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그린 장편소설『사랑의 종말(THE END OF THE AFFAIR)』
영국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Henry Graham Greene.1904∼1991)의 장편소설로 1951년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직후의 런던을 무대로 소설가 모리스 벤드릭스와 유부녀 새라 마일스 사이의 고통스러운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번역본은 『애정의 종말』, 『정사의 종말』, 『애수』등의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은 그의 가톨릭 신앙으로도 유명했지만, 또한 불륜 관계를 가졌던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종교적인 믿음에 의심을 품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애정의 종말』은 그린의 소설 중에서 가장 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전시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쓰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 소설은 사랑과 열정, 그리고 신앙에 대한 이야기이자 스스로를, 타인을, 그리고 신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긴장은 믿음과 의심 사이의 상호 작용에서 기인하며, 그린은 인간의 사랑과 열정은 종교적 고뇌에 미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간은 신의 사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1955년, 1999년 두 차례 영화화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중년의 작가 모리스 벤드릭스는 새 작품 취재를 위해 어떤 파티에 참석했다가 거기서 고급 관리인 마일즈 부부와 알게 된다. 벤드릭스는 그들의 생활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특히 아름다운 아내 사라는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벤드릭스는 사라와 데이트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덧 그들은 애정을 느끼게 되었고,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결합되었다.
육체 관계를 가진 후 벤드릭스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라는 순진한 유부녀다. 내 사랑을 믿었기 때문에 몸을 허락했다. 그러나 나 이외의 남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일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의혹은 서서히 그의 마음속에서 굳어져 가기만 했다. 그리하여 끝내 벤드릭스와 사라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헤어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벤드릭스는 공원에서 우연히 헨리 마일즈를 만났다. 두 사람은 술집으로 들어갔다. 헨리는 벤드릭스에게 아내를 향한 불안감을 고백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남자가 생긴 듯하다는 것이었다. 헨리는 아내의 뒷조사를 의뢰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로부터 벤드릭스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다. 사라는 1년 반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아름다웠다. 벤드릭스는 그녀와 점심을 들면서 옛날의 관계로 돌아갈 뜻을 비춰 보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음을 확인했다. 사라의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그녀는 계속 기침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공허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한편 그녀에 대한 뒷조사는 계속되었지만, 아무런 부정한 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일기가 발견됨으로써 의혹에 싸였던 그녀의 진실이 밝혀졌다.
사라에 대한 의심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사라는 벤드릭스를 알고부터 무한한 행복을 느꼈다. 남편 헨리는 한없이 착한 사람이었으나, 그녀에게 성적 만족을 주기에는 부족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라는 벤드릭스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기쁨은 벤드릭스의 의심으로 해서 파국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헨리가 의심했던 남자는 스마이스였다. 그러나 그는 한갓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토론 대상에 불과했다. 벤드릭스를 잃은 뒤의 사라는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면서, 무신론자인 스마이스와 때때로 신앙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었다. 사라의 진심을 안 벤드릭스는 사라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사라는 며칠 뒤에 갑자기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계속 기침을 해대던 것이 심상찮았던 것이다. 벤드릭스는 그 소식을 듣고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영국 공립학교 교장인 아버지로 인해 어려서부터 특이한 환경에서 자란 그레이엄 그린1은 문 하나를 경계로 평화로운 가정과 지옥 같은 학교의 두 환경을 오갔는데, 이는 그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어려서부터 선과 악의 종교적 문제에 골몰하면서 문학 창작에 큰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타임스」에서 편집 기자로 일하던 그린은 1929년 첫 장편소설 『내부의 나』로 호평을 받고 신문사를 사직, 창작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편의 본격 소설이 연달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좌절한 그린은 대중 소설 『스탬불 특급 열차』를 발표하고, 후에 영화화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다시 명성을 얻는다. 이후 그린은 자신의 작품을 <본격 소설novel>과 <대중 소설entertainment>로 구분 지었으나, 본격 소설에 가미된 스릴러적 요소와 대중 소설에서 다루는 내면의 깊은 문제는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종교적 구도자로서 그의 면모를 나타내는 특징이기도 하다.
옥스퍼드대학을 나와 언론인 생활을 하다 자의식의 비극을 다룬 <내부의 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후로 정치와 종교의 대결을 통해 신앙의 초월성을 그린 <권력과 영광>, 순수한 신앙을 위해 파멸되어 버리는 한 사도의 비극을 그린 <사건의 핵심>, 『사랑의 종말』등의 본격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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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은 독특한 상상력의 세계를 창조한 작가이다. 첫 소설은 경제 공황이 일어나기 직전에 나왔으며, 그 당시에 씌어진 작품들은 파시즘과 전쟁으로 치달아가는 1930년대 세계의 황량한 붕괴를 그리고 있다. 전쟁 후에 나온 작품은 좀더 내적인 고찰로 바뀌었으나, 그가 거의 정치에 무관심했던 1950년대에 씌어진 <조용한 미국인(Quiet American)>(1955)은 미국이 베트남에 개입하리라는 예언적인 암시를 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으로 개종했지만 자신이 가톨릭 소설가라기보다는 소설가 직업을 가진 가톨릭 신자로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중인물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타락한 세계이며, 작품의 분위기는 악의 만연을 강조한다.
그의 작품들은 악의 세계를 묘사하면서 역설적으로 신의 사랑과 초자연적 신앙의 가능성을 증명하려 하였으며, 소설에 스릴러적인 요소를 도입하면서도 항상 내면적인 깊은 문제들을 다루는 ‘형이상학적 스릴러’란 평을 받고 있다.
- 독특한 상상 세계의 창조자, 스릴러의 대가, 그러면서도 인간 실존과 신의 관계를 깊이 고찰한 신앙인. 그레이엄 그린은 1904년 영국 하트퍼드셔 버크햄스테드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되던 해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버크햄스테드 스쿨에 입학했으나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하고, 열여섯 살에는 교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정신 치료를 담당하던 의사로부터 글쓰기를 권유받아 시를 쓰기 시작하며 다시 학교로 돌아간 후 무사히 졸업, 옥스퍼드 대학에서 근세 유럽사를 전공했다. 열여덟 살에 공산당에 입당하지만 6주 만에 탈퇴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세례를 받았다. 「타임스」에서 편집 기자로 일하던 그린은 1929년 첫 장편소설 『내부의 나』로 호평을 받고 신문사를 사직, 창작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편의 본격 소설이 연달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좌절한 그린은 대중 소설 『스탬불 특급 열차』를 발표하고, 후에 영화화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다시 명성을 얻는다. 이후 그린은 자신의 작품을 〈본격 소설novel〉과 〈대중 소설entertainment〉로 구분 지었으나, 본격 소설에 가미된 스릴러적 요소와 대중 소설에서 다루는 내면의 깊은 문제는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종교적 구도자로서 그의 면모를 나타내는 특징이기도 하다. 『권력과 영광』은 멕시코 여행 후 쓴 본격 소설로 그린의 대표작이다. 〈위스키 사제〉라 불리는 한 타락한 신부의 도피와 고뇌를 통해 정치와 신앙의 대결, 그리고 신앙의 초월성을 암시한 이 작품은 발표 후 교황청의 수정 요구를 받는 등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레이엄 그린의 다른 작품으로는 『브라이턴 록』, 『밀사』, 『사건의 핵심』, 『제3의 사나이』, 『노 맨스 랜드』 등을 비롯하여 여러 권의 단편집과 에세이집이 있으며, 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바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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