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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버리고 싶은 습관

by 언덕에서 2014. 6. 18.

 

 

 

버리고 싶은 습관

 

 

 

 

 


(전략) 하기야 옛날 사막에서 수도생활을 하던 교부들은 음식 맛에 탐닉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먹는 음식에 모래를 뿌리곤 했으며, 성 프란치스코는 식탐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음식에 재를 뿌려 넣기도 했다고 한다.

 불가에서 내려오는 말에 “한 끼의 식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도를 깨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앉은 식탁 위에 올라온 식사는 하느님이 주신 일용할 음식이며, 저 푸성귀는 농부가 햇빛과 이슬을 맞아가며 가꾼 채소이다. 저 김과 미역은 바다 속을 잠수하는 해녀들이 나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따 올린 해초인 것이다.

 그 음식 속에 깃들여 있는 존엄한 각각의 맛들은 나를 위해서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사랑의 성찬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식탁은 하느님께 드리는 제단의 일종인 것이다. 이 신성한 제단 위에 올려진 제물들은 이름 모를 농부가, 어부가, 해녀가 나를 위한 인연 때문에 보내온 번제물(燔祭物)인 것이니, 아아 나는 이제라도 한 끼의 식사를 제대로 하고 싶다.

 천천히 맛을 즐기며, 그리고 이러한 성찬을 마련해준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감사하면서 충분하게 여유를 갖고 먹는 습관의 쇠사슬에서만이라도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다. 이것이 요즘 내가 갖고 있는 최대의 고민 중 하나이다.

 

 

-- 최인호 저 <가족 10(가족 뒷모습)> p 108 ~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