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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우리 동거할까요?

by 언덕에서 2015. 1. 28.

 

 

 

우리 동거할까요?

 

 

 

 

 

 

 

이 책은  이화여대 함인희 교수 외 22인이 동거에 관한 주제를 크게 6부로 나누어쓴 것이다. 필자들은 정신과 의사, 대학생, 교수, 변호사, 여성운동가, 평범한 회사원 등 다양하다. 필자가 여러 명이고 그들의 직업과 연령, 주제별 접근 방식이 달라 각 글의 성격도 제각각이다. 즉 분석적인 글이 있는가 하면 체험담도 있다. 말미엔 법 조문까지 붙어있다. 이 책은 동거라는 문제에 직간접적인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자 만든 것이라고 한다.

 동거와 관련된 시각은 세대간, 진보와 보수 사이에 미묘한 갈등을 야기할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거를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은 최근 동거가 우리 사회에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남녀간의 동거'를 '은밀한 불륜'이나 '세상말세'로 치부했던 1970년대식 사고 방식이나 막연히 '위험한 사랑놀이'로 보는데서 벗어나 좀더 적극적인 '새로운 남녀 관계의 형성'으로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대학가에서는 생활비는 물론 연애비용까지 절약하기 위해 동거에 들어가는 ‘알뜰형’커플이 늘고 있다 . 사진출처 : 신동아> 

 

 그런 면에서 이 책 『우리 동거할까요』는 솔직한 책이다. 가족보다 더욱 깊숙하고도 은밀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동거'를 향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있는바 솔직함을 넘어 진정한 용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입에 올리는 것조차 터부시해온 '동거'를 주제로 겹겹이 둘러싸인 장애를 뚫고 이 책은 여러 갈래로 접근해 가고 있다. 이 책은 동거를 놓고 좋다 나쁘다 식의 일차원적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 동거를 선택하려 할 경우 필히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미리 점검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 살다가 헤어지는 이유는 성격 차이이다. 상대와 나의 성격을 보다 잘 알아 파탄을 미리 막는 최상의 선택은 현재로선 동거라고 생각한다. 수박의 겉을 보고 그 속 맛을 알 수 없듯이, 상대를 선택하는 데 있어 겉으로 드러난 조건과 모습만으로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알 수 없다. 겉만 보고 고른 수박이 맛이 없을 때 우리는 "수박 장수가 잘 익었다고 그랬어(중매쟁이 말), 엄마가 색깔이 맛있게 생겼다고 했잖아(친지의 말)."라고 쉽게 말하듯, 상대를 잘못 선택했을 경우에 "내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으면 결혼 했겠느냐."고 얘기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부모나 타인에게 책임을 회피한다 해도 그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이고, 모든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79~80쪽


보통 일주일에 한번 만나 영화 보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모텔(?)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하루에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죠. 한 달이면 40만 원이 넘는 돈인데 점점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연애하는 사람들이 돈 쓰는 게 다 같이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그렇다고 아직 결혼할 형편은 안 되고... ---  113-114쪽


 이 책은 동거에 대한 의미, 국내외현황, 동거와 성, 법적 문제점,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론과 생각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글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것이 동거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넓힐 수 있고, 쉽게 와 닿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사회학자, 여성학자, 법률 전문가, 비뇨기과 의사, 정신과 의사, 노년학 전문가, 재혼 전문가, 인터넷 동거 사이트 운영자, 인류학 전공자, 시인, 회사원, 대학생 등 23명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동거에 관한 글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글을 모아 한 책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흐름이 마치 음악처럼 리듬을 타고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동거를 소재로 한 영화 '와니와 준하'의 한 장면>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 위해서인지 <재미있는 동거 이야기>란 코너가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짧은 동거 관련 이야기를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유명인의 자연스러운 동거', '가지가지 동거', '이런 사람과 동거하라', '타고르의 우화' 및 '동거계약서' 샘플 등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간단하다. 신문, 방송에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다고 연일 아우성이어서 그 대책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차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흔히 성격차로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거’한 후 결혼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인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아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썼다.

●사랑하는 이와 실제로 동거를 꿈꾸는 사람들

●주위의 친구와 선후배들이 동거를 선택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자녀가 동거를 선언할 경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하고 싶은 부모들

●결혼과 가족을 에워싸고 있는 다양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

●우리가 당연시해온 결혼 및 가족제도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서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많이 줄이게 되었다. 그간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삶 속에서 사랑과 생활의 조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실토해야겠다. 이 책을 만든 이의 의도처럼 나 역시 동거를 놓고 좋다 나쁘다 식의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겠다. 단지 누군가 동거를 선택하려 할 경우 필히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미리 점검해 볼 내용들이 많으므로 일독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