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 현대소설

허버트 조지 웰즈 장편소설 『타임머신(The Time Machine)』

by 언덕에서 2014. 9. 23.

 

허버트 조지 웰즈 장편소설 『타임머신(The Time Machine)』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즈(Herbert George Wells. 1866 ~ 1946)의 장편소설로 1895년 간행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를 동경하며 작가의 꿈을 키운 웰즈는 스위프트의 대표작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 1726)를 바탕으로 『타임머신』을 완성하였다.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진 『타임머신』은 전체적인 틀에 있어서 <걸리버 여행기>와 유사한 면이 많으며 우화적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출판 연도와 주제 구현 방식 및 서술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가까운 친구인 조셉 콘래드의 작품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 1899)과 유사하다. 웰스는 당시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계급 문제가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한 시각을 『타임머신』을 통해 나타냈다. 하지만 웰스가 살았던 시절 유행했던 유토피아 소설들과는 반대로 진보의 반대인 퇴보를 『타임머신』을 통해 그려냈다.

 놀라운 점은 작가가 예측한 80만 년 뒤의 지구의 모습은 더욱 분열되었고 긴장감 속에 대립 관계를 유지한다는 부분이다. 지하에 사는 멀록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지상에 사는 엘로이는 부르주아 계급으로, 『타임머신』 속에 웰스의 마르크스 비평적 시각이 투영되었다. 특히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96)의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 1890)에서 나타난 유토피아적인 모습에 웰스는 반기를 들어 미래에 분열된 사회의 모습을 『타임머신』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을 피력한다.

영화 <타임 머신 The Time Machine> , 1960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시간 여행자(The Time Traveler)는 서기 802,701년에 당도하는데 그곳에는 키가 120cm 정도 되는 소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곳에는 지하인과 지상인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지하에서 사는 멀록(Merlock)은 서민을 의미한다. 반면에 지상에서 사는 엘로이(Eloi)는 귀족 계급으로 이들은 호의호식하며 지낸다. 이들에게는 육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과일이 주식이 되어 살아간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지구에는 대부분의 생물이 이미 멸종되었다. 시간 여행자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작은 종족들을 만났는데 바로 엘로이였다.

 그들은 시간 여행자에게 숙박과 음식을 제공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타임머신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시간 여행자는 청동대좌 아래 타임머신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여행자는 여러 차례 엘로이들에게 청동판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실패하게 된다. 엘로이들은 이런 시간 여행자를 슬슬 피하게 되지만 이곳에서 시간 여행자는 위나(Weena)라는 친구를 만난다. 위나를 통해 엘로이 언어를 익히게 된다. 위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시간 여행자는 엘로이들이 어둠을 두려워해 큰 궁전에 모여 함께 잔다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밤, 시간 여행자는 유령과 같이 생긴 존재를 목격한다. 또한 아침에 그 존재들이 우물 같이 생긴 탑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타임머신을 찾기 위해 우물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한 시간 여행자는 우물 밑에 들어가 성냥불을 켰다. 그곳엔 지하인인 멀록들이 있었다. 그들은 불을 무서워했으며, 성냥불이 꺼지자 멀록들은 시간 여행자를 공격하였다. 그는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지만 기절한다. 깨어난 시간 여행자는 위나와 함께 타임머신을 찾는 동안 멀록에게 쫓기게 된다. 멀록을 쫓아내기 위해 시간 여행자는 불을 사용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나는 산불로 인해 죽게 되고 시간 여행자는 가까스로 타임머신을 되찾아 미래로 여행하게 된다.

 그가 당도한 미래에는 기이한 생명체가 있었으며, 그곳의 지구는 말라 있었고 태양도 10분의 1밖에 보이지 않았다. 시간 여행자는 다시 자신이 존재했던 현재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경험했던 얘기를 들려주지만,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자 시간 여행자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챙기고 다시 시간 여행을 하러 떠난다. 하지만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간 여행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영화 <타임 머신 The Time Machine> , 1960 제작

 

 1895년에 나온 허버트 조지 웰즈의 「타임머신」은 과거와 미래를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는 기계를 보여준다. 과거의 역사를 살펴볼 수도 있고, 인류의 미래가 어찌 될 것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타임머신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은 미래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세상은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을 미래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서 보여준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성은 있다. 그중 하나는 빛의 속도 이상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 것이다. 우주선 속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지만 지구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간다. 냉동 수면 상태라면 시간을 뛰어넘는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소설『타임머신』은 시간 여행과 인류 미래 전망에 관한 전에 없던 소설로, 웰스는 사람들로부터 ‘과학소설’의 창시자라는 칭송까지 받았다. 이후 그가 세상에 내놓은 <모로 박사의 섬>(1896), <투명인간>(1898), <우주 전쟁>(1898), <달 세계 최초의 인류>(1901) 등은 영국과 미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20세기에 들어 그는 당대 대표적인 소설가로 부상했다. 웰스는 예술 지상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었고 사회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예언자적인 작가였다.

 산업혁명으로 기계소리가 멈추지 않았던(H.G. 웰즈가 살았던) 19세기말의 영국이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 80만 년 뒤의 모습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산업화로 경제는 발전하지만 그 구성원들은 점점 소외되고 물질화되어 갔다.

 

 

 심화되는 양극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저자의 생각은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자본주의의 붕괴과정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자본가와 노동자. 자본가의 착취가 심해지고 결국에는 노동자들의 혁명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무너지고 모두가 함께 일하고 먹는 공산사회가 탄생한다는 내용과 그 출발점은 상당히 흡사해 보인다.

 그렇다고 웰즈가 몰록 족으로 대변되는 무산자 계급을 옹호한다거나 하는 인상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몰록을 혐오스럽고 흉측한 존재로 그려놓아 노동자 계급을 조롱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역설을 위한 소설적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경주했으면 더욱 탁월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웰스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 조지 오웰

 * 그는 역사에 대해 논쟁하고, 과거를 탐구했는가 하면, 미래로 눈을 돌려 모든 현실과 가공의 삶을 기록했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웰스는 무엇보다 사상과 상상력의 해방자라는 점에서 위대하다. -- 버트런드 러셀

「타임머신」에서 작가는 한 '시간 여행자'의 입을 빌려 80만 년을 뛰어넘는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속에는 끝없이 전진해 온 인류가 도달하게 될 잔혹한 미래가 존재한다. 그는 이를 통해 과학에 대한 맹신이 불러올 인류의 비극적 운명, 우리가 맞이하게 될 침체와 종말을 그려내며, 인간 지성의 꿈은 덧없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단순한 공상 과학 소설로 분류한다면, 큰 오해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없이 전진만을 계속하는 인류, 갈등과 부조화에 대한 웰스의 우려가 집약된 작품이 바로 이 『타임머신』이다. 진보를 믿고 부지런히 걸어온 인류가 마침내 맞이하게 될 침체와 종말을 묘사하던 시간 여행자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인간 지성의 꿈의 덧없음'이야말로 웰스가 말하고자 한 진정한 경고이자 호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