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
영국 동화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1832∼1898)의 동화소설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작으로 쓴 작품이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하고 환상성과 넌센스 요소도 탁월하며 등장인물과 묘사도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다. 말하는 토끼를 쫓아 땅속 이상한 나라를 모험하고 돌아온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초겨울 날, 앨리스는 방 안에 걸린 거울 속으로 뛰어들어 거울 나라를 모험하게 된다. 그곳은 거울 나라답게 모든 것이 반대였는데 글자도 거꾸로 보이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려면 반대 방향으로 달려야 하며 벌을 받은 뒤에 잘못을 저지르는 식이다. 앨리스는 거대한 체스 판처럼 생긴 거울 나라에서 하얀 여왕의 졸이 되어 직접 경기를 펼친다.
이 작품에서는 이야기꾼이자 수학자로서의 루이스 캐롤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의 구성에는 체스 규칙이 반영되었는데 그만큼 치밀하게 계산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붉은 여왕’, ‘하얀 여왕’, ‘험프티 덤프티’ 등의 등장인물은 캐럴이 곳곳에 마련한 논리적인 비유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린이를 너무도 사랑하고 영원히 친구가 되고픈 어른이던 저자는 교훈과 도덕보다는 이야기 자체와 말장난이 주는 순수한 재미를 담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출간한 지 6년 후인 1871년, 루이스 캐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앨리스에게로 돌아왔다. 거울 뒤의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다. 실존 인물인 앨리스(리델)에게 체스 두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참이었던 캐롤은 체스 게임을 이야기의 도구로 삼았다. 거울 나라는 체스판처럼 생겼다. 졸로 시작한 앨리스는 여왕이 될 것이고, 이야기의 각 장은 이러한 졸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체스에서 졸(pawn)은 다른 말을 잡을 때 이외에는 오직 앞으로 한 칸만 움직일 수 있다. 졸이 반대편 맨 끝줄에 도달하면 원하는 아무 말로나 바꿀 수 있는데, 가장 강력한 여왕으로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책의 첫머리에 그 도안이 실린 체스 문제는 정답을 찾게 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말하는 토끼를 쫓아 땅속으로 뛰어들어 이상한 나라를 모험하고 돌아온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초겨울 날, 앨리스는 방 안에 걸린 거울 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거울 나라를 모험하게 된다. 그곳은 거울 나라답게 모든 것이 반대다. 글자도 거꾸로 보이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려면 반대로 달려야 한다. 벌을 받은 뒤에 잘못을 저지르는 식이다.
앨리스는 거대한 체스 판처럼 생긴 거울 나라에서 하얀 여왕의 졸이 돼 직접 경기를 펼친다. 이상한 곤충들,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험프티 덤프티, 하얀 기사 등 우스꽝스럽지만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만나 기상천외한 소동을 겪는다. 결국, 목적지에 도달한 앨리스는 여왕의 자리에 오른다. 붉은 여왕, 하얀 여왕과 함께 즐기던 파티가 엉망이 되면서 앨리스는 잠에서 깨어난다.
이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는 좀더 체계적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대부분 대비나 역(逆)의 개념과 관련되어 있다. 이 뒤죽박죽 나라에서 어디든지 가기 위해서는 가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회상은 항상 “뒤돌아” 보지만은 않는다. 하얀 여왕은 “다다음 주에 일어날 일”을 기억한다. “반대 쌍둥이”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도 만나게 된다. 이 작품에 사용한 언어 역시 애매모호한 것은 마찬가지로, 그 의미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권두시인 「재버워키(Jabberwocky)」인데, “frumious”, “mimsy”, “slithy”, “brillig” 같은, 저자가 만들어낸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이다. 전작이 따뜻한 봄날 땅속 이상한 나라로 뛰어들어 트럼프 카드들을 상대한 내용이었다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추운 겨울날 거울 나라에서 체스 말이 돼 경기를 벌이는 이야기다.
특히 체스 말을 움직이는 ‘수’를 이야기에 반영했다. 논리와 계산에 치중했지만, 틀에 갇히지는 않았다. 현대 경제학과 사회학 분야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에 착안해 ‘붉은 여왕 효과’ ‘하얀 여왕 효과’ ‘험프티 덤프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각각의 등장인물이 탁월한 논리적 비유를 개성으로 삼고 있음을 방증한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아이들에게 교훈과 도덕성을 가르치기보다는 이야기 자체와 말장난이 주는 순수한 재미를 선사한다. ‘앨리스’ 시리즈의 유쾌한 상상력과 말놀이, 시적인 묘사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 재치 넘치는 패러디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 등이 그대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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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루이스 캐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쓴 아동문학가 정도로 인식되지만, 실제 캐럴은 옥스포드대의 수학교수였고 어린 소녀의 사진을 주로 찍은 사진가이자, 숱한 시를 남긴 시인이었다.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앨리스 시리즈’가 이후의 문학사에 미친 영향력은 간단치 않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자들, T S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사랑했다. 그림 형제의 전래 동화가 인기를 끌던 시기, 캐럴은 ‘앨리스 시리즈’를 통해 전통적 동화를 근대적으로 변용함으로써 아동 독자층을 결정적으로 확대시켰다. 캐럴은 앨리스의 이상한 모험담 사이에 말놀이, 당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견해를 섞어 놓아 성인 독자도 매료시켰다. 문학평론가 휴 호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붙은 서문에서 이 책을 “모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팬터마임과 초현실적인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그리고 철학적 농담”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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