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 장편소설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
프랑스 작가 G. 플로베르(Flaubert Gustave.1821∼1880)의 장편소설로 1857년 발간되었다. 부제는 ‘지방 풍속’으로 되어 있다. 각고의 집필 5년 만에 완성된 작자의 대표작이며 처녀작이다. 낭만적인 여자 엠마(Emma)의 생활을 어디까지나 엄격하게 사실적 수법으로 그려, 부르주아 생활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표명하였다. 사실주의 문학의 일대 걸작이다.
'텔라마르는 루앙 근교에 자리한 리의 시골 의사인데, 두 번째 아내 데르핀이 두 사나이와 잇따라 정사를 갖고 빚에 쫓겨 음독 자살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텔라마르도 아내의 뒤를 따라 죽고 말았다.'는 사건을 플로베르가 근동을 여행하다 듣고 이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는 설이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범한 시골 의사 샤를르 보바리는 아내가 죽은 후 부유한 농장주의 딸인 엠마와 재혼했다.
수녀원에서 교육받은 엠마는 몽상가로, 화려하고 로맨틱한 결혼생활을 동경해 왔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우연히 참석하게 된 화려한 귀족 파티는 평범한 그녀의 삶과 비교되어 점점 더 권태롭게 했다.
그런 아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샤를르는 아내에게 환경의 변화를 주기 위해 이사를 갔는데, 그곳에서 엠마는 부유한 홀아비이고 바람둥이인 로돌프에게 마음과 몸을 바친다. 그러나 로돌프는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엠마에게 싫증을 느껴 떠나버린다. 절망에 빠진 그녀 앞에 한동안 그녀를 연모했고, 지금은 공증인 사무소에 다니는 레옹이 나타난다. 엠마는 그와도 육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타락의 길에 빠져들었으며, 또한 남자들과 즐기고 사치하는 데 너무 낭비를 해 남편 몰래 많은 빚을 지게 된다.
그녀는 어떻게든 혼자 빚을 갚아보려고 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자살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샤를르도 그녀의 뒤를 따른다.
당시로서는 놀랄 만큼 노골적인 묘사로 여주인공의 행동을 서술한 이 소설은 잡지에 연재되는 동안 화제가 되었으며, 그 해 풍기 문란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으나, 결국 무죄로 판결되었다. 이 사건으로 플로베르의 이름은 일약 유명해졌으나, 그보다 이 작품의 진가는 엄격한 문체상의 연마와 긴밀한 구성에 있으며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의 첫 걸작으로 꼽히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보바리 부인은 평범한 시골 여인이었으나 화려하고 낭만적인 삶을 꿈꾸는 몽상가였는데, 그녀를 둘러싼 주위 환경은 모두가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하다. 엠마는 그런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세계를 갈구한다. 이것을 ‘보바리즘’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기실현에의 욕구와 현실적인 자기 입장의 모순 사이에서 방황하는 병을 일컫는 말이다.
이 작품은 평범한 시골 아낙네의 삶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수법으로 그린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이다. 19세기 당시로는 놀랄 만큼 노골적인 묘사로 여주인공의 애정 행각을 표현해 풍기 문란죄로 기소되는데, 이것이 오히려 플로베르의 이름을 유명하게 해 주었다. 엠마의 감미로운 동경, 분출되는 정열, 그리고 무너지는 환멸과 비참한 최후는 기왕에 풍미했던 낭만주의 문학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엠마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현실의 추악한 모습에서 낭만적인 몽상이 어떻게 좌절해 가는가를 냉혹하게 표현함으로써 낭만주의를 타파하고자 하였다. 엠마 보바리의 모델은 루앙 근교의 작은 마을에 살았던 젊은 의사 외젠느 드레멀의 아내로, 그녀는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많은 빚을 진 뒤 음독자살한 데르핀이었다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플로베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프랑스 곳곳의 작은 마을에서 보바리는 괴로워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엠마는 평범한 여성들의 종합체라 할 수 있다.
(전략) 이 소설로 플로베르는 프랑스 사교계의 총아가 될 만큼 유명해졌는데, 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은 '보바리 부인의 실제 모델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데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여성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플로베르에게 보바리 부인의 모델이 누군가 하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플로베르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곤 했다. "보바리 부인은 바로 나다."
보바리 부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다라고 말한 대답은 정확한 것이었다. 플로베르가 아무리 보바리 부인의 눈으로 보고, 보바리 부인의 몸으로 정사를 나누어도 보바리 부인은 바로 플로베르가 창조한 작중 인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보바리 부인은 결국 플로베르가 쓴 보바리란 이름의 가면에 불과한 것이다. (☞ 최인호 저. <가족 7(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25쪽>)
♣
플로베르는 ‘엠마는 바로 나 자신이다’라 했는데, 그는 엠마에게 동정적이며 그녀로 하여금 올바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만든 사회의 무능하고 비속한 인물, 꿈과 희망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에 강한 적의를 품은 듯하다. 곧 협소하고 비속한 부르주아지가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깊은 절망감과 상처받기 쉬운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엠마는 성격적으로 플로베르의 분신이었으며, 프랑스 문학에서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한 인물로 전형화되었다. 제재 그 자체로 보아도 통속적이며 진부하기 짝이 없는데도 플로베르는 스캔들 이상으로 극단의 사실적 문체로 한 문예사조의 대표작을 만들어 놓았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미풍 양속을 해치는 저속한 작품이라 하여 재판에 회부되기도 하였으나 이 작품을 통해 현실생활을 연구하려는 의도가 참작되어 유용한 결과를 얻고자 하였다는 것으로 승소하였다. 이 작품에서 구성면으로 보아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를 기록하였다는 것과 인물들의 행위가 너무 무미건조하다는 평이 있으나, 근대적인 사실주의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 있다.
“나는 ‘마담 보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플로베르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담 보바리’는 정녕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보바리 부인'은 평범한 일상에 환멸을 느끼고 공상에 사로잡혀 허영과 불륜으로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은 한 여인의 비극적 종말을 리얼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킨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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