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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에슈르 르 귄 장편소설 『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

by 언덕에서 2014. 11. 13.

 

에슈르 르 귄 장편소설『어둠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

 

미국 작가 에슈르 르 귄1(Ursula Kroeber Le Guin, 1929 ~ )이 쓴 SF와 판타지를 교묘히 결합한 SF페미니즘의 진수로 꼽히는 작품으로 1969년 발표되었다. SF 문학의 양대 상인 네뷸러상(1969)과 휴고상(1970)을 휩쓸었다. 순서상으로는 작가 르 귄의 '헤인 시리즈' 중 네 번째이기도 하다. 왕권주의 국가와 전체주의 국가를 연상케 하는 두 나라,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주인공을 흑인으로 설정한 점, 그리고 주기와 대상에 따라 양성적으로 반응하는 종족 등의 독특한 설정은 이 작품을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뽑게 한다.

 이야기는 인류의 협동과 연대를 위해 '게센'에 파견된 지구인 '겐리 아이'가 여러가지 난관 끝에 결국 게센의 총리대신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동맹을 맺는 데 성공한다는 간단한 줄거리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회에서 다른 방식으로 양식화된 지구인 겐리 아이와 게센인 에스트라벤이 서로의 문화와 사고방식, 체제를 받아들이는 두가지 시선과, 특히 남녀양성에 대한 생리적 특징을 분석하고 있는 작가의 탁월한 눈썰미야말로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주요한 점이다.

 이 여성작가의 전작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남성과 여성, 빛과 어두움이라는 양단의 문제의식은 화해와 통합이라는 유토피아를 끊임없이 지향하면서, '발정기가 따로 있고 그때마다 성역할이 바뀌어서 오히려 성역할로부터 자유로운 - 양성종족의 출현'이라는 SF적 상상력으로 미래 사회에 발생할 지도 모를 문제를 제시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무대는 ‘겨울’이라 불리는 행성 ‘게센’이다. 눈과 얼음에 둘러싸여 있는 이 행성에는 남녀양성의 독특한 생물학적 특징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아마도 수만 년 전 지구인들이 이곳 원주민들을 지배할 때 이루어진 생물학적 실험의 소산으로 보인다. 게센인들은 26일을 주기로 ‘케머’라는 발정기를 갖는데, 남녀양성인 그들은 이때만은 남자와 여자의 성으로 발현되며, 임의로 성을 바꿀 수 있다.

 이야기는 에큐멘력(曆) 1491년 44일, 게센과 외교관계를 맺으려고 단신으로 행성 ‘겨울’을 찾아온 우주연합 에큐멘의 사절 겐리 아이가, 봉건적인 정치조직을 갖고 있는 카르하이드 국왕에게 인류의 협동과 연대를 목표로 하는 우주연합 에큐멘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게센의 강제 농장에서 총리대신 에스트라벤의 도움으로 게센의 적대국 오르고린으로 탈출에 성공한 겐리 아이는 에스트라벤과 함께 장장 1,300킬로미터나 되는 고브린 빙하지대를 갖은 고생 끝에 81일 동안 통과해 카르하이드로 귀환한다. 혹독한 날씨의 빙하지대를 통과하는 동안에 게센인 에스트라벤과 지구인 겐리 아이는 따뜻한 우정과 사랑이 피어난다. 카르하이드에 도착한 겐리 아이는 에스트라벤의 희생으로 마침내 행성 ‘겨울’과 동맹을 맺는 데 성공한다.

 

미국 여류작가 에슈르 르 귄 1 ( Ursula Kroeber Le Guin, 1929 ~ )

 

 소설 작품이 시대의 고전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할 몇 가지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시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이 첫 번째일 것이고 더불어 높은 문학적 완성도와,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독자의 변함없는 지지가 또 필수적인 조건일 것이다.

 『어둠의 왼손』은 이 세 가지 사항에 당연하게 맞아 떨어지는 작품으로 판단된다. ‘SF의 거장,’ ‘SF 문학의 고전,’ ‘SF페미니즘 소설의 진수’. 이러한 수식어는 바로 작가 어슐러 K. 르 귄과 그녀의 작품에 언제나 따라 다니는 꼬리표들이다.

 1969년에 쓰인 이 작품이 2010년대 인 요즘에도 우리를 수긍하게 만드는 것은 위의 덕목을 충실히 갖췄기 때문이다. 르 귄은 서문에서 이 작품이 머릿속에서 행해지는 하나의 ‘사고 실험’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 실험의 목적은 미래를 예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의 세계 즉 현재의 세계를 기술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덧붙여 르 귄은 분명 과학소설이란 허구이지만 또 모든 허구는 현재의 은유임을 기억하라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마음껏 펼치도록 요구했다.

 모든 허구는 '은유'이다. 과학소설은 은유이다. 이 과학소설을 고전적인 허구 형태와 달라 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현대생활의 골간을 이루는 어떤 거대한 지배체제로부터 도출된 새로운 비유들을 사용하는 것과 관계있지 않나 생각된다. - 3쪽.  서문

 소설을 읽는 동안 르 귄이 창조해낸 정교한 세계에 빠져들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그 허구의 세계가 현실에 대한 어떤 은유를 내포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겐리 아이가 게센 행성 종족들의 성에 대한 의문을 정리한 부분은 특히 그런 은유로 가득하다. 겐리 아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케머 기간이 지나면 게센인들은 다시 완전한 남녀 동성이 된다. 여러 명의 아이를 둔 엄마가 여러 명의 아이를 둔 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트랜스젠더 하리수씨나 동성애자 홍석천씨를 상상함, 또는 동성애자에 개방적인 프란시스코 교황을 생각했음은 왜 일까?)

 게센의 가계는‘육신의 부모’인 어머니로부터 이어받는다. 인간성에 대한 이분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고를 하는 데에서도 이 원론은 존립하기 힘들다. 게센인들은 타인을 남자와 여자로 보지 않으며 그저 인간으로만 인식한다.

 게센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요소는 성이나 어떤 인간적인 요소가 아니라 자연환경뿐이다. 르 귄은 세밀한 묘사를 통해 게센 행성의 존재를 믿게 하는 동시에 이런 삶의 양식이 부재하는 우리의 행성, 지구를 상기시킨다.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남성 혹은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성 혹은 여성성을 가진 인간으로 길러진다.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여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자. 생물학적 성이 사회적 성으로 고정화되지 않는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도 분명 다른 시각이 존재할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이 아닌 전체로서의 ‘인간’ 그 자체로. 다름에 대한 차이가 ‘차별’이 아닌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실천된다.

 해롤드 블룸2이나 프레드릭 제임슨3 같은 저명한 비평가들도 찬사를 바친 이 작품에 나오는 외계의 인간들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구별이 없다. 이 행성의 모든 인간은 생식이 가능한 생리주기와 그렇지 않은 생리주기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수태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임신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성별 분업이란 상상도 할 수 없고, 이 사람들의 눈에는 남성 - 여성으로 평생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영구적 장애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세계와 전혀 다른 성(gender) 세계를 상상함으로써 작가는 성과 인간에 대해 무한히 열려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1. 어슐러 크로버 르 귄(영어: Ursula Kroeber Le Guin 어설라 크로버 러 귄[*], 영어 발음: /ˈɜrsələ ˈkroʊbər ləˈɡwɪn/ , 1929년 10월 21일 ~ )은 미국의 작가이다. 르 귄은 소설과, 시와 동화를 썼으며, 그리고 그녀의 과학소설과, 판타지 소설과 단편으로 유명하다.최초로 그녀의 책이 출판된 1960년부터, 그녀는 최고의 과학소설과 판타지 문학의 작가로 주목받았으며, 그녀의 훌륭한 문체와, 도교, 무정부주의자, 여성주의자, 정신적&사회적인 테마에 대해서 주목받게 되었다. 르 귄은 다섯 차례의 휴고상과, 미국 과학소설 작가 협회에서 수상하는 네뷸러 상을 다섯 차례 수상하였고, 그리고 세계 과학소설 연맹에서 수여한 간달프 상을 1979년에 수상하였고, 과학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기여가 큰 사람에게 수여하는 그랜드 마스터 상을 2003년에 수여받았다. [본문으로]
  2. 미국 문학 비평계의 거목으로 지난 40여 년간 문단을 주도해 온 해럴드 블룸은 1930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는 코넬과 예일 대학에서 수학한 뒤 1955년부터 예일, 1988년부터는 뉴욕대학에서 문학이론과 비평을 가르쳐 왔다. 24편의 문학 및 종교 비평서를 포함해 끊임없는 논문 발표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블룸은 당시 문화적 정통주의가 팽배한 학문 풍토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지적이고 독창적인 주장을 대담하게 펼쳤다. 특히 영국 낭만파 시인들에 대한 관심으로 1950년 후반부터 시작된 그의 비평은 197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문학 전반을 아우른다. 이후 해체주의 물결 속에서도 블룸은 자신만의 독특한 이론들을 펼치면서 문학과 철학적인 언어로부터 얻는 상상력의 자율성을 옹호해 나간다. 특히 그노시스주의 종교론을 시 비평에 적용하면서 문학 편력을 점점 확대시켜 나가는데, 이와 관련해 페미니스트, 맑시스트, 다문화주의 등의 문학이론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블룸의 이런 모습은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실망감을,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즐거움을 안겨 주는데, 그의 문학적 입장은 근본적으로 어느 쪽을 옹호하는 게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문학의 위대성'이란 영혼의 숭고함과 미학적인 강렬함에서 발생하며 도덕과 정치적 주장에서 완전히 자유로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헤럴드 블룸은 예일대 인문대학 스털링 기금 교수와 뉴욕대 대학원 영문학 버그 기금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87~88년까지는 하버드 대학에서 시를 가르치기도 했으며, 로마와 볼로냐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미국 예술원에서 주는 비평 분야 금관훈장을 비롯해 맥아더 재단이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셰익스피어: 인간의 발명', '새 천년의 전조들', '서구의 정전', 'J의 서', '카발라와 비평' 등이 있다. [본문으로]
  3. 1934년 미국 오하이로 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나, 예일 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했고, 1959년 사르트르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 예일 대학 교수 등을 거쳐 1985년부터 듀크 대학 비교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0년대 초에 이미 [변증법적 문학이론의 전개](창비, 1984)와 [언어의 감옥](까치, 1990)으로 이름을 얻은 그는 1981년에 대표적 주저로 인정받은 The Political Unconscious: Narrative as a Socially Symbolic Act(1981)를 펴낸 바 있다. 그 밖에 국내에 번역ㆍ출간된 [후기 마르크스주의](한길사, 2000), [보이는 것의 날인](한나래, 2003), [지정학적 미학](현대미학사, 2007)을 비롯하여 다수의 저서가 있다. 주로 모더니즘을 비롯해 제3세계 문학과 영화, 마르크스 및 프로이트, 사르트르, 현대 프랑스 소설과 영화, 프랑크푸르트학파 등에 관해 강의하고 있으며, 2008년 인문사회과학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홀베르상(노르웨이 정부 주관)을 수상한 바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