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중편소설『도련님(坊っちゃん)』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1867∼1916)의 중편소설로 1906년 4월 잡지 [호토토기스]에 발표하였고 1907년 <메추라기 바구니>에 수록되었다. 도련님이라는 도쿄 출신 교사의 정의파적인 행동을 자유자재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이 시골에 내려가 부임한 학교에서 장난이 심한 학생들과 모종의 도덕성이 결핍된 선생님들 사이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엮은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고, 나의 왠지 마음 가는 투덜거림으로 시작된다. 오직 자신이 본 것으로만 판단내리고 확신하는 정의롭게 고지식한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인 나에게 아무래도 정정당당하지 않은 세상은 화만 난다. 내가 보여주는 일관된 불만 표출, 화내기, 싸우기, 대들기 때문에 세상과 도련님의 거리는 여간해서 좁혀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정직하고 솔직하기까지 한 도련님은 외톨이다.
그러나 이 도련님이 마치 영웅과 같은 모습으로 출현한다. 은근슬쩍 일어나고 쉬쉬하며 덮여버리던 일들이 그가 걷는 곳곳에서 수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는 잘못된 일이 있다면 때려부숴야 한다. 그리고 그의 논리대로, 당장에 부수어 보았더니 세상은 결국 정의라는 단어를, 그리고 그 단어로 표현되는 한 무리의 인간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그 외로운 싸움은 100년 전에도,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소설은 1895년부터 1896년까지 마츠야마(松山)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있었던 작가의 체험이 반영되어 있으며 주인공 도련님의 호기와 소박하고 명쾌한 성격이 해학이 넘치는 필치와 마음에 와 닿는 문체로 표현되어 있다. 그를 잘 이해하는 늙은 하녀 기요에 관한 묘사도 인상적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으며 대중성도 풍부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모의 무분별하고 다혈질적인 성격을 물려받아 손해만 보는 주인공은 시코쿠의 중학교에 수학교사로 부임하여 숙직날 밤 메뚜기의 공격을 받는 등 학생들의 장난 때문에 고민하기도 한다.
도련님의 이와 같은 성격은 막무가내라기보다 하녀 기요가 칭찬했던 바와 같이 “대쪽처럼 곧은” 기질에서 나왔다. 하녀 기요가 형은 싫어하고 자기만 좋아하여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을 두고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이나, 교장이 신임 교사에게 으레 설교처럼 늘어놓게 마련인 당부를 듣고 그대로 따르지 못할 것 같아 얼른 사직 의사를 밝히는 것, 또 부당한 술수에 말려 어쩔 수 없이 오지의 학교로 전근 가게 된 동료 교사 대신 자신의 월급이 오르게 된 사실을 알자 월급 인상을 거부하는 등의 행동이 그런 성격을 말해준다.
교사들 사이의 내분에 휘말려 선천적인 정의감을 폭발시켜, 동료인 산태풍과 협력하여 교감 빨간셔츠 등의 간악한 무리에게 벌을 내리고 사표를 쓰고 그는 학교를 떠난다.

소설 속의 도련님은 불의와 정의가 충돌하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정의 쪽으로 서는데, 이는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만나게 마련인 선택의 기로에서 양심이 이끄는 대로 살 수만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기 때문일 것이다.
『도련님』 속에 등장하는 인물 군상의 개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은 이 소설의 특징이다. 겉으로는 교양 있는 체하지만 실상은 속이 시커먼 빨간 셔츠(교감)와 그의 추종자 딸랑이(미술 선생), 일이 커지는 것이 싫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그저 안일하게만 대처하는 너구리(교장)와 또 다른 정의파 센바람(수학 선생), 그리고 마냥 사람 좋은 끝물 호박(영어 선생) 등 어느 집단에나 한 사람씩은 있을 법한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100년 전의 시간과 무관하게 현재에도 통용되는 인간사의 잡다함이다.
♣
『도련님』은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칭송받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으로, 한 시골 중학교에 부임한 새내기 교사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도쿄로부터 지방 중학교로 부임한 ‘도련님’이란 별명을 가진 교사가 지방 교육계의 부정오탁에 분노하여 동료직원과 충돌한 끝에 그 직을 버리고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의 직정적 정의감과 그를 둘러싼 교장 이하 빨간셔츠ㆍ노다이코 등 유형적 속물의 등장은 절묘하여 호평을 받았다. 소설 속 인물, '멧돼지'란 별명의 교사는 주인공과 마음이 통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특히 주인공이 그를 나쁜 사람으로 오해하여 멧돼지에게 얻어먹은 팥빙수 값 1전 5리를 돌려주는 (약간은 유치한) 장면이 명장면이다. 이 대목은 일본을 연구한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도 인용되어 있다. 작자의 젊은 날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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