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賣血記)』
중국 소설가 위화1(余華, 1960 ~ )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1996년 출간되자마자 중국 독서계를 뒤흔들며 베스트셀러 수위에 오른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문제작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살아가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 건 매혈로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희비극이 교차하는 구조적 아이러니로 드러내면서 정교하고 심화된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 소설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소개돼 격찬을 받았으며 세계적으로 '여화현상'을 일으키는 일련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위화는 1983년 단편 <첫 번째 기숙사>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인생> <형제> <허삼관 매혈기> 등 히트작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기도 한다. <인생>은 42개 언어로 번역되고, 중국에서만 2000만부 팔렸다. <인생>(국내 10만부)보다 <허삼관 매혈기>(국내 25만부)가 많이 읽힌 국가는 한국뿐이다. 위화는 “의아한 일이다. 다른 작가와 이야기를 해본 결과, 한국 독자들의 소양이 높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50년대 허삼관은 성(省) 내 생사(生絲)공장에 근무하는 매우 가난한 노동자다. 그가 사는 마을에서는 피를 팔 수 있는 것이 건강의 상징이자, 결혼의 조건같이 여겨진다. 허삼관은 같은 마을 사람인 방씨와 근룡이를 따라 피를 팔러 병원으로 간다. 피 팔러 가는 날에는 물을 엄청 마시고 오줌도 싸지 않는다. 피 팔기 위해서는 병원 직원과 연결고리가 있어야 해서 적당한 뇌물도 준비해야 한다. 매혈이 끝난 뒤 보혈과 영양보충을 위해 데운 황주 두 냥과 돼지 간볶음 한 접시를 먹는다.
이렇게 허삼관은 피를 팔고, 마을의 미녀 허옥란과 결혼하게 된다. 허옥란은 '꽈배기 서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의 미인이다. 결혼한 이후 일락, 이락, 삼락 세 아들을 낳는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허삼관의 장남인 일락이 허삼관이 아닌 이웃 남자 하소용을 닮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는 아내를 추궁하여 하소용과의 혼전관계를 알게 된다. 이후 허옥란과 장남을 미워하고 구박하게 된다. 그렇지만 가정을 버리지 않고 경제적 위기가 올 때마다 피를 팔아서 고비를 넘긴다.
어느 날 하소용이 교통사고로 입원하여 회생의 가망이 없게 된다. 하소용의 처는 점쟁이를 찾아간다. 점쟁이는 '아들이 지붕에 올라가 굴뚝을 깔고 서쪽 하늘을 향해 "아버지, 가지마세요! 돌아오세요!"라고 한 시간 동안 외치면 떠나려던 영혼이 돌아온다고 말한다.
하소용과 그의 처 사이에는 두 딸밖에 없다. 하소용의 처는 이전에는 일락이를 몰라라 했지만, 사정이 급하게 되자 허삼관에게 통사정을 한다. 허삼관은 일락이를 타일러 소원을 들어주었지만 하소용은 결국 죽고 만다.
이후 문화대혁명이 오고 마을 곳곳에 대자보가 붙는다. 사람들은 평소 미워하고 증오하던 사람들의 이름과 내용을 적게 된다. 허옥란의 이름이 혼전 하소용과 불륜과 연관되어 대자보에 붙는다. 인민들의 비판을 받으나 허삼관은 자신의 과오도 털어놓으며 가족들과 화해를 주도한다.
장남 일락이 간염으로 상하이 큰 병원에 입원하자, 허삼관은 온 동네에 병원비도 빌리고 결국은 자신의 피를 팔아 병원비를 구한다. 본래 석 달에 한번 매혈할 수 있으나 허삼관은 계속 매혈하여 졸도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끝에 상하이 병원에 도착하고 처음에는 아들이 죽었다고 여겼는데 다행히 회복된다.
이후 허삼관의 나이 60이 넘고 세 자식 모두 자리를 잡고 살게 된다. 이제 피를 팔아서 생활을 꾸리는 형편을 넘긴 것이다. 어느 날 돼지간볶음과 황주가 생각나 피를 팔려고 하지만, 병원에서는 늙은이의 피는 아무도 사지 않는다. 허삼관은 이제 피를 팔 수 없구나 생각하며 늙어버린 자신에 대해 슬픔에 잠긴다.
소설은 1950년대를 전후로 중국 성 안의 생사(生絲)공장에서 일하는 허삼관이라는 남자가 매혈(賣血)한 이야기를 주된 소재로 담고 있다. 부인을 얻기 위해, 사고 친 아들의 보상금을 위해, 기근기에 가족에게 국수를 사 먹이기 위해 그는 피를 판다. 급기야는 간염에 걸린 큰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성을 돌아가며 피를 판다.
이 허삼관이 매혈을 한 뒤 먹는 음식이 바로 돼지간볶음과 황주[黃酒]2 두 냥(兩)이다. 돼지간볶음은 돼지 생간에다 각종 채소와 중국식 양념장을 넣고 볶아서 먹는 요리다. 황주는 황색 빛깔이 감도는 술로 백주와는 달리 도수가 10여 도로 낮다. 허삼관은 이 돼지간볶음이 보혈을 돕고 황주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에게 돼지간볶음은 단순한 보양식 이상이다. 이 요리를 먹는, 인생에서 가장 서글프고 비참한 순간이야말로 그가 유일하게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고, 가슴은 쫙’ 펴고, ‘의기양양한 모습’이 되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때인 것이다.
♣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루쉰의 <아Q정전3 (http://blog.daum.net/yoont3/11299147)>과 함께 중국 소설 중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소설 중 하나다. 1996년 발표된 이 소설은 국공합작과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돈을 벌기 위해 피를 파는 가난한 노동자, 허삼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때문에 ‘허삼관이 피를 파는(賣血) 기록’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 속의 허삼관은 계속 피를 판다. 결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를 팔고, 양식을 얻으려고 피를 팔고, 자식들을 위해 피를 판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목숨 같은 ‘피’를 파는 행위, 그 자체로 역설적인 이 소설은 그 역설로 중국의 시대 상황을 말한다.
"이 소설은 평등에 관한 이야기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을 통해 보편적인 인류의 진솔한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살아간다는 것(活着)」이후 4년 만에 발표된 여화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출간 직후부터 중국 독서계를 뒤흔들며 여화를 중국의 대표적인 반체제 작가 목록에 올려놓은 문제작으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소개돼 격찬을 받은 바 있다.
이 소설은 특별히 잘나지도, 그렇다고 선량하지도 않은 허삼관이라는 한 가난한 노동자가 삶의 기본 양식(樣式)과 양식(良識)을 지키고 양식(糧食)을 구하기 위해 아홉 차례에 걸쳐 피를 파는 사연을 기둥 줄거리로 한다. 작가는 서사 진행의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교차 반복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며 이 비극적인 여로(旅路)의 흐름을 원만하게 한다. 국공합작과 문화혁명으로 이어지는 중국 현대사의 거센 물살을 배음(背音)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 건 매혈 여로를 걷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희비극이 교차하는 구조적 아이러니로 드러내면서 한층 정교하고 심화된 메시지를 보여준다.
허삼관처럼 한때 우리 사회에도 매혈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었다. 1980년대 들어 경제 사정이 호전되면서 매혈은 자취를 감췄고, 1999년에는 법으로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헌혈 문화 확산이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헌혈자는 계속 감소 추세여서 안정적 혈액 확보가 절실하다고 보건 당국자들은 주장한다. 그런데 최근 헌혈자는 얼마간 늘었다니 그나마 다행인데, 알고 보면 취업할 때 가산점을 받으려는 대학생들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헌혈이라기보다는 헌혈과 매혈, 그 중간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경제 난국으로 인한 눈물겨운 현상이다.
- 위화(여화, 중국어 정체: 余華, 간체: 余华, 병음: Yú Huá, 1897년 4월 3일 ~ )은 중국의 소설가이다.1960년 저장 성 항저우 시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치과에 취직하여 의사를 도와 발치인(이빨을 뽑아주는 사람)으로 일하였고, 베이징 제국 대학교를 졸업하였다. [1]대표작으로 『첫 번째 기숙사』,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 『산다는 것은』, 『형제』 등이 있으며, 『산다는 것은』은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하고 궁리가 주연을 맞은 영화 인생의 원작이다. 외국인들에게 그의 소설은 '중국을 들여다보는 창'으로 통한다. [본문으로]
- 중국 술의 하나. 누룩과 차조 또는 찰수수 따위를 원료로 하여 만든 담갈색 또는 흑갈색의 술이다 [본문으로]
- '현대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본명은 주수인. 1881~1936)의 소설로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당시 몽매한 중국 민중과 혁명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네이버 지식백과] 아Q정전(아큐정전)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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