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며 생각하며

세월호 이후

by 언덕에서 2014. 6. 12.

 

 

 

 

세월호 이후...

 

 

 

 견비통에는 걷는 것이 좋다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틈만 나면 걷고 있다. 요즘은 차를 쓰지 않고 출, 퇴근 때도 걸어 다닌다.

 휴일은  동네 뒷산을 주로 걷는데 동네 뒷산이라고는 하지만 높이가 해발 650M 정도 되고 편백나무 숲도 짙고 해서 제법 걸을 만한 산이다.

 지난 연휴 때도 쉬지 않고 걸었다. 이번에는 너무 자주 가는 뒷산이 아닌 바닷길을 가보기로 했다. 내친 김에 몇 달 전에 장만한 캐논 DSLR 카메라를 메고 갔다. 설명서는 물론이고 관련 서적을 주마간산 격으로 읽었건만 작동법이 쉽지 않다. 아마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수없이 찍고 실패하며 연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들른 태종대는 연휴 인파로 붐볐다. 녹엽(綠葉)은 푸르고 날씨는 더웠지만 바닷바람 때문에 신선한 느낌이 좋았다. 이동 중에 수많은 사람들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구경 중의 최고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구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인구 사백만의 부산은 국제도시답게 외국인들이 태반인 느낌이다. 히잡을 쓴 여성, 말이 빠른 베트남인, 걸음걸이가 더디고 옷차림이 촌스런 중국인, 푸른 눈의 서양인, 웬지 도와주고 싶은 동남아인……. 나들이에는 오랜만에 접하는 자연 뿐만 아니라 사람 구경하는 즐거움도 더해진다.

 

 

 

 

 

 

 

 

 

 과거 '자살바위'라고 불리던 장소는 여전히 모자상(母子像)이 있고 그곳에 새로 지은 전망대에는 유명 여배우를 찍은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배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내의 강권에 못 이겨 태종대 등대에서 오륙도 앞까지 왕복하는 유람선을 탔다. 갑자기 1994년 10월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생각났다. 그해 11월 합정동에서 여의도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양화대교를 건너면서 택시 기사가 내게 한 말이 있다.

 

 “이 다리는 괜찮을까요?”

 

 유람선을 타면서 그 생각이 났다. 이 배는 괜찮을까? 이해 못할 부분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국가가 흔들릴 정도의 안전 불감증을 체험했음에도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거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 가족들의 얼굴들을 보니 덩달아 기쁜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기의 얼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선실에는 구명조끼가 엄연히 비치되어 있음에도 유람선 관계자들 누구 하나 착용을 권하는 이가 없었다. 그날 파도가 강해서 멀미를 일으킬 정도였는데 말이다. 그냥 폼으로 비치해놓을 뿐이다. 배를 타고 내리니 어깨에 무궁화 하나짜리 견장을 단 해양경찰이 하선(下船)하는 이들을 그냥 형식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해양경찰이 해체될 정도의 큰 사건을 겪으면서도 아직도 정신들 못 차린 것일까?

 

 

 

 

 인간이란 동물이 좀 철이 들어 ‘사람’ 소리를 듣자면 얼마나 많은 철이 흘러야 할까?

  밥 딜런의 노래 <바람 속에 들려온다네 Blowin' in the Wind>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보내야

   그는 남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걸 알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죽음들이 있어야 할까?“

 

 

 

 

 

421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리고 싶은 습관   (0) 2014.06.18
아! 이중섭  (0) 2014.06.12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0) 2014.06.02
이미 스스로 벌을 받고 있는 셈  (0) 2014.05.14
5월의 미각  (0) 201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