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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집 감상

신동엽 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by 언덕에서 2014. 2. 17.

 

신동엽 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김수영과 함께 1960년대 시인을 대표하며, 해방 후 민족 시인의 대명사이기도 한 신동엽(申東曄 : 1930 ~ 1969) 시인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장시(長詩)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가 입선되면서 본격적인 시작 활동을 하였다. 그 후 시집 <아사녀(阿斯女)>(1963)와 시극(詩劇) <그 입술에 파인 그늘>(1966), 장편서사시 <금강(錦江)>(1967)을 발표했는데, 민족수난에 대한 초극 의식으로 일관해 있으며, 뚜렷한 민족시관을 통해 저항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껏 참여시가 서구의 자유주의적인 사상의 하나로 간주되어 왔었으나, 그의 민족적인 저항시로 인해서 참여시의 방향이 민족적 역사의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증해 주고 있다.

 

 

아니오

 

아니오

미원한 적 없어요,

산 마루

투명한 햇빛 쏟아지는데

차마 어둔 생각 했을리야. 차마,

 

아니오

괴뤄한 적 없어요,

능선(稜線)위

바람 같은 음악 흘러가는데

뉘라, 색동 눈물 밖으로 쏟았을 리야.

 

아니오

사랑한 적 없어요,

세계의

지붕 혼자 바람 마시며

옷입은 도시 계집 사랑했을리야.

 

-<신동엽 전집>( 창작과 비평사 1975)

 

 

 

 조선일보 신춘문예(1959)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입선(가작)되면서 본격적인 활동 시작했다. 1966년 시극 <그 입술에 파인 하늘>이 국립극장에서 상연됨. 시집 <아사녀>(1963), 서사시 <금강(錦江)>(1967)을 발표. 아사녀의 사랑을 그린 첫 시집 <아사녀(阿斯女)>에 <그 가을>, <내 고향은 아니었었네> 등을 발표하였는데, 민족의 전통적인 삶의 양식이 역사의 격변으로 붕괴되고 있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고대문화(高大文化)](1969. 5) -  

 

 

 

 

 

 그의 언어는 역사와 현실의 허구성을 폭로하면서 민중적 이념을 구현하는 데에 모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시적 신념이 장시 <금강>에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강렬한 민중의 저항의식을 동학혁명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통해 형상화 한 <금강>은 동학혁명에서 그 시적 주제를 찾고 있으며 동학 이후의 민족의 수난사를 내용으로 삼고 있는 장시이다. 시적 진술 자체가 허구적인 서술자의 존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작품은 그 내용의 역사성과 서사적 요건으로 인하여 서사시적 골격을 지니게 된다.

 서정적 세계에서 서사적 세계로의 전환을 모색한 신동엽은 역사적 현실성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기 위해 동학혁명의 방대한 내용을 시적 형식으로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은 역사의식과 현실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내용의 역사성과 서사적인 요건으로서의 객관적인 거리의 문제, 시적 주제의 전개방식의 불균형, 어조의 변화문제 등을 드러내는 미숙함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동학농민혁명을 민중혁명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남 부여 소재 신동엽 시비

 

 그의 작품은 장시의 형태로 역사적 소재를 시 속에 도입시킨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역사에 대한 재해석과 비판, 민족적 운명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맑은 감성ㆍ은유ㆍ고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은 미의식과 조화를 이루어 나타나고 있다.

 즉, 시작 활동을 통하여 강렬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민족의 전통적 삶의 양식이 역사의 격동 속에 붕괴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민중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역사와 현실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그의 시적 탐색은 현실에 대한 저항적인 의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특히, 동학혁명을 주제로 하는 <금강>은 서사시적인 전환을 통해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는 역사에 대한 재해석과 비판, 민족적 운명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맑은 감성, 은유, 고운 언어로 표현하였다.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52인시집>(1967) -

 

 

 신동엽 시인은 충청남도 부여읍 동남리에서 농사를 짓던 부친 신연순과 김영희 사이에서 1남 4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부여초등학교 졸업(1943) 후 가계형편으로 국가에서 숙식과 학비를 지원한 전주사범학교 입학했다. 졸업반이던 1948년 동맹휴학으로 학교가 쉬자 귀향했다 곧 고향 부여 부근의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는다. 부임 3일 만에 그만두고 단국대학교 사학과에 입학(1949)했다.

 1950년 6ㆍ25전쟁 발발 후 고향으로 가 9월말까지 부여 민족청년회 선전부장으로 일하다 국민방위군에 징집되었다. 대학 졸업(1953) 후 제1차 공군 학도간부후보생에 지원 합격 후 발령을 받지 못한 채 고향에서 대기하다 환도령과 함께 서울로 갔다. 성북구 돈암동에 자취방을 얻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돈암동 네거리에서 헌 책방을 열어 생활했다. 이 때 이화여고 3년이던 부인 인병선(부친 인정식은 농촌경제학 권위자이자 동국대교수로 전쟁 때 납북됨)을 만났다.

 

 

 

충남 부여 소재 신동엽 생가

 

 

담배연기처럼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아, 못다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드레박질이여.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맷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퍼 못 다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신동엽 전집>( 창작과 비평사 1975

 

 결혼(1957) 후 고향으로 낙향, 부인이 부여읍내에 양장점을 열어 생활하다 충남 보령군 주산농업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 1958년 말 각혈 후 폐결핵을 앓아 학교를 사직하고 서울 돈암동 처가에 아내와 자녀를 올려 보낸 뒤 고향 부여에서 요양하며 독서와 문학습작에 몰두하며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를 '석림(石林)'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응모(1959), 입선되었다. 1960년 건강을 회복하고 서울로 와 '교육평론사'에 취업한 뒤 성북구 동선동에 터를 잡았다. 1960년 4ㆍ19의거를 체험하고 <학생혁명시집>을 집필하며 4ㆍ19 혁명에 동참했다. 1961년 명성여고 야간부 교사로 교편생활을 하며 건국대 대학원 국문과 이수했다(1964). 이후 간암으로 사망하여(1969. 4. 7) 부여읍 능산리 고분근처 야산에 묻혔고, 부여읍 백제대교 부근에 신동엽 시비(산에 언덕에)가 건립되었다.  

【시집】<아사녀>(문학사.196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창작과비평사.1979) <꽃같이 그대 쓰러진>(실천문학사.1989) <금강(錦江)>(창작과비평사.1989) <젊은 시인의 사랑>(실천문학사.1989)

【산문집】<젊은 시인의 사랑>(실천문학사.1989)

【단막극】<그 입술에 피인 그는>(국립극장.1966)

【전집】<신동엽전집>(창작과비평사.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