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 현대소설

솔제니친 장편소설 『암병동(Rakovyi Korpus)』

by 언덕에서 2016. 10. 13.

 

 

솔제니친 장편소설 암병동(Rakovyi Korpus)

 

 

 

 

 

 

러시아 소설가 솔제니친(Aleksandr Isaevich Solzhenitsyn.1918∼2008)의 장편소설로 1963년경 집필을 시작하여 1966년에 제1부, 1967년에 제2부가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스탈린의 죽음, 베리야의 처형, 말렌코프의 해임을 거쳐 스탈린시대로부터 해빙기로 전환해가는 러시아 사회의 격동기 55년간이 배경이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타슈켄트의 암병동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도 생에 집착하는 코스트글로토프와 루사노프 등의 암환자들, 그들을 돌보는 여의사 돈초바와 간호사들을 등장시켜서 러시아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그 때문에 본국에서는 발표를 허가하지 않아 외국에서 출판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그는 작가동맹으로부터 제명처분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동유럽과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생겨나 사상 최초로 ‘공산정권’이 출현한다. 소련은 ‘공산주의에의 점진적인 이해’를 꾀하나 1953년 스탈린이 죽고 후계자 문제로 새로운 혼란에 빠진다. 그 와중에 내무상 베리야의 처형, 수상 말렌코프와 불가닌이 잇따라 사임하며, 흐루시초프가 등장한다. 그는 스탈린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인물이었다. 이 작품은 스탈린 이후 불안정한 정국을 배경으로 자유를 억압당한 인간의 모습을 파헤치고 있다. 솔제니친은 이 작품으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탈린의 죽음, 베리야의 처형, 말렌코프의 해임을 거쳐 스탈린 시대로부터 ‘해빙기’로 전환해 가는 1955년, 산업관리국에 근무하던 루사노프는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다. 그는 치료차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에 있는 암병동에 입원했다.

 입원실에는 갖가지 인생행로를 살아온 젊고 또 늙은 환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는 두 명의 여의사 간가루트와 돈초바를 중심으로 간호사들이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어느 날, 라게르에 있던 코스트그로프트라는 사람이 입원했다. 그는 수용소에서 온갖 수단 방법을 써가며 수술과 치료를 피해 ‘아름다운 고장’ 우시 테레크에서의 요양생활을 꿈꾸며 이 암병동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간호사인 졸가와 연애를 하며, 또 간가루트에게도 끌리고 있었다.

 혁명정부에 동조했던 루사노프와 수용소 생활을 한 코스트그로프트 사이에는 격렬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암병동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환자들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 남은 나날들을 어떻게 살 것인가로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일부는 태도를 바꾸어 향락에 빠지기도 했다.

 그 중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퇴원을 강요당하는 환자들, 가슴 절단 수술을 선고받은 아름다운 소녀의 절망적인 한탄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코스트그로프트에게 있어서 암병동은 라게르보다 훨씬 자유롭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한편, 과거 소련 당국의 숙청 사업에 협력했던 루사노프는 숙청된 사람들의 명예 회복과 복권의 조짐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딸이 아버지의 무죄를 주장하며 용기를 줌으로써 그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퇴원했다.

 그리고 코스트그로프트도 퇴원하는데, 그때 역시 암에 걸려있던 간가루트는 그에게 함께 지내자고 하지만, 그는 홀연히 죽음을 기다리며 우시 테레크로 떠났다.

 

 

 

“러시아 민중은 반세기 동안 거칠고 형편없는 음식을 먹어온 탓에 생물학적으로 퇴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 선동, 사상적 세뇌, 종교와 문화에 대한 억압으로 인해 더욱 심해졌다. 자유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술에 취하는 것뿐이다.” 이달 3일로 4주기(週忌)를 맞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치명적 위험’에 쓴 말이다.

 소련은 전 국토가 그대로 거대한 감옥이자 강제수용소였다. 스탈린을 비판한 편지 한 통 때문에 반역자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은 솔제니친은 그 자신의 말처럼 ‘모든 것을 빼앗겨 자유로워진’ 이단아였다. 철의 장막 속에 핀 한 떨기 양심의 불꽃은 외로운 진실의 빛을 밝히며 이념의 광풍 앞에 홀로 맞섰다. 역사는 그를 ‘러시아의 양심’으로 기억한다.

 10여 년에 걸친 강제수용소에서의 혹독한 체험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암병동』 <수용소군도> 등 걸출한 작품들의 바탕이 되었는데, 삶의 근원을 파고드는 도덕적 성찰로 현대 러시아문학의 품위를 드높인 솔제니친의 소설들은 뛰어난 비극적 문학인 동시에 생생한 체험의 역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 

 

 작가는 『암병동』 이 작품을 통해 소련 사회의 모순과 부정적인 면을 예리한 관찰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암병동을 무대로 스탈린주의가 인간의 의식에 남긴 흔적, 사회주의의 왜곡과 자유의 억압, 인간에 대한 굴욕 등을 대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는 암으로 입원한 경험이 있는 솔제니친의 자전적인 서술이 상당 부분 내재되어 있다. 여기서는 서로 양립하는 두 인물이 주인공이다. 라게르에서 오랜 유형생활의 괴로움을 경험한 코스트그로프트와 오직 출세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루사노프인데, 그는 죽음에 직면해서도 지위와 특권이 의미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코스트그로프트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에 공감하고 도덕적으로 건전한 사회주의로의 향상을 바라며, 그에 반해 루사노프는 밀고와 숙청은 필요악이고,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의 대립 양상을 통해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병폐가 집약적으로 그려지고 있고, 종국적으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