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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무기와 병균과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총, 균, 쇠』

by 언덕에서 2014. 11. 4.




무기와 병균과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총, 균, 쇠』






이 책은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역사 속의 원주민들은 유라시아인들에 의해 도태되고 말았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책이다. 

 이야기는 모든 인류가 아직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13,000년 전 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각 대륙에 살고 있던 인류 사회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1, 중국, 중앙아메리카, 미국 동남부와 그 밖의 다른 지역에서 야생 동식물을 일찍부터 가축화되고 작물화한 사실은 그 지역 민족들이 다른 민족들보다 앞설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왜 밀과 옥수수, 소와 돼지, 그리고 현대의 주요 작물이 된 농작물과 가축들은 특정 지역에서만 작물화, 가축화되었을까? 이 책은 그 원인이 관습도, 인종차도 아닌 환경임을 밝힌다.


 일단 수렵 채집 단계를 넘어서 농경을 하게 된 사회들은 문자와 기술, 정부, 제도뿐만 아니라 사악한 병원균과 강력한 무기들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회들은 질병과 무기의 도움으로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했다.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이 자행한 비유럽인 정복은 이러한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간 후 질병과 전쟁으로 95%의 원주민이 죽고 만 것이다. 일단 앞서게 된 유라시아 대륙은 지금도 세계를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화생물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1937~  )2는 이 책을 통해 광범위하게 나타난 역사의 경향을 실제로 만들어낸 환경적 요소들로 밝혀 인종주의적 이론의 허구를 벗겨내려 하고 있다. 그는 뉴기니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에서부터 현대 유럽인과 일본인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인간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나간다. 

 1532년 스페인 정복자 168명이 잉카제국 황제 아타우알파3를 사로잡았다. 수만명 병사를 거느린 대제국의 황제가 어떻게 200명도 채 안 되는 이방인들에게 무릎을 꿇었을까?

 스페인 군대는 수적으로 절대 열세였지만 총과 말, 쇠칼이 있었다. 반면 황제의 군대는 돌, 청동기, 나무곤봉, 손도끼로 맞섰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장비의 불균형은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및 기타 민족들 사이의 수많은 대결에서도 역시 결정적이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이 책 『총·균·쇠』의 뿌리는 기초과학에 닿아 있다.  





 그러나 아메리카는 아메리카이고, 유럽은 유럽이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인이, 아시아에는 아시아인이 산다고 가정해보자. 몇 자를 바꾸었을 뿐인데 그 대륙에 사는 판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면 풍요하고 다른 면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아주 오래전 인간의 기원이 시작되고 또 한참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굶주린 들개 같은 시절을 청산하기로 결심한 인간은 동굴 밖으로 뛰쳐나와 각 대륙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짐승을 가축화하고 식물을 작물화하면서 자연의 일부를 관리하고 통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각 대륙에는 서로 다른 문명이 건설되었다.





 1972년. 열대의 섬 뉴기니에서 새의 생태를 연구하던 저자는 한 토박이 흑인정치가로부터 뜻밖의 질문을 받는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물건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물건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세계의 지역적 불평등에 의문을 품었던 저자는 이 질문에 촉발되어 스스로 많은 질문을 만들면서 이 주제를 파고들었다고 고백한다.

 "왜 각 대륙의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있는가."

 "왜 어떤 민족은 지배하고 어떤 민족은 지배당하는가."

 "왜 인류 사회는 서로 다른 운명을 지니게 되었는가."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듯 민족 간의 생리적인 차이가 다른 문명을 낳았다는 게 그간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저자에게 역사란 '단순하고 평범한 시간의 흐름과 그 기록'이 결코 아니었다. 그는 그간의 역사가 외면했던 자연과학 분야의 지식을 동원해서 그 원인을 밝혀나간다.

 인류의 역사는 정복과 지배로 점철됐고, 그 결과가 각 민족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원인으로 그러한 결과가 일어났을까. 왜 유럽이 다른 대륙의 원주민을 정복했을까? 




 역사에 과학을 결합시킨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철의 등장은 식량의 생산성을 높였다. 이는 인구의 밀집을 초래하고 제도를 정비하여 우월한 힘을 가능케 했다. 한편 유럽인들이 원주민을 제거하는 데에는 총의 역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유럽은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병원균도 창궐했다. 이로 인한 전염병이 면역성이 전혀 없던 원주민들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총, 균, 쇠'는 이처럼 인류 문명의 다양성을 지탱하는 여러 요인을 대표하고 함축하고 있는 열쇳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사를 바라보고 기술하는 저자의 관점이다. 통상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원시-고대-중세-근대-현대의 시대로 구분하고 이를 탑처럼 쌓으려고 한다. 그리고 나중 시대가 더 나은 시대인 양 생각한다. 그러나 당대는 그 당대로서 모두가 현대적이다. 우리의 기억이 흑백일 뿐 과거는 과거에 모두 총천연색의 세계였다. 저자는 '산업화된 국가가 수렵 채집민 부족보다 낫다든지, 수렵 채집민의 생활방식을 버리고 철 중심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중심주의도, 서구중심주의도 벗어난다. 때로는 식물의 입장에서, 때로는 세균의 입장에서 기술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의 증보된 지면을 통해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 누구인지를 추적한다4.

 일본인의 기원에 대한 학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고대 일본의 조몬인5이 진화했다는 주장, 한국인의 대규모 이동의 결과로 유전적, 문화적으로 형성된 야요이인6의 후손이라는 주장, 한국에서의 이주는 인정하지만 그것은 소규모였을 뿐이라는 절충적 주장이 그것이다. 이 중 저자는 규모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국인의 이주가 분명 현대 일본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쪽에 손을 든다.

 그 첫 번째 근거는 유전자 분석이다. 현대 일본인의 유전자를 분석했을 때 한국인과 야요이인의 비율이 조몬인 유전자 비율보다 우세하다. 두 번째 근거는 언어다. 사실 일본어와 한국어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는 한국인 기원설은 반박하는 증거로 더 많이 쓰인다. 그러나 저자는 현대 한국어는 신라어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일본은 신라와는 그리 긴밀한 관계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대 삼국시대의 한국어는 현재보다 훨씬 다양했으며, 일부 전해지는 고구려 단어는 한국어보다 오히려 일본어와 비슷하다.

 결국 이러한 모든 사실에 비춰볼 때 한국과 일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와도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아시아의 평화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것과 같은 유대를 재발견할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 이제는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진화생물학자인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기와 병균과 금속이 역사에 미친 엄청난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일단 수렵 채집 단계를 넘어서 농경을 하게 된 사회들은 문자와 기술, 정부, 제도뿐만 아니라 사악한 병원균과 강력한 무기들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회들은 질병과 무기의 도움으로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했으며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이 자행한 비유럽인 정복'은 이러한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뒤바뀌기는 어려울 듯하다. '유럽인이 자행한 비유럽인 정복', 이 표현에서 추가적으로 '중국인'이라는 표현 정도가 추가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1.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대 근동(古代 近東, Ancient Near East) 세계는 메소포타미아로부터 시작하여 시리아–팔레스타인을 거쳐 이집트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일컫는다. 지금의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나라들이 이 지역에 속해 있다. 그런데 이 일대는 그 모양이 꼭 초승달 같다 하여, 일찍이 '비옥한 초승달 지대'(the Fertile Crescent)로 불리기도 했다. 이 지역이 비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문명의 기초를 이루었던 세 개의 강이 그 일대를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두 강이 북쪽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남쪽의 이집트에는 나일 강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강들이 있었기에 고대 근동 지역은 일찍부터 문명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네이버 지식백과] 비옥한 초승달 지대 (고대 근동의 신화와 종교, 2006.2.28, ㈜살림출판사) [본문으로]
  2.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작가이며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이자 문명연구가이다. 1937년 미국에서 출생했으며, 캠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 의과대학에서 생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64년부터 뉴기니를 주 무대로 조류생태학을 연구하고 있는 조류학자다. 생리학으로 과학 인생을 시작한 그는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갔으며,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수개국어를 구사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월간지《네이처Nature》,《내추럴 히스토리Natural History》,《디스커버discover》등 수많은 고정란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며 이들 과학지의 논설위원도 하는 등 과학 저술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본문으로]
  3. 아타우알파아타우알파(스페인어: Atahualpa, 1497년 3월 20일 - 1533년 7월 26일)는 잉카 제국의 14대 황제이다. 현 에콰도르 지역에서 11대 황제 와이나 카팍의 서자로써 출생하였다. 1527년 형제 와스카르가 황제로써 즉위하자 이에 반발하여 키토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5년간에 내전 끝에 아타우알파는 와스카르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하였는데, 이를 기념하여 와스카르의 두개골로 술잔을 만들어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황제로써의 생활은 얼마 가지 못하였다. 1527년 남아메리카에 상륙하여 잉카 제국을 침략할 기회를 노리던 프란시스코 피사로는 아타우알파가 내전에서 승리한 후 수도 쿠스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접근하여 기독교로 개종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아타우알파가 거부하자, 피사로는 이끌고 온 180명의 군대로 아타우알파의 행렬을 습격하였다. 아타우알파 일행은 7천 명에 달하였으나, 대부분이 비전투원이어서 피사로의 습격을 막아낼 수 없었고, 결국 아타우알파는 타고 있던 가마가 붕괴하면서 피사로에게 체포되었다. 아타우알파는 몸값으로 자신이 감금된 방 안에 자기 어깨 높이에 이르는 금을 가득히 채워줄 것을 약속하였고, 그의 명령 하에 잉카인들은 대량의 금을 방안으로 수송하였다. 그러나 잉카인들이 약속을 이행한 뒤에도 에스파냐군은 반역죄를 뒤집어 씌워 아타우알파의 목뼈를 부러뜨려 처형하였다. [본문으로]
  4. 도쿄대학(東京大學)의 하니하라 가즈로(埴原和郞) 교수는 이른 바 '백만인 도래설'을 주장했다. 하니하라 교수는 죠몬 말기 일본 열도의 인구를 76,000명으로 가정하고 이것이 나라시대에는 540만명이 된 것으로 보이며 야요이 시대의 시작을 BC 4세기라고 하면, 1천년 동안 인구 증가율이 연 0.4%가 넘는다는 것이다. 이 0.4%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외부요인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구증가율이 0.2%라고만 해도 죠몬 말기 이후 토착민들은 1천년간 56만 명 정도이며 나머지 380만명이 도래인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기간 동안 1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열도로 이주해왔다는 것이다. 어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대 일본인들의 유전자는 전국 평균 죠몬계는 30%, 도래계는 70%의 비율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전체 인구의 70%가 한반도에서 이주해왔다는 말이다.요시노 마코토(吉野誠) 교수는 일본 열도에는 토착민이던 죠몬인(繩文人)이 있었고, 이후 야요이인(彌生人)들이 들어와서 이들을 압도하여 죠몬인들을 동북으로 밀어부쳤다는 주장이다. [본문으로]
  5. 일본의 신석기시대 중 기원전 1만 3천 년 경부터 기원전 300년(정확히는, 약 1만 4천 년 전 ~ 1천 3백 년 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일반적인 석기 시대의 구분으로는 중석기에서 신석기에 이르는 시기에 해당된다. 1만년 전에는 일본 열도가 한반도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고, 그 뒤에도 해진 현상(海進現像)이 계속되어, 일본 열도는 현재의 혼슈, 시코쿠, 규슈, 홋카이도의 네 개의 큰 섬과 수많은 작은 섬으로 분리되었다. 그 이전부터 일본 열도로 이동했던 무리가 고립되어 독자적인 신석기문화인 조몬 문화가 성립하였다. 이 문화를 남긴 자들을 조몬인(繩文人)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6. 보통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를 야요이시대라고 본다. 기원전 3세기에 한반도와 대륙의 유민들이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시작되어졌다. 이때 청동기, 철기가 전래되어졌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