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
휴일은 동네 뒷산을 주로 걷는데 동네 뒷산이라고는 하지만 높이가 해발 650M 정도 되고 편백나무 숲도 짙고 해서 제법 걸을 만한 산이다.
지난 연휴 때도 쉬지 않고 걸었다. 이번에는 너무 자주 가는 뒷산이 아닌 바닷길을 가보기로 했다. 내친 김에 몇 달 전에 장만한 캐논 DSLR 카메라를 메고 갔다. 설명서는 물론이고 관련 서적을 주마간산 격으로 읽었건만 작동법이 쉽지 않다. 아마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수없이 찍고 실패하며 연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다리는 괜찮을까요?”
유람선을 타면서 그 생각이 났다. 이 배는 괜찮을까? 이해 못할 부분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국가가 흔들릴 정도의 안전 불감증을 체험했음에도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선실에는 구명조끼가 엄연히 비치되어 있음에도 유람선 관계자들 누구 하나 착용을 권하는 이가 없었다. 그날 파도가 강해서 멀미를 일으킬 정도였는데 말이다. 그냥 폼으로 비치해놓을 뿐이다. 배를 타고 내리니 어깨에 무궁화 하나짜리 견장을 단 해양경찰이 하선(下船)하는 이들을 그냥 형식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해양경찰이 해체될 정도의 큰 사건을 겪으면서도 아직도 정신들 못 차린 것일까?
인간이란 동물이 좀 철이 들어 ‘사람’ 소리를 듣자면 얼마나 많은 철이 흘러야 할까?
밥 딜런의 노래 <바람 속에 들려온다네 Blowin' in the Wind>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내야
그는 남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걸 알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죽음들이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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