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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판화로 사람과 세상을 읽는다 『이철수의 웃는 마음』

by 언덕에서 2015. 3. 19.

 

 

 

 

 

판화로 사람과 세상을 읽는다 이철수의 웃는 마음

 

 

 

 

 

 

 

 

이 책에서 목판화가 이철수1는 마음을 말하고, 마음에 대해 얘기한다. 『웃는 마음』은 이철수가 제천의 평동마을로 거처를 옮긴 이후 25년에 걸친 삶과 사색의 결과물로,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는 평범한 삶을 통해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한 구도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철수는 지극히 평범한 삶 속에 비범함을 감추고 있다. 인간의 노동, 세상살이의 이치, 자연의 사계와 생명의 순환 등에 대한 그의 통찰은 빼어나다. 자연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온몸으로 함께 살아온 탓일 것이다. 나무, 풀, 바람, 별, 새, 물, 벌레 등 아주 작은 생명조차 놓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고, 온몸으로 말한다. 삶, 자연, 마음, 사람에 대해 평범한 시골생활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가치와 이치를 이야기한다.

 

 

 

- 이철수 작. '강을 건너야지' 2001년

 


박원식2 : " ‘강을 건너야지’라는 그림에 이런 글이 담겼더군요. ‘욕심의 강이 흐른다. 때론 물살 거칠다. 흐르는 강에 눈길 주지 말고 강 건너 큰 나무 한 그루 바라보아야지.’ 물어볼까요? 욕망의 동정을 살펴서 그 유혹을 달래는 방법은 뭔가요?


이철수 :  “욕망, 이건 자제만으로는 부족해요. 자제란 하면 할수록 거기에 사로잡히니까. 욕망의 근원을, 경로를 들여다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어려서부터 새나 닭을 무서워했어요. 오금을 못 펼 정도로. 그런 아이에게 말해주었어요. ”새에 대한 공포심이 생길 때마다 마음을 살펴봐라. 그러면 실체가 없는 두려움에 불과한 걸 알거다.“

 짐승이나 수목들은 약육강식 원리에 충실할 뿐 사람처럼 욕망의 노예가 되지는 않아요. 사람들은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갑니다. 문제는 시장과 사람의 욕망이 한통속으로 굴러간다는 점이에요. 욕망을 외화해서 상품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우리의 노동이 수고를 고스란히 빼앗아 가죠. 수탈과 탕진이 계속되고 있어요. 시장을 중심으로 뺏고 빼앗기는 사냥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예요. 이 와중에서 우리의 영혼은 날로 황폐해질 수밖에 .

 가야 할 데가 분명해지면 짐을 줄이고 떠나게 되지요. 행장을 가볍게 하고 떠나는 여행길처럼.“

 - 175쪽

 

 

- 신선한 고기를 팝니다 '저울' 철수92

 

 

 1980년대의 이철수는 민중미술 운동사에서 탁월한 판화작가였다. 그가 날선 칼로 새긴 대형 걸개그림은 운동권의 한 상징이기도 했다. 곧 사회변혁운동을 이끄는 운동권의 깃발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민중운동의 첨병이었고, 그의 판화는 민중운동의 도구이기도 했다.

 

 

 

이철수 민중판화의 대표작이었던‘거리에서’(1988). 민주화 시위 현장엔 으레 이 그림이 걸렸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귀촌을 감행해 충북 제천 박달재 아래 평동마을에 터를 잡았다. 운동에서 발을 빼고, 자연과 평범한 삶에 몸을 던졌다. 불교와 선불교에 대한 관심과 공부도 깊어졌다. 자연스럽게 판화에도 마음 이야기가 많아졌다. 자연, 생명, 사람, 환경, 삶 등을 통해 올바른 마음자리를 살폈다.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내용들을 담은 판화와 설명이다.

 

 

  1. 판화가. 1954년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한때 독서에 심취한 문학소년이었으나, 군 제대 후 홀로 그림을 공부하여 화가가 되었다. 오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로 처음 미술 활동을 시작했으며,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1989년에는 독일과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탁월한 민중판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철수는 1990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 간 그는 그 후 사람살이 속에 깃들인 선과 불교에 주된 관심을 쏟아 심오한 영적 세계와 예술혼이 하나로 어우러진 절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본문으로]
  2.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배웠다. 1990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모래의 섬」으로 당선, 이후 중편 「방패 뒤에서」 외 몇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쓴 책으로는 『속리산』 『산 깊은 강』 『바닷가에 절이 있었네』 『낯선 정거장에서 기다리네』 『천년산행』 등이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