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관지화(越官之禍)
전국시대 한(韓)나라에 소후(昭侯)라는 임금이 있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데 그 옆에서 시중을 들던 전관(典冠: 임금의 모자를 담당하는 관리)이 술에 취하여 옷도 제대로 안 갖추고 잠이 든 임금을 보게 됐다. 이 관리는 자신의 군주가 추위에 몸이 상할 까 걱정이 되어 옷을 임금에게 덮어주었다.
왕이 술에서 깨어 일어나자 자신이 옷을 덮고 자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해 좌우 신하들에게 누가 이 옷을 덮어 주었냐고 물었다. 이에 좌우의 신하들은 모자 담당 관리인 전관(典冠)이 임금이 자는 사이 추울까 염려하여 덮었다고 보고하였다.
이 말은 들은 소후(昭侯)는 잠시 생각하고는 전관과 전의(典衣: 옷을 담당하는 관리)를 모두 불러오라고 했다. 전의는 자신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두려움에 떨었고 전관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임금에게 나아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임금은 전의와 전관 모두를 벌주라고 명령했다.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하자 임금의 논리는 이러했다.
전의는 임금의 옷을 맡아 담당하는 관리로서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당연히 벌을 준 것이었고, 전관은 자신의 임무를 벗어나서 월관(越官)했기 때문에 벌을 준 것이었다. 임금 자신이 추위에 감기 드는 것보다 자신의 맡은 임무를 저버리고 다른 일에 간섭하는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법가의 대표자 한비는 이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현명한 지도자가 자신의 신하들을 다스릴 때는 신하가 자신의 임무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임무로 공을 세우게 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것이든 신하가 군주에게 한번 말 했으면 그 말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임무를 벗어나서 월관(越官)하면 벌을 받아 죽임을 당할 것이다.(越官則死) 이렇게 모든 신하들이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들이 말한 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신하들이 붕당(朋黨)을 지어 서로 편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다.”
- 출처 : <한비자(韓非子)> ‘이병제칠(二柄第七)'
<한비자(韓非子)> ‘이병제칠(二柄第七)’에 나오는 이 고사는 ‘내 영역을 벗어나 다른 사람의 업무에 간섭하려는 신하들은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한비자의 해석에 따르면 "현명한 지도자라면 신하들을 다스릴 때 신하가 자신의 고유 임무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임무로 공을 세우게 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임무를 벋어나서 월관(越官)하면 벌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직장에서 업무 분장이라는 것을 항상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일을 한 표시가 나는 영양가 있는 업무가 있는 반면 일은 많고 번거로워서 성과를 내기는 좀처럼 어려운 음지의 업무가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한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여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그 업적을 뺏어가는 '똑똑한' 이는 독버섯처럼 상존한다. 조직이 클수록 항상 타인이 이룬 성과를 교묘히 이용하여 공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월관지화'라는 고사성어야말로 그들이 유념해야할 첫째 항목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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