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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세상을 바꾸는 씨드』

by 언덕에서 2014. 6. 17.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세상을 바꾸는 씨드』

 

 

 

 

 

 

1.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빈민가에서는 공공화장실 하나를 수백 명이 사용한다. 배설물은 주변 식수를 오염시켜 설사와 전염병을 확산시켰다. 화장실 주변에서는 성폭력과 성희롱도 자주 일어났다.

 정치가나 구호단체조차 손대지 못한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스웨덴의 건축가 안데르 빌헬손이다. 그는 '피푸(Peepoo)'라는 일회용 변기를 만들었다. 무게가 10g도 채 되지 않는 기다란 봉투다. 봉투 안에는 넓적한 봉지 하나가 더 들어 있다. 이것은 깔때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봉지로 사용자가 배설물을 직접 접촉하지 않게 한다. 봉지의 아래쪽에는 요소 분말이 담긴 작은 주머니가 들어 있다. 요소는 위생 수단으로 2~4주 안에 배설물 속 모든 병균을 제거한다. '피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봉지가 배설물과 함께 스스로 분해된다는 사실이다. 피푸의 재료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땅에 묻으면 배설물과 함께 자연스럽게 분해돼 거름으로 변한다.

 빌헬손은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슬럼가에 있는 베델 학교에 피푸를 가장 먼저 지급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200여 명의 학생 가운데 설사 환자가 급감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피푸를 거름으로 해 시금치 등을 길러 점심 때 먹었다. 청소년 성폭력 빈도와 주민 갈등도 줄었다. 작은 비닐봉지 하나가 슬럼가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셈이다.

 빌헬손은 이를 계기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피푸플'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슬럼가 주민들의 현실을 참작해 일회용 변기 가격을 3센트로 책정했다. 그 안에는 1센트의 보증금이 포함돼 있다. 사용한 변기를 수집소로 가져가면 1센트를 돌려받는다. 피푸플은 이렇게 회수한 제품을 비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농부들에게 싼 값에 되판다. 피푸플은 하루에 50만 개의 봉투를 만들고 있다. 26억 명이 이 일회용 변기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생 시설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수와 맞먹는 수치다.

 

 

 

 

 

2. 건축가 프랜시스 케레는 아프리카에 생태건축을 전파하며 '공동 성장'이란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그의 조국인 부르키나파소는 우기에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었다. 마을 추장의 아들이었던 그는 어릴 적부터 비 때문에 집이 허물어져 짐을 챙겨 떠나고, 다시 집을 짓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그는 "튼튼해서 우기 때 쓸려 내려가지 않는 집을 짓겠다"고 다짐하며 건축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그는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아프리카의 가난한 환경에 적용할 방법을 찾았다. 그는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광물과 진흙을 활용해 건물을 지었다. 그는 콘크리트와 유리로 짓는 유럽식 건축 방식을 피했다. 부르키나파소가 덥기 때문에 콘크리트와 유리로 지으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냉방을 위한 전기료를 마련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는 특수한 지붕 구조를 개발했다. 지붕을 아주 크게 만들어 벽에 비가 들이치지 않게 했다. 위쪽 공간을 띄운 상태에서 지붕을 달아 공기 순환이 잘 되게 했다. 전기가 들지 않는 자연냉방장치였다.

 그는 건축 작업에서 현지 커뮤니티를 중시했다. 주민과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대화를 나눴다. 모든 단계에서 주민을 참여시켜 건축을 통한 공동 성장의 가치를 일깨웠다.

 

 

 

 

 

3. 영국의 포츠 도슨은 기업의 이윤 극대화보다 공동체 가치를 중요시한 기업가다. 그는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먹거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슈퍼마켓과 식당을 결합한 사회적 기업 '피플스 슈퍼마켓'을 설립했다. 거대 체인점들이 영국 마켓의 4분의 3을 장악하고 있었다. 소규모 식재료 납품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들이 납품하는 과일과 야채는 대부분의 슈퍼마켓이 거부했다.

 이에 따라 그는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이자 협동조합 형태인 피플스 슈퍼마켓을 만든 것이다. 조합원들은 독자적으로 소규모 생산자를 찾아가 그곳에서 물품을 구입했다. 피플스 슈퍼마켓에서 중요한 것은 구매의 독점 권력을 깨뜨리고 서로가 협동하는 것이다. 경쟁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들과 절망의 나락에 빠져 들었던 생산자들은 커뮤니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 책 『세상을 바꾸는 씨드』는 건축, 디자인, 예술, 로봇학, 교육 등 영역에서 창의적 사고로 세상을 변화시킨 혁신가 9명의 이야기다. 저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가치의 싹을 틔운 이들에게 '이노베이션 스턴트맨'이란 타이틀을 부여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산적한 문제로 쌓여있다. 수 세기 동안 해결할 수 없었던 슬럼가의 공공위생이나, 아프리카 전 지역에 만연해 있는 질병, 그리고 그 질병을 보다 신속히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 혹은 지식을 쌓고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아이들 모두를 교육하는 문제 등이다. 그 밖에도 지구 온난화를 가중 시키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법,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보존하고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개발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오랫동안 인류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졌고 해결방안 역시 거창한 국가 최고 결정권자들의 모임에서나 다뤄지는 문제로 여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정상들이 바뀌고 새로운 누군가가 문제를 다시 끌어안을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인류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던 많은 문제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을 사용한 개개인의 아이디어에 의해 해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의 문제를 자신의 관심영역 안으로 끌어들였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열정을 사용했다. 인간 중심의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개인의 욕구가 만연해 있던 해결불능의 문제들을 파헤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생각의 파장은 대단했다. 문제에 노출되어 있던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고질적인 사회문제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상을 새롭게 재단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노베이션스턴트맨(Innovation stunt men)이라고 부른다. 분명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 고유의 재능과 욕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을 이롭게, 더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는데 자신의 욕구와 관심영역을 넓힌다면 시대의 엔진을 켜는 당당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그것은 관심과 재능으로 연결된 이노베이션의 시작인 것이다.

 

 

 

케냐 나이로비 빈민가

 

 

 이처럼 개인의 관심과 작은 아이디어는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씨앗이 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재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지금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떠할까?

 청년들이 부디 이 책을 많이 읽기 바란다. 이 책에 소개되는 아홉 명의 이노베이션스턴트맨(Innovation stunt men)의 사례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며 뛰어들 용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공동 저자

☞슈테판 쉬르: 창의적인 조언자이자 저자, 그리고 창의성 분야의 여러 프로젝트에 불꽃을 점화시키고 촉진시키는 이니시에이터(Initiator)다. 폴크방 대학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전 세계 다양하고 혁신적인 모델이 어떻게 사회를 발전시키고 혁명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피는 모험가이다.  

☞팀 투리악 : 창조성 컨설턴트, 작가, 편집자. 뒤셀도르프전문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슈테판 쉬르와 팀 투리악은 포털 사이트 이노베이션스턴트맨 닷컴 (innovationstuntmen.com)을 운영하며 문화적 사회적 혁신 사례를 전 세계로 전파하고 있다. 가장 뛰어난 이노베이션 스터트맨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