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
『숫타니파타』는 불교 교단이 성립되기 전, 석가께서 깨달음을 이루시고 구도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자상하게 답변해 준, 시와 이야기로 이루어진 짧은 경전들의 모음이다. 난해한 불교 용어가 아닌, 매우 소박하고 쉬운 일상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어 종교를 넘어 모두의 가슴에 깊이 와 닿는 진리의 말씀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이 번역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29세에 출가한 고타마 붓다가 35세인 기원전 589년 음력 12월 8일, 부다가야의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완전하누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고서, 첫 제자들에게 최초에 설법한 것이 <화엄경>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불교학자들은 가장 오래된 경전은 <숫타니타파>, 법구경이 그 다음이라고 보고 있다.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경전이라서, 고타마 붓다가 최초에 설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위키백과)
학승(學僧)인 법정 스님은 '숫타니파타'를 번역하여 한글대장경에 포함시켰는데, 숫타니파타에서, 석가모니께서 무소유를 가르치고 있는바, 숫타니파타는 법정 스님의 첫 번째 번역 작품이다.
- 우파시바가 물었다. "석가시여, 저는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큰 번뇌의 흐름을 건널 수는 없습니다. 제가 의지해 건널 수 있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널리 보는 분이시여."(숫타니파타 1069절)
- 거룩한 스승은 대답하셨다. "우파시바여, 무소유에 의지하면서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생각으로써 번뇌의 흐름을 건너라. 모든 욕망을 버리고 의혹에서 벗어나 집착의 소멸을 밤낮으로 살피라."(1070절)
지난 몇 십 년 동안 앞만 보고 내달리던, 물질문명의 풍요만을 쫓아 초고속 성장 발전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장률 제로시대,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불안한 시대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답한 상황을 보여주듯 마음 치유 관련 사업이 급부상하고 힐링을 소재로 한 다양한 책이 출판되고 있기도 하다. 실로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을 것인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공통의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불안한 시대에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최초의 불교경전인 『숫타니파타』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고위공직자의 성추문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랄 때, 이 책의 한 구절(마이뚜나(房事)에 빠지는 사람은(중략)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명예와 명성을 다 잃게 된다…)이 떠오를 정도로 이 책은 세상의 온갖 문제에 대해 올바른 삶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숫타니파타』는 법구경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경전이기도 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핀 연꽃처럼’
‘자비가 온 누리에 넘치게 하라’
등의 책제목이 『숫타니파타』의 구절인 점에서도 엿볼 수 있듯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보편타당한 진리의 말씀이 설해져 있다.
모두 5장 [ 1. 처음의 장, 2. 작은 장, 3. 큰 장, 4. 시(詩)의 장, 5. 피안의 장 ]으로 이루어진 『숫타니파타』는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은 물론이고 당시 인도 사회상, 생활상, 수행상, 타종교와의 관계 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전이다. 당시 인도 사회의 생활상과 수행자들의 삶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근원적인 고통을 어떻게 해결하고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한 부처님의 육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아울러 『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을 소개한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손상좌로서 법정 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보경 스님이 본격적으로 해설을 가한 책이다. 원문만 있는 스승의 책과는 차별화했다는 점에서 ‘친절한 『숫타니타파』 해설서’이기도 하다.
전에는 홀로 살면서 수행하다가
후에 마이뚜나(房事)에 빠지는 사람은
마치 수레가 길에서 벗어난 것과 같다.
세상사람들은 그를 어리석은 범부라 한다.
그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명예와 명성을 다 잃게 된다.
이것을 잘 보고 마이뚜나를 끊도록 힘쓰라.
해설: 수행자는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입니다. 수행자뿐만 아니라 세상사람 중에서도 마음이 고결한 사람은 세속의 일에 초탈하여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보고 듣는 대로 집착하고 얽매이게 됩니다. 욕망이 파멸의 문입니다. 특히 성에 대한 욕망은 진리의 가르침을 잃어버리게 하고 사악한 길로 접어들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그 원인이 자신 속에 잠재해 있는 어리석은 근성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p.254
욕망의 시대, 그로 인해 괴로움이 배가되는 오늘날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대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법이 담긴 이 책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길을 가리켜 주는 나침반 같은 경전이다. 『숫타니파타』는 불경이 체계화되기 이전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기에 오히려 원형적인, 인간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심리학적 동기나, 철학적 경험을 접할 수 있다. 『숫타니파타』가 전개하는 경험적이고 합리적인 가르침은 새로운 지평의 조화로운 윤리적 삶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인습이나 전통과 타협하지 않고 정신적인 해탈과 자유를 향한 끝없는 노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이었다. 『숫타니파타』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현학이나 사소한 계율에 메이지 않고 소박한 대화나 이야기의 형태로서, 헌시의 형태로서 전개되고 있다.
누구나 읊을 수 있는 삶의 진리, 이 책에는 난해한 불교 용어들이나 철학적인 개념어들이 없다. 이 책의 배경이 되던 당시에 사용된 단순하고 쉬운 단어들을 사용하여 불교적인 색깔을 느끼지 못하며 읽을 수 있도록 번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불교 최초의 경전으로, 불교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불타 시대의 아름다운 운문시 감상과 함께 당시 수행자들의 삶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 수 있다.
'역사와 철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 러스킨 비평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 (0) | 2014.10.30 |
---|---|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권위는 공존할 수 있을까? 『노예의 길』 (0) | 2014.10.15 |
복음서의 원본 『큐복음서』 (0) | 2014.08.14 |
성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강해』 (0) | 2014.07.15 |
칼 구스타프 융『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0) | 201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