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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아버지에게 묻지 못한 질문들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Questions for My Father)』

by 언덕에서 2014. 5. 29.

 

 

아버지에게 묻지 못한 질문들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Questions for My Father)』

 

 

 

 

 

이 책엔 질문만 있고 대답이 없다. 그런데 대답 없는 이 책이 묘한 울림과 감동을 끌어낸다.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어떤 유대감이 형성되고, 아버지가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닌 한 남자로서 각인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으나, 묻지 못한 질문들은 가슴속에 담고 있다.

 

 서른 살의 가을, 아들은 신혼여행 중이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영국으로 귀국할 준비를 하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황급히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난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낸 뒤, 아들은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으나 묻지 못한 질문을 하나씩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10대 후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합격해 집을 떠나는 아들에게 주방 창가에서 손을 흔들어 주던 아버지, 그때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나요.


 미국 작가 빈센트 스태니포스1의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Questions for My Father)』은 질문만으로 이뤄진 책이다. “맨 처음 나를 품에 안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내게 늘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나요?” “아버지는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셨어요?”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은 뭐죠?” 이제는 답을 들을 수 없는 물음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질문 하나를 적을 때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 나눴던 대화를 더듬었다. 아버지라면 어떤 답을 들려줬을까 상상하며. 이 책은 서른 해 동안 최고의 사랑을 건네준 이에게 띄우는, 답장을 기대할 수 없는 편지이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불편할 것이라는 우려로, 혹은 쑥스러움으로 아버지로부터 삶의 지혜를 전수받고, 아버지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기회를 놓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늘 흔들리면서 사는 우리에게 예를 들어 ‘아버지도 이런 고민을 했을까?’ ‘아버지라면 이 순간 어떤 결단을 내렸을까?’란 질문 자체는 인생을 살아가는 훌륭한 나침반이 되며, 그 어떤 위로보다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북돋워준다. 이 책에는 삶의 의미를 묻는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질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질문들이 아버지를 우리 옆에 생생하게 살려놓았다.

 그리고 이 책은 아버지에게 던지는 질문인 동시에, 우리의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알려준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다고? 기다려 보시라. 신기하게도 시간은 빨리 흘러 어느 날 당신도 아버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아버지도 나와 똑같이 고뇌했을까?”

“아버지라면 어떤 결단을 내리셨을까?”

 어느 시대든지 아버지들은 늘 말이 없다. 아들들 역시 그러하다. 그저 어린 시절 손 한번 잡아주는 것으로, 어깨 한번 두드려주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한다. 세월이 흘러 아들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 그들은 비로소 결핍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책은 질문을 통해 아버지를 삶의 난제들 앞에서 고민했을 한 명의 남자로 재조명한다. 나와 똑같은 길을 앞서 걸어갔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우리 앞에 복원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고뇌가 나의 고뇌와 겹치고, 아버지의 행복이 나의 행복과 겹침으로써, 아버지에게 던지는 질문은 고스란히 내가 가야할 길을 안내해주는 지침이 되고, 앞을 밝혀주는 등대가 되는 것이다.

 세상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들이었다가 아버지가 된다. 그런데 세상의 아들과 아버지들은 왜 뒤늦게 후회한다. 이 책에 나오는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복원시켜 주는 130개의 질문은 그 후회의 답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을 되돌려 딱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아버지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다 자라 어른이 된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떤 건가요?”

“아버지의 첫사랑은 누구였나요?”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자녀들은 알게 모르게 아버지의 모습과 행동을 보며 배운다고 한다. 심히 유감스럽지만 존경했던 모습뿐 아니라 싫어했던 모습까지도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은 모습과 행동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아버지의 진솔한 경험과 현명한 지혜를 배울 기회를 만들 수 있게 인도한다.

  이 책의 질문들은 독자가 독자의 아버지에게 궁금한 것들이기도 하지만, 독자의 아이들이 그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의 '옥에 티'는 이외수 작가의 추천사다. 젊은 시절 그가 저지른 혼외 관계로 아버지 없이 어렵게 자란 혼외 자식을 '재판' 끝에 뒤늦게 호적에 올렸다는 기사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장본인이다. 양육비를 더 못 주겠다는 돈에 찌든 인간의 입장은 차치하고, 자신의 아들을 자신의 호적에 올려달라는 요구가 법적 다툼이 되는 모습은 그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이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그런 그가 무슨 얼굴로 '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당신이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행운아입니다'라는 글을 쓰는지 모르겠다. 그가 과연 젊은이들에게 아버지 운운할 자격이 있겠는가.  땀 흘리며 자식을 묵묵히 키워온 보통 아버지들은 어이 없을 뿐이다. 내가 출판사 기획자라면 이런 작자의 추천사로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겠다. 이외수 옹은 부디 곱게 늙으시고 조용히 사시라.









 

  1. ☞빈센트 스태니포스 : 잉글랜드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던 중,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지만 아버지는 이틀 만에 돌아가신다. 자신이 아직도 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듣고 배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비록 자신은 그 답을 직접 구하지 못했지만, 많은 독자들은 너무 늦기 전에 그럴 기회를 가지라고 권한다. 그는 현재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살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