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풍경
그가 변하지 않으리라고 상상했던 것은 오로지 내 생각이었다.
학창시절 좋은 기억만 갖고 있던 고교 동창이 있었다. 요즘 모바일 상에 'BAND'라는 것이 활성화되고 있고 그곳의 동기회 밴드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래서 30년 동안 만나지 못한 그와 통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늦은 저녁 이루어진 통화라 짧은 인사로 대화는 끝났고 익일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받지 않았다. 이후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동일했다.
며칠 후 동기회 총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 무슨 사고가 나서 내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내 우려와는 달리 그는 전화를 받았다. 이윽고 전화기가 내게 넘겨왔다.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더구나...”
“내가 네 전화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나?”
‘아, 사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만든 날이었다. 그가 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로지 내 생각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정서가 바뀐 것을 내가 몰랐거나, 내가 그에게 아무런 의미없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순진함이 빚어낸 대 참극(慘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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