회』의 특징은 미국 선주민의 역사와 생활의 구체적인 관찰 · 조사 · 연구에 의거하면서 그 결과를 미국 선주민에만 그치지 않고 인류의 생활 발전사로서 고찰했다는 점에 있다. 1877년에 방미한 러시아의 젊은 인류학자 M. 코발레프스키는 이 책에 주목하여 구입하고 유럽에 가서 칼 마르크스에게 소개했다. 마르크스는 고대의 공산제 사회와 민주주의의 모습을 실증적으로 묘사한 이 책에 감동하여 상세한 발췌(「고대사회 노트」 1880-81)를 작성한다.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그 유고를 발견하고 감격, 그것을 바탕으로 마르크스의 '유언 집행'이라는 생각을 담아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1884)을 저술했다. 엥겔스는 야만(미개) 상태에 대해서 스스로를 문명권으로 인식하고 있는 서구의 비하와 멸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엥겔스의 관점에서는 아예 가정을 애정과는 필연 관계가 없는 단위―‘사회 경제생활의 가장 작은 단위(세포)’라는 정의(定義)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애정이 없는 가정은 있을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가정은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북부와 캐나다 온타리오 남부 지역에 걸쳐 살아온 인디언 부족 이로쿼이 족은 루이스 모건의 주된 연구 대상이었다. 칼 마르크스는 모건의 저서를 통해 비로소 고대사회를 이해했다고 실토했다. 엥겔스는 이러한 계급과 국가의 등장 그리고 형성이 씨족 공동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가능해졌다면서 일부일처제의 경우에도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면서 남성들은 매춘과 간통으로 일처 일부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엥겔스의 일부 일처제에 대한 주장은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출발점이,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지배와 폭력을 비판하는 의도가 있음을 안다면 달리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엥겔스의 주장은 당대로서는 대단히 혁명적이었다.

 엥겔스의 『가족, 사유 재산, 국가의 기원』은 사실 마르크스의 유고에서 발견한 모건의 『고대 사회』에 대한 언급이 기초가 되었다. 이를 토대로 엥겔스는 자본주의 사회가 가족 제도를 어떻게 변형시켜왔고, 그 안에 사유 재산과 계급의 연관성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시켰는지, 그에 더하여 이를 토대로 한 국가의 본질은 어떻게 정리되어야 할 것인지를 분석했다.

아프리카의 일부다처제 가정

 

 모건의 주저인 『고대사회(Ancient Society, or Researches in the Lines of Human Progress from Savegery through Barbarism to Civilization)』(1877)에는 친족 연구를 통해 정립한 그의 문화발전 이론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이론은 여러 문화의 발전단계에 훌륭한 설명일 뿐 아니라 문명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최초의 중요한 과학적 이론이었다. 모건의 가정에 따르면 사회의 발전은 주로 식량 생산의 변화로 일어났다. 그는 사회는 수렵ㆍ채집 단계(야만상태)에서 정착ㆍ농경 단계(미개상태)로, 그 다음 농경사회를 포함한 도시사회(문명)로 발전해왔다고 보았다.

 가족의 발달은 말레이 체계를 형성하던 혈연가족(consanguine family)에서 시작하여, 투란 체계와 가노와노 체계를 형성하던 푸나루아 가족(punaluan family)으로 발전하였으며, 대우가족(syndyasmian family)으로 진화하였다. 대우가족이란 일부일처 가족처럼 한 쌍의 남녀가 결합하는 형태이지만 부부관계가 불안정한 가족형태를 말한다. 이어서 가부장이 권력을 갖는 일부다처의 대가족인 부권가족(patriarchal family)으로 발전하였으며, 마침내 일부일처 가족(monogamian family)으로 진화하였다. 아리안체계와 셈족체계 그리고 우랄체계가 이 단계에 해당한다.

 상속의 발달에 있어서 씨족(gens)이 성립한 후 상속은 모계 씨족의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그 후 모계가 부계로 진화했고, 상속은 부계 씨족의 내부에서 이루어졌다. 마침내 사유재산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부모에서 자식으로 상속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문화와 사회발전에서 기술의 변화와 물질적인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건의 이론은 K. 마르크스와 F. 엥겔스의 주목을 받았고 그의 저서 <고대사회>는 마르크스주의자의 고전이 되었다. 그러나 모건 자신은 중산계급의 존재와 그들의 경제 역할을 높이 평가했고 공산주의의 실현에는 관심이 없었으니 이는 역사의 아이러니일 뿐이다. 모건은 수년 동안 미국 인류학계의 원로로 활동하다가 생애를 마쳤다. 이렇듯 모건은 과학적인 인류학의 주창자로서 특히 친족관계 연구와 포괄적인 진화이론을 정립했다.

 

 

 사단법인 한국기독교교회연합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간통제 위헌 판결에 대해“간통죄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지켜준다는 데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선량한 성도덕의 수호, 혼인과 가족 제도 보장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조치”라며 “개인의 인권을 소홀히 하자는 게 아니라 인권보호라는 미명하에 벌어질 또 다른 인권 말살 행위와 그에 편승한 저급한 시대적 조류에 대해 온 사회가 무거운 책임감으로 대처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근간인 일부일처주의 유지, 건강한 가족제도 보장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논리에 의하면 '일부일처제 = 건강한 가족제도 보장'의 공식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일부일처제와 인류의 결혼사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류학 저서가 생각이 났기에 오늘 소개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