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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미카엘 엔데 장편소설『모모(MoMo)』

by 언덕에서 2022. 10. 14.

 

 

 

 

미카엘 엔데 장편소설『모모(MoMo)』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1929∼1995)의 동화 소설로 1971년 발표되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의 신비한 비밀에 대해 쓴 책이다. 발간 당시의 정식이름은 「모모, 시간도둑과 사람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돌려준 한 아이의 이상한 이야기(MOMO oder Die seltsame Geschichte von den Zeit-Dieben und von dem Kind, das den Menschen die gestohlene Zeit zurückbrachte)」이다.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색 신사 집단, 시간을 저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강퍅해지고 피폐해지는 사람들, 그리고 모모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마음으로 읽히고, 어른들에게는 또 그 나름의 감동으로 읽히는 아주 특별한 동화이다. 시간은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는 메시지가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나면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끊임없는 이야기와 모험과 상상력 속에서 행복과 풍요로움을 즐기던 사람들로부터 시간을 빼앗아 목숨을 이어가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그 즐거움을 모두 빼앗아 간다. 모모, 호라 박사, 거북 카시오페이아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벌이며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찾아 준다. 이 소설은 바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찾을 줄 알고 가장 재밌게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따스한 정, 상상의 세계,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이탈리아, 독일 합작 영화 <Momo>, 1986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대도시 인근의 원형극장 옛터에서 마을사람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낡아빠진 헐렁한 남자 웃옷을 입고, 까만 고수머리를 한 말라깽이 소녀 모모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었다. 모모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능력을 지닌 소녀이다. 마을사람들은 모모에게 자신의 얘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용기를 얻고 기쁨과 신념을 얻는다. 서로 다투는 사람들도 함께 모모에게 오면 화해의 기쁨을 얻는다. 아이들이 모모 앞에서 자신의 상상을 얘기하면 그들 앞에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모모에게는 현자 같은 늙은 도로 청소부 할아버지 베포와 언제나 끊임없이 이야기가 샘솟는 말재주꾼이며 여행안내원인 기기라는 청년, 두 친구가 있다. 시간을 절약할 것을 마을사람들에게 일러주는 도시의 회색 일당들은 시간의 저축은행 사원들이다. 회색 일당의 영향에 들어가지 않는 자들은 모모, 베포, 기기 그리고 모모를 찾아 원형극장으로 올라오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모모의 절친인 청소부 베포, 관광안내원 기기, 미장이 니콜라, 이발사 푸지, 술딥 주인 니노, 동네 아이들 등 마을 사람들은 서서히 이들의 지배 하에 들어갔고 이제 사람들은 모모를 찾아올 시간이 없어진다. 그들 모두는 악당들에게 시간을 빼앗겨 시간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그동안 모든 친구들은 이미 회색일당과 관련을 맺고 그들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모모는 옛 친구들을 찾아 나섰고 회색 일당의 방해물이 된다.

 모모가 회색 일당의 수배인물로 위험해지자 호라 박사는 이들로부터 모모를 지켜주려고 결심한다. 호라 박사는 모모를 데려오기 위해 거북이 카시오피아를 보낸다. 그는 삶들에게 시간을 주는 능력을 가졌다. 거북이의 안내로 시간의 원천을 경험한 모모가 하루 만에 다시 옛터로 돌아오자 현실의 시간은 1년이 지난 상태다. 모모, 호라 박사와 거북 카시오페이아는 일생일대의 모험을 벌이며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찾아 준다.  

 

 

 

이탈리아, 독일 합작 영화 <Momo>, 1986

 

 미하엘 엔데는 판타지 소설을 통해 문명에 의한 자연의 파괴(끝 없는 이야기)와 소비중심의 문명(모모)을 비판하였다. 현대 철학자인 데이비드 로이와 린다 굿휴는 2002년 <모모, 도건, 시간의 일반화>라는 책에서, "이 책은 1971년에 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 도둑의)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모모』를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소설 중의 하나로 선정하였다.

 이 작품 『모모』는 1971년에 발표되었지만 작가가 작품 속에 서술한 '인공 지능'이란 단어는 50년 후의 현재를 예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품 속 호라 박사가 가진 '요술 안경'은 현대의 CCTV 기능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어서 작가의 미래 예측에 관한 통찰력이 어마어마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달력이나 시계 속의 시간으로 삶의 양을 잰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겪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과 무게는 달라질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어린 소녀, 남의 이야기를 한없이 들어주는 소녀 모모는 모든 이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고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해 준다. 그리고 모모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1929-1995)

 

 ♣

 

 초현실주의 화가인 아버지와 역시 화가인 어머니로부터 풍요로운 예술적 영향을 받으며 자란 마카엘 엔데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친숙했다. 그는 인형을 만드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났다. 드라마 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는 동양 문화에 심취하여 생활 곳곳에 오리엔탈리즘의 흔적을 보였다.

 그의 책에서 다루는 테마 역시 기계 문명에 대한 비판과 정신세계로의 지향이다. 영혼이 피폐한 세상 사람들에게 환상과 꿈의 세계를 되찾아 준 작가 엔데는 판타지 소설 외에도 아름다운 동화와 그림책, 희곡, 시 등 매우 다양한 작품을 썼다. 그는 독일 청소년문학상ㆍ유럽 아동문학상ㆍ안데르센 문학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 『모모』는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1995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의 언론들은 그를 단지 작가로서가 아니라 ‘동화라는 수단을 통해 기술과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가’로 재평가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1977년 9월, 한국에 소개된 이 번역본에는 작가인 미하엘 엔데의 〈한국 어린이에게 부치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978년에는 가수 김만준이 부른 〈모모〉가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에서의 ‘모모’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에서 따온 것이었다. ‘모모’가 등장하는 에밀 아자르와 미하엘 엔데의 두 작품은 ‘모모 선풍’을 일으켰다. 이들을 소재로 한 연극이 공연되었고, 김만준의 ‘모모’로부터 '모모는 철부지'라는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이후 1986년 독일에서 영화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