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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생텍쥐페리 장편소설 『야간비행(Vol de Nuit)』

by 언덕에서 2013. 12. 10.

 

 

생텍쥐페리 장편소설 야간비행(Vol de Nuit)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1900∼1944)의 장편소설로 A.지드의 서문을 붙여 1931년에 발표되었다. 생텍쥐페리는 1920년 징병으로 공군에 입대, 조종사 훈련을 받았다. 제대 후인 1926년 프랑스 항공회사에 들어갔고, 1929년에 아르헨티나의 야간 항공 노선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비행 사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하여 그들 업무의 극도로 긴장된 상황 속에서 동료애 및 사명감 등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표현들은 하늘의 별을 연상케 한다.

 이 사업의 책임자 리비에르는 틀림없이 인간의 생명보다도 더욱 영속적이고 무언가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비행하게 한다. 이리하여 비행사 파비앙의 비행기는 폭풍과 구름 밖에 있는 별과 달의 세계에서 지상과 교신이 두절된다.

 이 작품은 생텍쥐페리가 생생하게 들려주는 우편 비행에 관한 이야기다. 생텍쥐페리는 우편 비행 조종사로 일한 적이 있는데, 툴루즈에서 근무할 당시 직장 상사였던 '디디에 도라'를 모델로 하여 '리비에르'를 그려 냈다고 한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진 리비에르,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우편 비행에 임하는 조종사들을 통해 우리는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행동을 통하여 인간존재의 의의를 추구하려는 작가의 극기적(克己的)인 의도가 서정적인 필치로 묘사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석양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파비앙은 남미의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야간 우편항공 노선 개발의 책임자인 리비에르가 파비앙의 비행기를 비롯해 칠레와 파라과이에서 올 3대의 우편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각지로부터 폭풍우에 관한 무선 연락 소식이 전해져 왔다. 이 때 파비앙의 비행기는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말이 들려왔다.

 리비에르는 인간의 생명보다도 더욱 영속적이고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그들 업무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비행 업무를 진행시켜 나갔다.

 마침내 파비앙의 비행기는 완전히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남편의 도착이 늦어지자, 그의 부인은 비행장 사무소를 찾아와 안절부절 못하며 남편의 연락만을 기다렸고, 동료들 또한 안타까워하며 파비앙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바랬다.

 한편, 리비에르는 자신의 감정을 속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이 메말라버린 책임자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파비앙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소식을 간절히 듣고 싶어 했다. 결국 파비앙으로부터 소식은 오지 않았으며, 합류하기로 된 두 비행기만이 파비앙을 기다리지 않고 출발했다.

 

 

 

 파라과이·칠레·파타고니아, 세 지역에서 우편기가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을 향하여 어둠을 뚫고 비행해 오고 있다. 이 세 우편기가 무사히 착륙한다 하더라도 자연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별안간 파타고니아기가 폭풍우를 만나 난항 중이라는 보고가 들어온다. 리비에르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그는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우리가 낮에 차지한 우위를 밤에 다시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에.’

 파타고니아기는 엄청난 폭풍우 속에 갇혀 길을 잃고 만다. 절망이 밀려온다. 그러나 리비에르는 냉정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파타고니아기 조종사 파비앙의 아내가 소식을 듣고 찾아오지만 그녀에게도 애써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억누르며 대한다. 이미 비행기가 피할 만한 안전한 곳은 없다. 리비에르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명령을 내린다. 파라과이기가 착륙했다. 이로써 실패와 성공은 1대 1이 된 셈이다. 리비에르는 실망하지 않고 창가로 가서, 조금 뒤에 폭음을 올릴 유럽행 우편기의 이륙을 기다린다. 유럽행 비행기가 떠나자 리비에르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일에 매달린다.

 

 

 이 작품은 행동을 통하여 인간존재의 의의를 추구하려는 작가의 극기적(克己的)인 의도가 서정적인 필치로 묘사되었다. <야간비행>은 1931년에 발행되어 그해에 ‘페미나 문학상’을 받은 문제작이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필치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인간의 처지·행동·정력·용기·의무에 대한 묵상과 인간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이야기로 엮인, 참으로 나무랄 것 없는 완전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는 어려움, 역경과의 싸움을 통해 인간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담겨져 있어 몰로와 함께 행동주의문학을 대표하고 있다. 그가 추구한 진정한 삶의 의미는 개개의 인간 존재가 아니라, 개인의 존재를 초월하여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정신적 유대에서 찾으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